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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한국 시장, 여전히 폐쇄적 亞 리더답게 더 개방해야"

"한국 시장, 여전히 폐쇄적 亞 리더답게 더 개방해야"

입력 : 2010.07.04 21:42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委 특별보좌역 '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
"송도같은 '고립된 섬' 방식 외국인들 선호하지 않아
두바이 사태는 소통부재 탓 한국정부도 소통 힘써야"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폐쇄적입니다. 경제규모에 걸맞게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합니다."

2007년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엘든(Eldon)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의 첫마디였다.

2005년 HSBC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을 끝으로 금융권 경영일선에서 은퇴한 엘든 의장은 지금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라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비롯해 두바이,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정부 기관과 기업 등에서 고문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출범한 지 2년 5개월 가까이 된 이명박 정부와도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맡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특별보좌역 명함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는 한국법제연구원 창립 20주년 기념 'G20(주요 20개국)과 글로벌 법제전략 국제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지난달 말 서울에 왔다. 엘든 의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 매체인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과 지난달 30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여전히 '닫힌 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일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정책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일단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조선비즈닷컴과 인터뷰를 갖고“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가 최근 5년간 줄고 있다”고 지적하면서“한국은 경제 규모에 걸맞게 시장을 더 개방하고,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싶어할 만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진규 인턴기자
―인수위 시절부터 '한국은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었다. 지금도 한국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나.

"한국은 아직도 규제가 많은 나라다. 한국처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면서 선진국 대열에 오른 나라는 그 정도 규모에 맞게 시장을 열어야 한다. 시장을 열어주면 훨씬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이미 아시아 국가들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 있지 않나. 하지만 최근 오히려 (은행들에 대한 선물환·先物換 규제 등)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경우엔 (새로운 규제 도입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환은행이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예전에 외환은행을 외국 금융회사에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지난 2008년 당시 외환은행을 빨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해외에 '한국도 국제 거래가 가능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당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닫힌 시장'이라는 이미지는 변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5년간 한국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가 점점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금융회사가 외환은행을 합병하게 되면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진 금융 노하우를 습득하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한때 현 정부의 정책노선이 '두바이노믹스'라고 불릴 만큼 두바이를 배우려는 욕구가 강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상황이 역전됐다. 여전히 두바이식 성공모델이 의미가 있다고 보나.

"두바이와 한국은 완전히 다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바이는 인구의 80%가 외국인이다. 이 대통령이 두바이에 매혹됐던 이유는 두바이가 남다른 창의성을 보유하고, 어떤 일이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전세계 금융회사들이 자금회수에 나섰고) 두바이가 해외에서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에 문제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두바이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었는데 이를 제때 (해외 투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해외 채권자들이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결국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소통)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두바이의 성공은 '이곳에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완전한 개방성에서 왔고, 이러한 성공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개방이 부족하다. 송도처럼 특정 도시를 지정해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바라는 방식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지역사회에 참여해 어울리고 싶어하지, (특정 목적을 위한) '고립된 섬'을 원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서도 은행 대형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의 경우도 은행 대형화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나.

"은행에 있어 규모(size)는 질(quality)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세계 유수의 명망있는 은행들은 자기만의 서비스를 특화시킨 소규모 '부티크(boutique)' 은행들이다. 다른 규모의 은행들이 각자 특화된 영역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장에선 규모가 작은 은행이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주 등에서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은행이 흡수해야 하는 충격도 크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선 대형 은행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자칫 프로젝트가 잘못될 경우 고객의 예금자산이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수익성 측면에서 보자면 규모가 큰 사업이 반드시 이익이 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돈을 갖고 다른 곳에 투자하는 편이 수익성이 훨씬 좋을 수 있다. 큰 사업에 참여해 대외적인 위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최근 현 정부의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4대강 사업도 여러 분야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정책들이 좌초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여론이 그런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반대에 부딪힌다고 해서 나쁜 정책은 아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처럼 처음엔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성공한 사례들이 있지 않나. 다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에 실패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 나라든 중간선거에서는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 마련이다. 국민은 언제든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만약 국민의 반대로 (국가가 추진하는 계획이) 무산된 것이라면 정부가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된 이유는 정부가 국민들의 말을 정확히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