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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해법은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해법은
아시아합작 진출후 세계 노크

◆ 미디어빅뱅 ④ ◆

미디어법(방송법, 신문법, IPTV법) 통과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폭스, 타임워너, 디즈니 등 세계적 미디어 기업 성공 모델을 한국 미디어산업 현실에 맞게 적용한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본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방안 연구`와 정윤식 강원대 교수가 발표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지원방안`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후 서구 등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과 같이 협소한 시장에서 규제에 의해 잘게 쪼개진 미디어 기업이 뉴스코퍼레이션(폭스그룹) 같이 방송사업(플랫폼)과 콘텐츠 수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무리이며 스마트(Smart)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드는 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외국에 독자 진출하기보다는 2~3개 국가가 참여하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출하는 방안이 낫다는 것.

이는 방송 콘텐츠가 한류와 같이 완성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일회성` 단품 수출에 그치는 것을 막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라는 문화 장벽(문화 할인 효과)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로 MTV, HBO, 스타TV, CNBC 등 글로벌 미디어는 처음에는 외국지사 형태로 접근하다 2~3년 전부터는 현지 미디어 기업과 제휴 또는 합작을 통해 현지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합작 법인이 설립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 통용되는 프로그램 기획이 이뤄질 수 있고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할 수 있어 글로벌화가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최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인 중국은 최근 한류 프로그램에 적대적이고 정부 차원에서 쿼터제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 미디어그룹(상하이 그룹) 등과 공동으로 케이블과 위성에 투자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분석이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들기 위해 중국(홍콩 대만 등)과 인도에는 조인트 벤처를 통해 진출하고 일본에는 케이블TV,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서는 콘텐츠 영상 산업 분야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 모태가 되는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프로덕션이 방송 콘텐츠 제작ㆍ유통을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종합편성ㆍ보도채널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ㆍ유통 전 과정을 운용할 수 있는 선진국형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이란 NBC유니버설, 소니, 폭스, 디즈니와 같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후 다수 제작사에서 프로그램을 납품받아 시장에 유통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같은 스튜디오 시스템은 한국이 내세우는 첨단 IT 기술과 접목하는 것도 용이하다.

한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미디어 재정 정책(민영 미디어렙, 광고 정책, 수신료 개선)을 만들고 매체 간 전략적 제휴와 합종연횡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적 재정 없이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모델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윤식 교수는 "미국 5대 미디어 기업(비아컴, 타임워너, 뉴스코프, 디즈니 등)은 상호 자금을 빌려주고 소유물 교환, 상호 이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BBC도 루퍼트 머독이나 미국 자본 크라운캐슬과 공동 투자를 하기도 한다"며 "한국에서도 이 같은 모델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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