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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중국경제 콘서트](19) ‘13억 함수의 반전 드라마’ [JOINS_디지털뉴스센터]

[한우덕의 중국경제 콘서트](19) ‘13억 함수의 반전 드라마’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8-23 오전 9:24:10

자, 이제 휴가도 끝나고 야물딱지게 마음을 잡아야할 때입니다. 다시 컴퓨터 자판과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오늘의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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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 아실 겁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국가로 등장했다는 얘기 말입니다. 이 뉴스는 지난 주 세계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회자됐습니다.

중국의 제2위 경제대국 부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우선 아래 사진을 보시지요.



총칭의 쪼그만 택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사진입니다. 비행장 손님 태우려고 기다리느냐고요? 아닙니다. 기름(액화가스)을 넣기 위해 장사진을 치지고 있습니다. 그냥 죽 늘어선 게 아니라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당시 총칭 등 일부 지역에 닥친 액화가스 공급난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입니다.

어쩌다 생긴 일이 아닙니다. 중국은 자주 자동차 주유에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석유 공급이 원할 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작년에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가 약 1365만대 대입니다. 대부분 내수용입니다. 한 달 100만 대 이상이 중국 시장에 쏟아진 겁니다.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보유대수가 약 1600만대정도더군요.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를 육박하는 물량이 중국에서 1년 사이에 뚝딱 만들어진 겁니다.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잡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등장했다'고 환호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숨긴 무서운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바로 석윱니다. 자원 차원에서 본다면 자동차는 석유 먹는 기계일뿐입니다. 한 해 1365만대가 새로 생긴다면, 그 만큼 석유 소비가 늘어날 게 뻔합니다. 중국은 1993년이후 석유 순 수입국이 됐습니다. 지금도 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요. 2030년에 가면 석유의 80%를 수입에 의존해야할 판입니다. 자원이 중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경제대국 중국의 등장이 세계 석유시장에 큰 충격을 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작년 새로 발생한 석유수요의 21%가 중국 몫이었습니다. 당연히 기름값이 오를 수 밖에요. 지난 수 년간 유가가 급등한 데에는 중국의 수요증가가 아주 큰 몫 했습니다.

이것의 이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13억의 함수'가 이제 거꾸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세계는 중국의 13억 인구가 주는 '풍요'를 누려왔습니다. 무한한 저임 노동력이 제공하는 저가 제품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요. 쩌장(浙江)성의 허름한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재봉틀을 돌리는 '샤오제(小姐・소녀)가 있었기에 세계 소비자는 싼 값에 셔츠를 입을 수 있었던 겁니다. 중국이 지난 30년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세를 달려왔던 것은 수 많은 쩌장성의 샤오제의 '희생'이 있었기 가능했습니다. 세계인들은 중국경제의 부상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세계공장'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고요.

그러나 13억 중국인들은 이제 '노(No)'라고 말합니다. 더이상 싼 값에 노동력을 팔지 않겠답니다. 광둥성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한 해 임금이 20%안팎오르고 있습니다. 세계가 중국발 인플레를 우려해야할 판입니다.

똑 같은 일이 자원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13억 중국경제가 자원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입니다. 1365만대의 중국 자동차가 세계 석유를 먹어치우듯, 13억 중국경제는 이제 모든 분야에서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닙니다. 중국경제가 10%가 넘는 성장세를 달리며, 드디어 일본을 자빠트렸다는 말이 나왔기에 하는 얘깁니다.

중국이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라고요? 택도 없는 소립니다. 중국이야 말로 전형적인 자원빈국입니다. 경제규모와 비교해볼때 말입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안팎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세계 시멘트의 50%, 철광석의 약 30%, 구리의 40%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상하이에 건설되는 빌딩의 숫자에 따라 국제 철강 가격이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돕니다. 국제 철강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곡물 시장이 특히 심합니다. 잇단 자연재해 및 흉년으로 중국이 국제 곡물시장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먹어야 사니까요. 상반기에 중국 곡물 수입은 약 248.4만 톤이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7% 늘었더군요. 중국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수요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곡물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는 이제 13억 경제인들이 짓고, 먹고 마시는 것에 눈치를 봐야할 처지입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 수록 세계 경제는 더 중국에 얽메이는 구조로 짜여지고 있습니다. 13억 함수가 거꾸로 작용하면서 나타는 현상입니다.

13억 함수를 적용해야 할 또 다른 하나가 있습니다.

지난 2/4분기 일본의 GDP는 1조2880억 달러였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은 1조3370억 달러였습니다. 차부두어(差不多),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웃돈 것은 확실합니다. 1일당 GDP를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중국 인구는 13억으로 일본 인구(1억3000만)의 10배입니다. 결국 13억 인구의 함수를 적용해 본다면 중국의 1인당 GDP규모(약 3600달러)는 여전히 일본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중국이 경제규모로는 세계 2등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생활수준으로 치자면 여전히 100등에도 끼지 못합니다.

13억 함수의 조화는 참으로 요지경입니다.

한우덕
Woody Han(無敵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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