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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

[DT 시론] 스티브 잡스, 그리고 대학교육

[DT 시론] 스티브 잡스, 그리고 대학교육

박영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요즈음 어떻게 하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울 수 있는가가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애플아이폰에 국내 일류회사들의 휴대폰(셀폰)이 밀리면서, 제조업에 기본을 둔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미래 사회에 적합한가에 대한 담론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대학, 아니 교육 시스템 전체가 과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인재를 기르는 틀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스티브 잡스는 오리건주 리드대학 철학과 1년 중퇴,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그리고 구글을 삼켜 버릴 것 같이 확장하는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쥬크버그가 하바드대학 중퇴생이라는 점이 대학 정규 교육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까지 생기게 한다. 대학 초년생 어린 나이로 당시 최고의 주가를 누리던 빌 게이츠의 강연에서 `프로젝트 몰입을 위해서 수업을 빼먹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는 하바드 대학을 중퇴한 쥬크버그 이야기에서 과연 대학의 정규 과목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 본다.

대학의 정규 교육이 필요하다는 편에 선 진영은 구글의 검색 엔진을 개발한 스탠퍼드대학원생이었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예를 든다.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터 베이스 과목에서 당시 야후 등 검색 엔진의 내용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요약한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출중한 검색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동기부여, 아이디어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빌 게이츠, 마크 쥬크버그가 하바드 대학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강요받았다면, 현재 마이크로 소프트, 그리고 검색 엔진 대신, 사람들의 취향, 전문성을 서로 연결해줌으로써, 필요한 정보, 여론, 게임, 그리고 미래 설계까지 하는 사회연결서비스(SNS) 사업인 페이스 북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의 상반된 예에서 필자는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첫째, 두 가지 다 일류 교육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명품 학교가 밀집한 실리콘밸리에 있는 팔로알토에서 교육을 받았다. 쥬크버그, 빌 게이츠 역시 진취적인 기상이 숨쉬는 하바드에서 공부했다는 점이다. 둘째, 공통점은 실리콘밸리나 보스톤과 같이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창출하는 문화의 한가운데서 인재들이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두 곳 모두 대학의 강의에서 항상 새로운 무엇을 찾고자 하는 교수, 학생들의 열의로 넘친다. 강의에서 새로운 내용을 가르칠 때, 누가 왜 이러한 생각을 했으며, 지금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라는 점을 항상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강의에서 단지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나도 언제나 그 게임에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 금방 세계 최고가 되겠구나 하는 동기를 느낀다. 구글 창업자 학생들 역시 당시 최고 검색엔진을 자랑하던 야후의 문제점을 강의로 듣고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둘째 공통점, 항상 시장이 곁에 있다는 점이다. 대학의 옆에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성공, 혹은 실패한 사례들이 널려있다.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함께, 학위보다는 학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금방 회사를 차리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공존하고 있다. 물론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돈을 대주는 사람들, 회사를 차리기 위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물론 이것들이 시장 곁에 대학이 있는 장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인재 양성 방법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우선 대학의 강의를 지식을 많이 전달해 주는 강의에서 동기를 부여하는 강의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대학과 시장을 쉽게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대학 뿐 만 아니라, 국책 연구소 그리고 회사의 인재 육성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