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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인터뷰(종합) "기업-노사정책 너무 대기업 중심"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인터뷰(종합) "기업-노사정책 너무 대기업 중심"

입력 : 2010.07.05 12:00
 
김기문 중소기협중앙회장이 조선비즈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잠식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중소기업의 당면 과제는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면제)와 대·중소기업 양극화입니다. 현행 타임오프제 아래에서는 중소기업에서는 노조 전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대기업은 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아직 실감을 할 수 없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온라인 경제미디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정부의 노사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노조 문제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의 민원을 해결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이 커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진정한 대·중소기업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중소기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타임오프제와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다. 현행 타임오프제 아래에서는 중소기업에서는 노조 전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중소기업에게 노조 문제는 민감한 이슈다. 또 대기업은 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아직 실감을 할 수 없다.”

―타임오프제가 중소기업에게 그렇게 큰 부담인가?
“중소기업 중에는 노조가 없는 곳도 많다. 하지만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노조 활동의 영향에 아주 크다. 노조 활동의 강도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비슷하다. 특히 금속노조에 가입한 중소기업 노조는 강성이다. 그런데 현행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면, 중소기업에서는 노조 전임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 정책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노동활동에 대한 대응이 떨어진다. 잘못하면 노조 활동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에 벌어졌다고 보는가?
“정부의 노사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대기업 노사문제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다보면 중소기업의 특수성이 간과될 수 있다.”

―노사문제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모순이나 갈등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엔 대형마트 계열의 주유소 영업시간을 줄이라는 정부의 결정이 나왔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우리 소상공인 입장에서 볼 때, 대형마트 주유소와 SSM 진출을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대기업도 살고, 소상공인도 사는 가이드 라인을 정해달라는 것이다. 대기업도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정해주면 따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SSM의 경우 일부 대형마트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들먹이며 반대한다. 이는 대기업이 골목까지 들어오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이다. 돈 되는 걸 대기업이 다 하면, 중소기업은 어디에 발 붙이고 사나. 대기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공생하는 방법이다.”

―대·중소기업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특히 제조업 분야의 갈등이 심하다. 이 문제는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납품가격을 제시하면서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

시계 제조업체 로만손 회장인 김 회장은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6년 5월부터 2년간 개성공단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보다, 제2, 제 3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이 남북한 경제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개성공단에 대한 우려가 많다. 물건 반입과 반출도 잘 안된다고 들었다. 일부에서는 폐쇄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개성공단 어떻게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가?
“개성공단은 정치적인 문제로 ‘문을 닫네 마네’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남북협약에 의해 공단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정치적 문제로 개성공단 문제를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기업이 이곳에 투자할 때는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한 것이다. 이렇게 흔들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기업 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다.”

―북한이 금강산에서처럼 기업의 자산을 동결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요르단에 보면 아카바라는 경제특구가 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남북만큼이나 앙숙이다. 하지만 아카바에 투자한 이스라엘 기업에 대해서 요르단이 위협을 하지는 않는다. 북한도 극단적 선택은 안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를 해야하지 않나? 입주기업에 대한 보상도 문제다.
“남북경협 보험이 있는데, 투자액 전체를 보전해 주지는 않는다. 사실 입주기업들이 북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 주민들은 정말 어렵게 산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그나마 부유한 편이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우리 기업도 문제이지만, 4만여명의 북한 근로자도 심각한 문제다.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10만명이 넘는다. 우린 북한 근로자 얼굴만 봐도 얼마나 일했는지 알 수 있다. 금방 들어온 사람은 말랐고, 6개월 지나면 얼굴에 살이 오른다. 1년 지나면 남한 사람과 구별이 안된다.”

―개성공단은 그대로 유지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사실 개성공단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역할도 하고 있다. 오히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남북한 경제뿐 아니라 남북관계 긴장 완화에도 도움될 것이다.”

김 회장은 또 중소기업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춰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가 인력난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요즘 젊은 층은 3D 업종에 취업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현상을 당장 바꿀 방법은 없다. 현실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도 제대로 확보할 수 없고, 이들의 임금도 높아 영세업체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왜 부담이 되는가?
“현재 외국인 근로자 임금은 국내 근로자의 최저임금과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 여기다 숙식을 제공하고 4대 보험도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사실 외국인 근로자의 자국 상황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것이다. 동남아에서는 월급이 10만~20만원인데, 한국에만 오면 1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외국과 비교해도 높다. 두바이에 가면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근로자들이 한 달에 약 300달러 받고 일한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이들이 800달러 이상을 받는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임금을 낮출 필요가 있다. ”

―회장 임기 4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활동을 평가한다면?
“국내에 약 300만개 중소기업이 있고, 민원도 300만 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 민원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소기업은 크기나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책도 다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얼마 전에 지식경제부에서 중견기업 육성법을 제안했다. ‘자본금 80억원, 종업원 수 300명’이라는 기준을 넘어서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세제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전의 정부와 비교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현 정부만큼 중소기업 관련 회의를 자주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달라는 것보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한다. 수도권 규제만 해도 그렇다. 수도권이 자신의 땅이 있으면 공장을 증축할 수 있다. 할 수 없이 지방으로 내려가서 공장을 지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서 중소기업 경쟁력 높여야 한다. 한국은 스피드가 강점이다.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 일본에는 장수기업이 있다. 우리의 스피드를 활용하면 한국식 중소기업 모델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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