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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우리나라 학술 및 연구개발 기획 주도해야

얼마 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과거에 비해 국가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만들어 낸 기업들과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성과도 있었지만, 한국인 DNA의 우수성도 국가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 자원이 없고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에는 국민들의 열정, 근면, 노력이 있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축적된 교육과 연구가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우리나라가 이렇듯 국가적 위상을 높이고 선진국으로 확실히 진입하기 위해서, 단기적·전략적인 국가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연구진흥과 인재양성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정부의 굳은 의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전 학문분야의 연구진흥과 인재양성을 종합적·체계적·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탄생한 연구지원관리 전문기관으로서, 기초연구에서부터 국책연구, 국제협력 등 광범위한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연구재단의 위상이 크게 제고됨에 따라, 재단의 역할에 대한 사명감도 그만큼 높아졌다. 박찬모 이사장님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들이 누구보다도 이 점에 대해 체감하고 있고, 확대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정부로부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지원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연구자들의 연구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지원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이 존재한다.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한정된 예산으로 경쟁을 통해 제한된 과제들이 선정된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요소로 인해 본인의 연구과제가 탈락되었다면, 재단을 불신하게 되고, 연구의욕도 그만큼 저하된다. 그리하여 새로 출범한 연구재단은 특히 공정성 부분을 중시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단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더욱 보편타당한 합리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다수 연구자들이 재단의 존재와 노력에 항상 감사하고 든든한 동반자로 생각하지만, 이 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연구분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국책연구분야는 현재 또는 향후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목적지향적인 연구로서, 규모가 크고 전문적인 연구사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방향설정이나 연구비 투자효율성, 파급효과 등 많은 부분을 검토해야하는 '기획'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PM(연구사업관리전문가, Program Manager)의 전문성과 탁월성도 요구되지만, PM이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갖고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연구재단의 기획기능은 구조적으로 발휘되기가 어렵다. PM의 재임기간이 불과 2년이기 때문에, 업무파악, 업무 인수인계 등의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상당히 부족하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또한 최종적인 결정권을 교과부가 갖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자체 기획기능을 더욱 확대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교과부와 협의·설득하여 사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향후에는 대한민국 대표 연구지원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우리나라 학술 및 연구개발에 기획을 주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책연구본부에서도 자체 기획 예산을 확보하여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가, 선임된 PM이 철학과 상황을 종합하여 최종 기획안을 만들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PM의 근무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차원의 국책연구지원사업은 원자력 및 방사선 기술개발, 녹색기술 개발 등 주요 사업들에서 Top-Down 형태로 추진되기 때문에, 소수 연구팀과 기존 전문가의 연구에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 연구의 효율성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그 분야에 대한 연구저변이 확대되고 학문후속세대 양성도 도모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최대의 종합 연구지원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재단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렵고 힘든 점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여간 연구자들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연구재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와 연구지원관리 전문기관인 재단 사이에 더욱 투명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재단 직원들이 서비스 정신과 연구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연구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