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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러운 미국… 겉으론 “정당한 훈련” 옹호, 속으론 ‘추가적 충돌’ 우려

곤혹스러운 미국… 겉으론 “정당한 훈련” 옹호, 속으론 ‘추가적 충돌’ 우려

미 당국자들, 훈련 지지보다 ‘북 억제’에 방점

경향신문 | 유엔본부 | 유신모 특파원 | 입력 2010.12.19 21:32

미국은 연평도를 둘러싼 남북 간 대치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지지와 무력충돌 우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에 얻어맞은 동맹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추가적 충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미국 안보관계 당국자들의 기본적 인식은 '한국이 지나치게 격앙돼 있어 앞으로의 사태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했던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원(DNI) 의장은 지난 12일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인내심을 잃고 있어 대북 군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는 앞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미 합참부의장도 지난 16일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이번 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방법으로 대응해 '연쇄 반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의 강경한 대북입장과 격앙된 국민정서를 목도하고 있는 미국은 군사훈련을 만류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은 19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한국군 훈련이 과거부터 실시돼온 주권적 행위라는 주장을 개진하며 한국 입장을 적극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당초 요구한 18일 긴급회의 개최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것에서도 이 같은 곤혹스러움이 묻어난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한국군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추가도발의 구실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한국의 훈련을 적극 지지한다기보다 북한이 무력대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놓였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훈련에 이례적으로 통제·교신·의료지원 임무에 주한미군 20여명을 참가시켜 연평도에 배치함으로써 만일 북한이 공격을 가한다면 이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이를 통해 북한의 무력대응을 막으려 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개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이에 전면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재연되지 않도록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나라는 아마도 미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19일 "북한의 외무성, 군부의 고위 지도자 3명과 중요한 회담을 가졌다"면서 "북한 측이 한국군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북한 군 당국 사이의 군사 핫라인을 가동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북측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남북·미가 참여해 분쟁지역을 감시하는 군사위원회를 창설하자는 제안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 유엔본부 | 유신모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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