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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중국

미래의 중국엔 위협도, 붕괴도 없을 것”

미래의 중국엔 위협도, 붕괴도 없을 것”
정비젠·자칭궈·친야칭·장위옌…
싱크탱크 21명 속내 보인 대담
서구 시각 탈피한 ‘중국 굴기’론

한겨레 강태호 기자기자블로그
» <중국의 내일을 묻다>
<중국의 내일을 묻다>
문정인 지음/삼성경제연구소·2만원

21세기 전반부 10년을 지나면서 중국의 부상이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규정하게 될 핵심변수가 되리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1980년대 말 냉전의 종식 이래 미·소 공동패권의 세계질서는 소련 몰락, 사회주의권 붕괴로 미국 주도의 단극패권 구도로 나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질서를 좌우할 수 있는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지배력은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금융위기 앞에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중국 굴기’는 더더욱 핵심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 굴기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새로운 패권국가의 등장이라는 관점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쪽으로 쏠려 있다. 중국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그것이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말했듯이 13억을 곱하면 엄청나지만, 13억으로 나누면 아주 보잘것없어지는 게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 양면성 내지 이중성은 공산당 일당 지배의 중국이 커질수록 국제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중국 위협론과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이 민주화의 내적 압력, 계층간 갈등, 민족주의 분출 등 내부폭발과 분열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중국위험론 내지 중국붕괴론의 논리적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본질에서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기에 내적 모순을 외부로 전가시킬 수 있는 중국 굴기에 대한 불안한 시각은 거듭되고 있다.

» 책의 저자인 문정인 교수와 친야칭 중국 국제관계학회 부회장, 장위옌 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정비젠 중국개방개혁포럼 이사장(맨 위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경제연구소 제공

<중국의 내일을 묻다>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출발과 시각이 다르다. 외부가 아니라 중국의 내부로부터, 서방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이 만들어가려는 세계를 보려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다. 게다가 이 책은 인터뷰 형식의 대담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기에 생생할 뿐만 아니라 놀랄 만큼 솔직한 중국의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가 만난 이들은 정비젠 중국개방개혁포럼 이사장부터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까지 모두 21명에 이른다. 그는 이들 중국의 내로라하는 국제정치 학자이자 이론가들에게 물었다.

중국이 그리는 세계질서는 어떤 것인가? 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은 그 세계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가? 지은이가 당대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하는 정비젠은 화평굴기론이 중국위협론과 붕괴론에 대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경제사회 내부적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조화와 외부적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소련 등 과거 패권국들의 경로를 밟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대국굴기와 다르다는 것이다. 친야칭 중국 국제관계학회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패권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고 관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은이의 질문은 끝이 없다. 천하세계론, 자유주의적 책임대국론 등 중국의 세계인식과 발전전략이라는 거대 담론을 넘어서 미-중, 미-일 관계, 주변국 정책을 포함해 국가안보와 대외전략으로 확장된다. 북핵문제와 북한 급변사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핵심 쟁점들도 놓치지 않고 있다. 또 거대중국이 모색하고 있는 미래의 구상은 무엇이며 민족문제 빈부격차 등 내부적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그 답이 무엇인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들의 발언이 과연 중국을 대표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들은 학자나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서 현실 정책에 관여하는 중국식 싱크탱크의 다양한 이력과 면모를 보여준다. 예컨대 정비젠은 2003년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가 내놓은 중국의 발전전략인 ‘화평굴기론’의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 1992년 개혁개방의 심화 확대를 천명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초안을 집필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의 대표적 전문가다. 그런가 하면 친야칭 국제관계학회 부회장과 장위옌 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은 지난 2004년 후 주석의 사회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학습토론회에 초빙된 두명의 전문가였다. 또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인 왕지쓰는 중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일 뿐만 아니라 15년 동안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을 역임한 미국 전문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중국 국제 정치의 지성사적 지형도 보여주고 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