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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재… 이야기를 잘 해야

21세기 인재… 이야기를 잘 해야

애플, 제록스, LG 등 스토리텔링 지식경영

2011년 12월 08일(목)

> 창의·인성 >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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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앨빈 토플러에 이어 차세대 미래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저서 ‘A Whole New Mind(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인재 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정보화사회에서는 왼쪽 뇌 중심의 논리적 능력,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능력을 필요로 해왔지만, 미래에는 오른쪽 뇌 중심의 창조 능력,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어 21세기에 필요한 인재 상을 나열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스티브 데닝(Steve Denning)이다. 그는 '조직 내 이야기하기' 운동의 창시자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지식관리 부서장으로 일하면서 지식을 담고 전달하는데 스토리(story)를 사용함으로써 세계은행을 지식관리 선구자로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잡담 속의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화

스토리텔링의 대가로 통하는 스티브 데닝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 꿈마저도 스토리 방식으로 꾸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휴게실에 떠돌아다니는 ‘커피 브레이크 스토리’ 들을 모으면 훌륭한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  ⓒScienceTimes

실제로 지금 주요 기업들 사이에는 스티브 데닝의 방식을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록스(Xerox)는 일상의 스토리들을 통해 기업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제록스는 내부 조사를 통해 기술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매뉴얼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신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스토리를 통해 휴게실 커피자판기 옆에서 잡담처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제록스는 이렇게 휴게실에 떠돌아다니는 ‘커피 브레이크 스토리’ 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아진 스토리들을 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베이스의 이름은 ‘유레카(Eureka)’로 명명했다.

결과는 놀라왔다. 유레카로 인해 구성원들의 학습 능력이 급격히 향상됐고 업무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상담 전화를 받을 때 우물쭈물 거리거나 시간을 끄는 일도 줄어들었다. 제록스의 수석 연구원인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은 유레카를 통해 매년 1억 달러 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 LG CNS도 최근 스토리텔링을 활용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ALP(Active Learning Program)프로젝트 스토리’라는 교육 과정을 개발했다.

제품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담당하고 관리하며 책임을 지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자신이 맡았거나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데 스토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PM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 교육생들에 제시하고 교육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스토리로 만들어 프로젝트에 대해 상호간 간접체험을 하게 된다.

애플은 80년대부터 스토리텔링 광고

현대기아차 그룹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병이 이루어진 후, 각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회사 측은 모든 부서와 그룹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각 부서와 그룹사를 대표할 수 있는 스토리를 하나씩 제작했다. 이 스토리 속에는 업무 내용은 물론 일하는 방식, 문화 등이 담겨 있었다.

애플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애플은 자신이 단순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애플은 이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는데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왔다.

1984년에 애플은 ‘맥킨토시’를 세상에 소개하기 위해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고전 ‘1984’의 내용을 패러디한 광고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에는 두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인물은 애플과 IBM을 상징했다.

빨간 숏팬츠를 입고 커다란 망치를 든 여성으로 대변되는 애플이 획일적인 시스템을 강요하는 독재자, IBM에 대항한다는 내용의 이 광고를 통해 애플은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세상에 보여주고 있었다. 무미건조하고 기계화된 방식이나 관습에 맞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업이 곧 애플이라는 이야기였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의 광고에서도 세상에 큰 변화를 준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목사 등과 같은 위인들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들의 스토리에 애플을 연결시킴으로써 애플 역시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LG경제연구원 송주헌 연구원은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의 내용이 진실해야 한다는 것. 억지로 갖다 붙이는 식의 스토리는 오히려 식상함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스토리를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이렇다’라는 형식으로 전달하면 구성원들은 반발심을 갖게 되거나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나면 안 되고 조직 내에서 끊임없는 순환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스토리를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12.0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