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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선순환 구조 만들어 글로벌 벤처로"

[벤처 중기가 되살아야 나라가 산다 ③]
특별취재팀 digital@inews24.com
"올해 목표는 코스닥 상장과 의미있는 해외 수출 실적을 달성하는 겁니다."

국내 벤처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 빠지지 않고 제시하는 목표 두가지가 있다. 바로 '코스닥 상장'과 '해외 수출'.

신생 업체로서 기반을 다져오는데 주력했던 중소벤처는 이제 코스닥 등록을 통해 세상에 정식으로 '커밍아웃' 할 꿈을 꾼다. 더불어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넓은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칠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과 '해외 수출'은 기업의 생명줄인 '자금'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벤처는 태생부터 운영까지 자금 조달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급랭한 코스닥 시장…꼬리물고 이어지는 '자금난'

자금 조달의 고민은 벤처 창업 때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2009년 벤처기업협회가 국내 벤처기업 2천55개를 대상으로 창업시 애로사항을 살펴본 결과 창업자금 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66.5%로 다른 항목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자금조달에 대한 목마름은 이미 기업을 운영중인 벤처기업도 마찬가지. 지난해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 경영애로사항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이 73.6%, 자금조달·운영 등 자금관리의 어려움이 67.3%로 1, 2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KAIST 교수는 "안철수연구소 설립후 2-3년간은 자금난이 심각해 매달 월급날이 오면 직원들 월급 줄 걱정에 두려웠다"며 "그 때는 3개월치 직원 월급이 통장에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소망이었다"고 회고했다.

국내 벤처업계 CEO들은 "자금 조달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벤처라도 제2의 도약을 꿈꿀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진출 기업의 경우 자금 의존도는 더욱 크다. 해외에서 10년이상 기반을 닦은 업체라도 지속적인 자금난에 부딪히면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YNK재팬 최종구 대표는 "해외 진출시 초기 1-2년은 무조건 자체 자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라며 "지난 10년간 일본에 진출한 벤처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는데 단기간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는 자금조달 및 회수를 위한 중요한 창구가 바로 코스닥과 프리보드 시장이다. 생존의 고비를 넘기며 기반을 다진 벤처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확보한다.

확보된 자금을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고, 신규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총알을 장전한 벤처는 비로소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벤처 사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수가 이를 방증한다.

2009년 말 확인된 벤처기업수는 1만8천893개. 벤처 버블기였던 지난 2001년 1만1천392개를 크게 웃돌 정도로 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코스닥 시장과 프리보드 시장에 등록된 벤처기업은 모두 합해도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빙하기인셈.



지난 2001년 코스닥 시상에서 벤처기업의 비중이 50.3%로 과반수에 달했으나, 이후 점차 감소해 2009년 말에는 27.9%로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는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 경기 침체 여파와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최근의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 저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닥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도 한풀 꺾였다는 것.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인 국내 중견 SW업체 사장은 "지난 2년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는 갖췄지만, 적당한 시기가 오지 않아 잠정 연기했다"고 말했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던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업체 T사는 코스닥 상장으로 목표를 바꿨지만, 안팎으로 불어닥친 경영난에 결국 코스닥행을 잠정 미뤘다. 국내 X인터넷 분야를 주도하며 일본 직상장을 노렸던 SW업체 T사도 해외 직상장은 무리라 판단, 코스닥행으로 목표를 전향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을 시도하는 벤처가 나오고 있지만, 전체 벤처기업 증가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벤처 자본 선순환 구조 확립해야"

특히 벤처기업들의 정규 시장 진입을 위한 예비시장인 프리보드 시장의 경우 수년간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면서 시장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프리보드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허만율 연구위원은 "프리보드 시장에 진입해도 기업 홍보, 신인도 제고, 자금조달 등의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유망기업은 기피하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과 비교해 보더라도 벤처기업의 제도화된 장외 시장인 프리보드 시장이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간에 과열된 벤처 붐은 벤처캐피탈의 과당 경쟁을 초래하고 벤처 투자의 기대 수익률 하락과 코스닥 시장의 급랭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장외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벤처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벤처의 공통된 목표인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지구력'과 '체력'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최근 히타치시스템엔서비스를 통해 일본에 진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X인터넷솔루션 업체 투비소프트 최창환 일본 지사장은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보면 1-2년 해보고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력이 되지 않는 기업은 애초 해외 진출을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외 문을 두드려야 한다"며 "국내 동종 기업 업체와 손잡고 현지에 공동 진출하거나, 현지 시스템통합(SI)기업 등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영업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과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을 동시에 석권한 넥슨재팬의 최승우 대표는 "해외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진출 초기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에서 처음 벤처를 설립했던 마음으로 체력과 지구력으로 밀어붙이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연구원 이미순 책임연구원은 "벤처기업은 수출, 현지투자 등의 형식으로 해외부문에 진출하려는 글로벌화 성향이 일반 중소기업보다 강하다"며 "어떤 요인들이 해외 진출 기업의 경영성과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어떤 경영 위험에 당면하고 있는지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글로벌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강호성 기자, 정병묵 기자, 서소정 기자, 임혜정 기자, 김도윤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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