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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R&D기관, 대구에 한 게 뭐냐

대구 R&D기관, 대구에 한 게 뭐냐
대경연·대구상의, 유명무실 센터 실질도움 되게 대수술 나서

"대구테크노파크 이사를 4년째 하고 있지만 솔직히 대구TP가 뭐 하는 기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대구에 연구기관들은 많은데, 지역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R&D 과제보다 결과가 쉽게 나오는 과제나 정부 R&D 자금 획득용 과제에만 매달려있어요."(지역 한 중소기업 대표)

대구의 R&D센터의 이 같은 현실이 17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낳았다며, 이를 대수술하려는 움직임이 지역에서 일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상의가 '메스'를 잡았다. 두 기관은 지난해 7월 대구경북 과학기술 및 R&D 사업이 지역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취지로 설립했던 미래전략아카데미를 통해 지역 R&D의 곪은 부분을 도려내기로 한 것이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역에 R&D기관은 우후죽순으로 생겼지만 대부분 업체들과 무관한 연구원을 위한 생색내기용 연구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의 질이 이 모양이 됐다"며 "앞으로 미래전략아카데미가 '반 NGO' 역할을 수행해 대구경북 R&D의 잘못된 체질을 개선하는데 채찍질을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경연과 대구상의는 7일 오전 대구경북연구원 회의실에서 '지역 기업의 발전과 R&D의 성공적인 상생협력 방안'이라는 주제로 미래전략아카데미 정책개발 토론회를 열었다. 2월 19일 창립총회를 연 이후 미래전략아카데미의 첫 모임이다. 대구경북의 각계를 아우르는 과학기술 분야의 포럼은 미래전략아카데미가 유일하며, 이날 첫 모임에도 대경권 광역발전위원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분원, 대경권 선도산업지원단, 대구·경북TP,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대구시와 경북도, 학계 등 지역 R&D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훈 영남대 교수(경영학부)는 "우리 지역이 선택할 신성장동력산업을 그동안 지역이 강점이었던 '해야할 산업'(메카트로닉스 등)과 '할 수 있는 산업'(기계금속 등), 그리고 미래 신산업인 '하고 싶은 산업'(첨단로보틱스 등)으로 구분했을 때 우리는 '하고 싶은 산업'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자꾸 먼 미래의 뜬구름 잡는 R&D 과제에만 치우치게 되고, 메카트로닉스·기계금속 등 지역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존 산업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경본부장은 "대구에는 기업을 위한 R&D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200여개의 지역 기업체들과 상담해보니 지역에는 R&D를 지원하는 각종 센터만 80~90개에 이르지만 도움이 될만한 연구기술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머리는 많은데 손·발이 없는 완전 기형아인 셈이지요. 특히 지역을 떠받들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R&D 전략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준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박사는 "지역 R&D 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이 살기 위한 R&D 사업에 치중할 뿐, 지역 기업에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R&D에는 손을 놓고 있는 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것을 찾아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당장 대구시만 보더라도 R&D 담당하는 신기술국과 기업 담당하는 경제국이 따로 놀고 있듯이 지금까지 대구경북의 기업은 R&D 기관과 별개였다"고 비판했다. 생긴 지 10년이 넘은 대구·경북TP는 물론 6년이 된 DGIST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것이 지역 기업 대부분의 불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대구경북의 썩은 R&D 풍조를 도려낼 수 있도록 미래전략아카데미가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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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4월 0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