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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태블릿 '가격전쟁' 피할 수 없다

[이균성]태블릿 '가격전쟁' 피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태블릿 PC 시장이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애플의 아이패드가 홀로 우뚝한 가운데, 올해말과 내년에
걸쳐 무려 30여개의 태블릿 PC가 더 쏟아질 전망이다. 이름 있는
대부분의 PC 업체와 휴대폰 업체들이 태블릿 PC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들 제품을 모두 받아낼 만큼 시장이 충분히
형성됐느냐는 점이 그것이다. 태블릿 PC는 아직까지 스마트폰과
사정이 달라 보인다.
 
스마트폰은 이제 모바일 시대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휴대폰 하나 쯤 갖고 있어야 하는 세상에서 이왕이면
스마트폰을 갖고 싶은 게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블릿 PC까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 보인다.
태블릿은 아직도 스마트폰과 노브북 PC의 중간 쯤 그 어디에선가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른다.
7인치가 더 적절하냐 10인치가 더 적절하냐는 논쟁 또한 아직
태블릿 PC가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업계의 대응방법은 스마트폰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내놓은 것은 2007년이었으나 휴대폰 업계가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스마트폰 경쟁을 벌인 것은 2010년이라고 봐야
한다.
 
캐나다의 RIM이 블랙베리로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고 있었지만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 경쟁을 촉발시킨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폰이라고 봐야한다.
그 경쟁이 만개하는 데 아이폰 출시 이후 3년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

태블릿 PC는 어떤가. 애플이 지난 4월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80일 만에
300만대를 판매하는 대성공을 거두자 여타 업체들이 신속히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뒤늦게
추격하는 바람에 업체마다 뼈저린 아픔을 겪어야 했다.
태블릿 PC 시장에서만큼은 이런 오류를 다시 범하지 말자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속한 대응이 오히려 일부 업체에 화를 부를 지도
모른다. 시장이 그 모든 제품을 다 받아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 시장이 덜 성숙했다면 많은 업체들이 재고를 떠안야만 하고,
이를 소진하기 위해 과도한 '가격 전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게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은 유일한 요소가 가격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여타 태블릿 PC 제조업체들에게 시장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태블릿 시장의 84%를
아이패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도 별 차이는 없다.
캐너코드 제누이티에 따르면 내년에도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말을 기점으로 태블릿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 수가 대거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까지도 아이패드가
시장을 독식하는 셈이다.

이미 가격 전쟁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제임스 베질리 RIM 공동대표는
 '블랙베리 플레이북'을 내놓으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299 달러 미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가격정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업체마다 가격을 최대 경쟁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발표에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7인치 갤럭시탭처럼 휴대성과 통화기능을 강조해
사업자로부터 보조금을 이끌어낸다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자사 비용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10인치로 오픈마켓에서
 아이패드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태블릿은 심각한 가격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않다. 더 싸지 않고 그것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방 제품으로, 그것도 시장이 채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혈에 가까운 가격 정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건 후발 업체들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