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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전문가

[박영례]애플과 제조업 마인드

[박영례]애플과 제조업 마인드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우리가 했어도 반응이 이처럼 뜨거울까요."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장 대응에 실기한 삼성전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창인 때 삼성전자 관계자가 볼멘 소리로 한 말이다.

당시 파격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한 아이폰의 공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 였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제품을 내놨지만 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아이폰에 기운 여론은 좀체 돌아서지 않았다. 결국 차이는 '창의성' '혁신성', 또 '제조업 마인드'였다. 애플에는 있는 창의성과 혁신성이 삼성에는 없고, 이는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쌓아온 삼성의 제조업 마인드 탓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제조업 마인드가 정말 문제가 됐다. 애플에게 말이다.

아이폰4가 안테나 결함으로 수신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첫 대응은 '잡는 위치를 바꿔 보라'였다. 그런데도 품질 논란이 이어지자 이번엔 보호 케이스 무상 제공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형국이다. 안테나 결함에 대한 잡스 CEO의 문제 인식과 대응 탓이다.

이른바 그의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 발언에서 보듯 일련의 안테나 결함을 둘러싼 이번 파장을 일종의 '흠집내기'식 공세라는 인식수준을 보여준 때문이다.

이는 그가 일반폰이건 스마트폰이건 휴대폰이 갖는 절대가치, 즉 통화품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한 대목이다.

그동안 제조가 아닌 애플리케이션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춰온 애플로서는 안테나 결함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폰 등장 이후 혁신성 부재 등으로 뭇매를 맞아온 삼성전자의 '제조업 마인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그대로 삼성전자의 20년 휴대폰 사업의 성과는 '통화품질'과의 전쟁의 산물이었다. 브랜드 '애니콜'도 그렇고, 한국시장에서 반격에 성공했던 슬로건 '한국지형에 강하다' 역시 바탕에 깔린 것은 언제 어디서나 완벽한 통화품질을 보장한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휴대폰이 통화품질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과거 휴대폰을 포함한 15만대의 제품을 임직원 눈앞에서 해머로 깨고 불태운적이 있다. 그 유명한 '화형식' 일화다.

휴대폰 통화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고객이 두렵지 않냐'며 이건희 회장이 내린 극약처방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절대품질'은 제조업체 삼성전자의 최우선 경영철학이다.

물론 80~90년대 휴대폰 기능이 '음성통화'가 전부이던 때와 지금의 PC수준까지 진화한 스마트폰시대를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아이폰4 사태로 더욱 강력해진 기능과 디자인에 눈을 뺏겼던 이들이 새삼 '품질'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또 아이폰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감동했던 이들이 이제 애플에게 완벽한 품질 추구, 곧 제조업 마인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서로의 강점을 지향하게 된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더욱 재미있어질 모양새다.

잡스, 이번엔 경쟁사 흠집내기 논란 잡스 "아이폰4 7월 공급 한국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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