본문 바로가기

글로컬 /미국

“미국, 달러 얼마나 풀까?” 전세계 초긴장

“미국, 달러 얼마나 풀까?” 전세계 초긴장

한겨레 | 입력 2010.11.01 21:00

[한겨레] 일본도 금융정책회의 앞당겨


달러당 80엔 붕괴 저지 태세


2차 환율전쟁 벌어질 수도


국내 자본유출입 규제 영향


전세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이며 미국과 일본 돈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주 안으로 두 거대 경제권의 중앙은행이 자국 화폐를 무더기로 쏟아내는 결정을 내려, '글로벌 환율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의 통화증발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충격으로 다가와, 정부와 통화당국은 자본유출입 규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일(현지시각)부터 이틀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2차 양적완화' 방안을 결정한다. 달러화를 더 찍어 시중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다. 이미 연준은 금융위기 뒤 2조달러에 가까운 채권을 사들여 대형 금융회사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했다. 1차 양적완화가 금융부실 진화용이었다면 이번 양적완화는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면, 기업이나 가계의 현재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용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2차 양적완화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 시엔엔머니 > 는 지난 31일 "양적완화는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환율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양적완화가 경기부양이라는 효과를 크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건은 규모와 방법론이다. 현재 시장에서 점치는 양적완화 규모는 최소 5000억달러에서 최대 4조달러까지 진폭이 넓다. 방법론 또한 한꺼번에 엄청난 자금을 풀어 경기 부양 및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는 '충격과 공포 전략'과,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채권을 나눠 매입하는 '베이비 스텝'(baby step) 방식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한꺼번에 자금이 풀릴수록 세계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게 된다.

엔화강세에 따른 수출둔화를 걱정하는 일본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정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애초 15~16일에서 4~5일로 앞당겼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규모에 따라 일본도 즉각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주 말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80.37엔까지 떨어지며 80엔대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엔화가 80.30엔대까지 떨어진 것은 15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클수록 엔화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통화당국도 달러당 80엔선 방어를 위해 특단의 조처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과 일본의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본격 유입되는 현상이 벌어질 경우 신흥국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IFC)가 1일 내놓은 동향분석 보고서 '신흥국, 자본유입 규제 조치 잇따라 고려'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투기성 단기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자본통제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은 일본은행이 지난달 5일 양적완화를 단행하자 즉시 외국인 투자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4%로 올렸고 페루도 외국인 투자 예치금제를 신설했다.

양적완화 파장은 국내에도 미친다. 지난 2009년 3월18일 미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곧바로 원-달러 환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한 달 만에 1400원대에서 1330원대로 주저앉았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미국이 1조달러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을 올해 4분기부터 내년 3분기까지 시행하면 원-달러 환율이 35원가량 더 하락하고 국내로 외국인 자본 유입은 164억달러 더 증가하며, 경상수지는 21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 완화 결과에 따라 국내 통화정책과 자본유출입 규제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양적 완화의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당국의 대책 마련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1일"미국이 단행할 양적완화 조치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교수는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외화자본 유출입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을 완화하거나 금융회사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별도의 건전성 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공식 SNS 계정: 트위터 www.twitter.com/hanitweet / 미투데이 http://me2day.net/hankyoreh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