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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수입 4조5000억원…헤지펀드 매니저들 금융위기서도 웃었다 [중앙일보]

연 수입 4조5000억원…헤지펀드 매니저들 금융위기서도 웃었다 [중앙일보]

2010.04.03 02:27 입력 / 2010.04.03 02:33 수정

아팔루사의 테퍼, 지난해 가장 많이 벌어

미국 정부가 보너스 문제로 은행 경영진을 들볶는 사이 진짜 돈 번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다. 한 사람의 1년 수입이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상위 25명의 수입 합계는 253억 달러(약 28조5000억원)다.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

2일 미국의 펀드정보 잡지 ‘앱솔루트리턴+α’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돈을 많이 번 헤지펀드 매니저는 아팔루사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테퍼(40억 달러)였다. 수입은 개인 수수료 수입과 개인이 보유한 펀드 지분의 가치 상승을 합한 것이다.

금융위기에 일조했으면서도 고액 연봉을 챙긴다며 뭇매를 맞았던 골드먼삭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스톡옵션을 합쳐도 1000만 달러가 안 된다. 잘나가던 2007년에도 6850만 달러였다.

테퍼의 비법은 역발상이다. 골드먼삭스 출신인 그는 금융위기가 터지자 1달러짜리 씨티그룹 우선주, 2~3달러짜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쓸어담았다. AIG 채권으로도 큰 재미를 봤다. 지금이야 ‘대단한 투자’지만 당시엔 ‘미친 짓’으로 몰렸다. 다 죽은 기업을 구조조정으로 살려낸 후 이익을 남기는 기법은 그의 장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는 ‘증시의 테레사 수녀’라는 별명을 좋아한다. 그는 " 미국의 회생에 베팅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패닉에 빠질 때 나는 상황을 똑바로 응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장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33억 달러)는 2위를 차지했다. 웬만한 펀드가 다 손해를 본 2008년에도 그는 11억 달러의 개인 수입을 올렸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안 뜸했던 그는 최근 영화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하고 활동을 재개했다. 제임스 사이먼스와 존 폴슨, 스티브 코언 등도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으로 이름값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2008년에 이어 지난해 모두 수익률 톱10에 드는 내공을 보였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미국 2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지난해 연봉이 1년 전보다 0.9% 줄었다고 보도했다. 2년 연속 하락인데, 이런 경우는 1989년 조사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연봉의 중간값은 695만 달러였다. 월급과 상여·주식·스톡옵션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