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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융합, 알맹이가 없다?

융합, 알맹이가 없다?

제7회 STS 네트워크 포럼 ‘융합 담론과 실천’

2011년 12월 12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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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대학교 목암홀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서울대학교 과학문화연구센터 공동주관으로 열린 ‘2011 제7회 STS 네트워크 포럼 - 융합 담론과 실천’ 에서는 ‘이론상의 가능성과 실천상의 장벽에 관하여’ 란 주제를 가지고 융합의 허와 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제7회 STS 네트워크 포럼 - 융합 담론과 실천’ 이 목암홀에서 진행되었다  ⓒScienceTimes

요즘 사회 이곳 저곳의 화두는 “융합”과 “혁신”이다. 특히 융합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생각돼 마치 도깨비 방망이인양 모든 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욱 박사는 주제발표에서 융합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융합은 과연 속이 꽉 찬 알맹이가 맞는가?”

“융합, 마법 램프는 아니다”

“이런 상황은 융합이 기존의 방법들로 돌파할 수 없는 성장의 장벽을 넘어서 색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돌파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박 박사는 “사람들은 융합 연구가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융합적 해법을 융합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생각해 마치 마법 램프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며 “지난 10년간 융합에 대한 용어조차 통일이 되지 않는 상황” 임을 지적했다.

▲ 주제 발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욱 박사가 맡았다  ⓒScienceTimes

담론의 측면에서 이런 문제를 야기한 원인으로 박 박사는 먼저 "융합 담론 형성 시 외국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추상적이고 애매한 융합 개념과 이론을 가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어 "우리가 융합을 논할 때 융합을 도구로 인식하여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만을 바라보았다"며 “융합의 모습에 대한 고민의 부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인문계-이공계 간 교류와 같은 넓은 범위의 융합 보다는 이공계 사이에서의 융합만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이 야기된 것.

융합을 시도하는 방법에 있어도 문제는 있다. 박 박사는 하드웨어적 융합에만 머물러 센터나 연구소 같은 커다란 주머니 속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집어넣고 연구를 시키는 소위 ‘큰 주머니 방식’이 서로의 접점에서 아이디어를 발생시키긴 하지만, 대부분 각자 연구만 할 뿐,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울뿐인 제도, “가장 큰 장벽”

담론적 측면을 벗어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박 박사는 상이한 특성을 가지는 학문들은 단순히 인접학문이거나 이론이 비슷하다고 융합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들며 무분별한 융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지금 융합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고 전공 학생들도 이를 활용할 무대가 마땅치 않아 취업 걱정을 하고 있어, 소위 '개인적 인센티브의 부제' 또한 융합 실천의 장벽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조직과 제도다. "여러 융합 전문 조직들이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학문 체계가 공고해 그저 이름만 있을 뿐이며, 융합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 및 대학에서도 분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박 박사는 이를 “가장 큰 장벽”이라 말했다.

끊임없이 논의되는 ‘융합’

이런 문제제기에 이어, 각계 전문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융합을 이야기하고 논의를 통해 해답을 얻어나가는 과정으로 ‘라운드 테이블’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라운드 테이블에는 융합전문가들이 융합 담론에서 실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를 좌장으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강남준 교수,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임경순 교수, 한양대 철학과 이상욱 교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 임경순 교수  ⓒScienceTimes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임경순 교수는 융합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라고 말했다. 문화적으로 통일된 기반 없이 제도적으로 섞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며, 이런 맥락에서 인문계와 이공계의 문화도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융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방법론적 접근에 있어서, 임 교수는 학제 융합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후 타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다른 분야를 깊이 알아가면서 접합 방법과 융합 접점이 보인다는 것.

한양대 철학과 이상욱 교수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면서 자신의 분야에 권위를 갖는다는 것이 진정한 실력 함양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융합이 현재는 구체적 해답을 바라는 문제해결의 중심도구로 사용되지만, 문제 중심적으로 융합을 바라봐야만 해결에도 색다른 방법이 드러나는 융합의 특성이 나타날 것이라 주장했다.

▲ 장대익 교수  ⓒScienceTimes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는 융합을 규정하고 정의내리는 일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잘못 사용될 때 융합 담론의 권력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융합은 한 가지의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최고의 목표나 결론이 아니라 각자가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다양한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끝으로 융합은 내용이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과 태도의 문제로 생각해야 하며, 학부에서 이를 훈련한 후 오히려 대학원 이상에서는 전문화되고 깊이 있는 자세로 연구를 해야할 것이라 주장했다.

융합에 대해 올해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내년으로 이어진다. 포럼에 관한 정보는 STS 네트워크 포럼의 온라인 카페 (cafe.naver.com/stsforum)에서 얻을 수 있다.

박정렬 객원기자 | iwillcrew@nate.com

저작권자 2011.12.1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