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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 이젠 수출시대]베트남서 부는 금융한류

2010.04.08 10:3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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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호치민지점 내부. 한글로 씌여진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의 여느 지점과 다름없이 꾸며놓은 내부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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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
우리은행 인테리어부터 유니폼까지 한국식으로 바꿔 차별화
국민銀, 캄보디아 이어 베트남서 아시아 맹주은행 기틀마련



우리은행 호치민 지점은 지난해 완공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2층으로 이사오면서 은행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직원들 유니폼까지 '한국식'으로 확 뜯어고쳤다. 고객들이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배려해 최신 잡지는 물론, PC실과 미니골프연습실까지 마련했다.

2007년 12월 2번째 호치민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권주수 호치민 지점장 다이어리는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약속들로 차 있다. 지점 영업이 현지에서 기반을 잡으며 업무량이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스케쥴도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금융 불모지에 가까운 베트남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터전을 잡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발로 뛰는 영업'뿐이었다.

"잘 안통하더라도 아는 단어만 가지고 일단 부딪혀보자고 생각을 바꿨어요. 나부터 직접 발로 뛰기 시작하니 하나 둘씩 풀리더라구요."

얼마전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호주뉴질랜드(ANZ)은행에서 직원실수로 거래기업이 맡긴 100만달러가 사라지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권 지점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업체를 직접 찾아가 베트남에는 아직 일반화가 안된 통장을 보여주며 '이게 우리은행 시스템이다. 통장만 있으면 은행전산을 통한 모든 거래내역을 확일할 수 있다'고 설득하니 깜짝 놀라며 당장 거래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적극적인 영업마인드를 펼치다 보니 실적은 저절로 좋아졌다.

2007년 38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익은 2008년 148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우리은행 해외점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덮쳤던 지난해에도 1340만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권 지점장은 올해 2000만달러 수익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직원들이 어려움을 꾹 참고 잘 따라와준 덕이 크다.

권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객들이 동나이, 빈증 같은 몇 시간씩 걸리는 먼 곳에서 올 때면 직원들도 밤 9~10시까지 퇴근 못하고 기다릴때도 있다"며 "연말 개인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파격적으로 지급하는 등 힘든만큼 보상도 따르기에 오히려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정이 넘치는' 일터 조성에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월 2ㆍ4째주 수요일을 '한국을 바로 알기 데이(day)'로 지정하고 한국영화 등을 함께 관람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또 한인원로 초정 경로잔치 등 한인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빈민어린이 돕기 등에도 적극 나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권 지점장은 점점 크고 있는 베트남의 주식시장까지 욕심내고 있다. 경제가 회복단계에 있다지만 거대한 주식시장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은행이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수익창구'를 개발한다는 것.

"실제 베트남에서 움직이고 있는 펀드규모가 1조2000억원인데 시티와 HSBC와 같은 외국계은행들이 서로 나눠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배 아프지 않습니까. 많은 절차가 남아있지만 한국계 은행들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KB국민은행 역시 글로벌 리딩뱅크로서의 도약을 위해 베트남을 전진기지로 삼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핵심역량을 이전하고 현지화 영업을 펼치기에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하고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에 지점 설치를 위한 승인신청을 마친 상태로, 내년쯤이면 지점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점 설립 후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의 베트남 관련 여신 지원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량을 활용한 현지 PF에 참여하는 데 주력하다 현지 우량 중소기업 지원 및 고소득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사업 등 점차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베트남과 인접한 캄보디아에서도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KB캄보디아은행'으로 수도 프놈펜에서 영업을 개시한지 1년도 채 안돼 1300만달러를 웃도는 고객예수금과 1300명에 육박하는 계좌를 유치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의 영업력 확대 여세를 몰아 베트남에서도 확실한 기반을 잡고 아시아 맹주은행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며 "현지인들과의 교류 확대와 현지 문화에 맞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 고품격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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