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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AR VR

디지털 방송, 무엇이 좋은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성공 vs 혼란

디지털 방송, 무엇이 좋은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성공 vs 혼란 2010년 09월 17일(금)

오는 2012년 12월 31은 아날로그 방송이 막을 내리는 날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지상파방송은 모두 디지털로 송출된다. 물론 지금도 디지털 방송은 존재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아날로그 지상파를 더 이상 송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좀 더 선명하고 질 좋은 화면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 50여년을 풍미해 온 아날로그 방송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por brylle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변화엔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날로그 TV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날로그 TV로는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만 디지털TV를 구입하거나 기존의 아날로그 TV로도 시청이 가능하게 해주는 컨버터를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2012년 말이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국민 10명 중 4명꼴이기 때문에 인지도 측면에서 또한 문제가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새해를 맞이하는 날 갑자기 TV가 나오지 않으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라가 어수선해지면서 경제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송기술의 전환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디지털 방송이 가진 커다란 장점 때문이다.

정확하고 확실한 디지털


디지털. 이제는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지털이란 용어가 붙으면 무척 좋아 보였다. 하지만 요새 와서는 디지털이란 용어를 붙이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정도다. 표기하지 않아도 모든 매체들이 디지털화 돼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설명할 때 가장 쉽고 보편적인 예로 바늘시계와 전자시계를 든다. 아날로그가 연속적인 값이라면 디지털은 딱딱 끊어지는 정확한 값이다. 1에서 12까지의 숫자 눈금만 그려진 아날로그시계가 있다. 즉, 분 단위의 눈금이 없는 것이다.

3자와 4자 사이에 분침이 놓여있을 때 몇 분이라고 읽을 것인가. 눈짐작으로 어느 숫자에 더 가까이 있는지를 따져 약 16분이나 18분 정도로 말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자시계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시간과 분, 초까지 정확한 숫자로 나온다. 1분 1초를 아까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보다 적합한 시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체적인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거나 시계바늘의 디자인 때문에 아날로그시계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욱 많기는 하지만 시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예일뿐, 우리 주변 거의 모든 것들은 이미 디지털에 정복 당해 있다.

노트와 컴퓨터, 유선전화기와 휴대폰,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수첩과 USB, 카세트테이프와 MP3플레이어. 비슷하거나 같은 기능을 하는 것들이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후자의 것을 더욱 많이 이용한다. 유용성과 간편성, 정확성 등의 장점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아직도 방송은 아날로그 신호를 사용하고 있는지 의아해질 만도 하다.

▲ 디지털 방송과 TV를 통해 인터넷을 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방송을 볼 수도 있다.  ⓒfatcontroller

A(analog)와 D(digital), 누가 이길까?

방송 송출을 아날로그 신호로 보낸 다는 것은 마치 방송국 옥상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A라는 사람이 산꼭대기에서 중요한 정보를 외치고 있다. 각 가정에선 그 소리를 듣고 정보를 파악한다. 만약 주변에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굉음을 냈거나 사람이 많아 시끄러운 경우, 천둥 번개 소리가 큰 경우는 산꼭대기에서 외치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거리가 멀어 소리의 세기가 약해진 경우는 정확한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것이 아날로그 방송을 비유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방송은 어떨까. 이번엔 산꼭대기에 있는 D라는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를 종이에 적어서 주변에 전달한다. (이 때 전달 속도는 소리 지르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 종이를 받아든 사람은 매우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방송의 정확하고 선명한 화질이 이에 해당한다.

A는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만약 듣는 사람이 A의 말 한마디를 놓쳤다면 다시 들을 수 없다. 녹음기로 녹음해 놓았거나 같은 정보를 다시 한 번 말해주지 않는 이상 다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D의 정보는 다르다. 종이에 적어 나눠줬기 때문에 정보를 받은 즉시 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운 과정으로 녹화를 해야만 저장할 수 있는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 방송은 쉽게 지난 방송들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의 가장 확연한 차이는 바로 상호 소통이라는 데 있다. A는 자신이 소리쳐 정보를 보냈듯이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받기 위해선 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가능한 일인가. 각 가정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소리쳐도 A에게 들릴 리가 만무하다. 이에 아날로그 방송에선 실시간으로 사용자와의 상호소통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D는 자신이 정보를 보낸 것처럼 각 가정에서 보내온 종이를 받아 들고 정확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디지털 TV사용자는 TV를 통해 인터넷을 하고 특정 방송을 주문해 시청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장점은 더 있다. 종이에 적은 정보는 편집과 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한 개의 아날로그 방송이 점유하고 있는 주파수대에 4~8개의 디지털 방송 송출이 가능하다. D의 완벽한 승리다.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 보다 활발한 홍보와 이해 필요

현대인들의 정보에 대한 갈망이 증가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욕구들이 생겨나면서 방송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방송의 디지털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미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이 완료된 상태이며 일본, 영국 등도 현재 디지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영국은 우리와 같은 시기인 2012년 말에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컨버터  ⓒJeffreyBeall
앞서 말했지만 이런 방송 송출 시스템의 변화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서 힘들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A를 쫓아내고 D를 올려놓는 일만으로 전부가 아닌 것이다.

기존에 A에게 주던 정보를 D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바꿔서 입력해 줘야 한다. D는 글을 쓰고 읽을 수는 있지만 소리를 들을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A의 소리를 들을 수만 있던 사람들은 D가 보내는 문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D가 보낸 문자를 소리 내서 읽어줄 수 있는 일종의 통역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다.

물론 이미 디지털 TV를 갖고 있거나 구입 예정인 사람들은 디지털 신호를 그대로 받아 방송을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가의 디지털 TV를 구매할 만큼 서민들의 경제력은 넉넉하지 않다. 이에 기존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TV가 디지털 신호를 이해하고 방송이 나오게 해줄 통역사인 컨버터가 필요하다.

컨버터의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지만, 이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소외계층의 경우엔 이를 설치하는 과정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컨버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사용했지만 아날로그 방송 종료 직전 큰 혼란이 빚어져 종료 시기를 늦췄고 이에 추가 예산을 들여야 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10명 중 4명이 여전히 아날로그 TV를 사용 중이며, 이 4명에 해당하는 인구가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완전 디지털화가 내년이 목표인 일본은 인지도가 97.7%, 우리와 같은 시기인 영국은 90%를 넘은 것으로 조사돼 우리나라의 홍보 부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시청자가 많은 케이블 방송과의 마찰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당국은 적극적인 홍보와 관련 정책 시행으로 국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디지털 방송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9.1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