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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디어 도약 관건은 콘텐츠

글로벌미디어 도약 관건은 콘텐츠

 

콘텐츠산업 지상파에 종속유명제작사도 적자 신세
지상파ㆍ독립제작사 경쟁 유도해 양질의 볼거리 늘려야

 

미디어빅뱅 (5) ◆

 

 

 

 

 

"다큐는 조작이고, 예능은 표절이고, 드라마는 막장인 것이 한국 방송 현주소입니다. 국민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표현하지 못하는 방송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원고에 없는 발언을 하며 비참한 한국 방송 현실을 지적했다. 조작된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예능은 표절 논란에 항상 휩싸이며, 드라마는 `막장`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시청률`에만 사로잡혀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KBS는 지난 3월 방송한 다큐멘터리(환경스페셜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내용 일부가 조작됐다는 논란이 불거졌으며 SBS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 중 일부 내용이 일본 TBS 방송 `5분 출근법`을 표절한 데 이어 제작진이 거짓말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현재 불어닥친 `방송의 위기`는 경영이나 사업의 위기에 앞서 `콘텐츠의 위기`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미디어법(신문법, 방송법, IPTV) 통과에 따라 종합편성ㆍ보도전문 채널이 최대 3개까지 늘어나게 됐지만 기존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하면서도 새로운 `볼 만한 방송 콘텐츠`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1992 12월 개국한 SBS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5 1월부터 2월까지 방송된 24부작 대하드라마 `모래시계`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SBS `
모래시계`는 당시 60%에 육박한 시청률로 SBS가 서울 지역에서 벗어나 전국 방송으로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광고비 측면에서도 KBS MB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질 좋은 볼거리(방송 콘텐츠)가 새로운 미디어의 운명을 가른다`는 명제는 현재 방송 콘텐츠 산업 현실을 봤을 때 `이상`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 MBC S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와 CJ 온미디어 MBN 등 주요 채널사업자 그리고 일부 독립 제작사를 제외하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이 국내 제작 프로그램 수요와 제작을 독점하고 있어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을 분리하기 어렵고 제작과 유통마저 지상파에 종속된 형태로 존재하는 현실은 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이 `후진국형`이란 오명을 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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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개에 달하는 독립 제작사는 특정 기간에 1~2개 프로그램을 제작 인원 5~15명으로 제작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자본금이 1억원 미만이고 제작 인력이 10명 이하인 영세 제작사 비율은 60%를 넘는다.

프로그램 기획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하거나 혹은 독립 제작사에서 개발했더라도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방송사에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넘기고 제작비 형태로 보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립 제작사뿐만 아니라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드라마 제작사도 지상파에 종속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
가 최근 매각한 드라마 제작사 `올리브나인`이 대표적이다.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히트 드라마를 연이어 제작한 스타 독립 제작사다. 그러나 2005 `파리의 연인`이 히트했음에도 6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007년 주몽도 히트했지만 또다시 영업적자 62억원을 기록했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 제작자인 김종학 감독도 독립 제작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 최근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종학 감독이 방송사에서 독립해 설립한 김종학프로덕션은 2007년 태왕사신기를 성공시키며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흥행작품에 대한 외부 기대와 달리 경영 성적은 좋지 못했다. 스타 배우와 뛰어난 원작을 동원해 작품을 만들어 내던 김종학 감독마저도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결국 상장 2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제작사가 만들어낸 콘텐츠 저작권을 방송사가 독점하고 있는 구조 때문에 광고료 등 수익은 지상파가 챙겼다. 외국 유통이나 DVD 제작, 케이블TV 재판매 등에서도 제작사가 가져가는 저작권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한 독립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가 원하는 스타들과 계약을 하려면 당초 계약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때가 많다" "외국 로케나 세트 증설 등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제작사 몫이라 수익을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미디어법 개정으로 탄생할 새로운 미디어는 지상파의 약탈적 계약관계와 근원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튜디오형 제작사`를 키우고 주문형방송(VOD), IPTV 등 다중 매체를 활용해 `개방형 방송`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와 민간이 조성할 예정인 10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펀드 운용에서 독립 제작사와 채널사업자(PP)에 우선권을 배정해 지상파 방송사와 경쟁을 유도하고 2012년 디지털 전환에 맞춰 고화질(HD) 콘텐츠 제작 환경도 지원해야 한다. 김영용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방송시장에서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라며 "결국 질 좋은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가 늘어나야 국내 방송시장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손재권 기자 / 최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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