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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칼럼 Outside] 유럽발 위기, 아시아도 심각… 시급히 내수중심 구조로 바꿀 때

[Weekly BIZ] [칼럼 Outside] 유럽발 위기, 아시아도 심각… 시급히 내수중심 구조로 바꿀 때

  •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겸 모간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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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12.03 03:13 / 수정 : 2011.12.03 04:01

선진국 시장 수출 GDP 대비 44% 수준
미국과 유럽은 경제회복 위해선 아직도 먼 길 가야
아시아 국가들은 美·유럽의 성장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어

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겸 모간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
세계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3년 만에 두 번째다. 2008년엔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올해엔 유럽 국가 채무 위기다.

수출 주도 경제를 운영해 온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상황을 강력한 경종(警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경제적 충격이 거듭된 사실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미국·유럽 경제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은 민간 소비가 극도로 저조한 상태다. 2008년 이후 15분기 동안 실질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0.4%에 그쳤다. 세계 최대 소비 국가인 미국의 소비가 이렇게 약해진 일은 없었다. 자산 거품이 터지자 부채를 갚느라 소비를 못 하는 상태에 빠진 탓이다. 소비가 회복되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심각한 성장 둔화를 겪으며 휘청댈 것이다.

유럽도 비슷한 결과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위기에 휩싸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은 이미 불황에 빠졌다. 독일·프랑스의 경제성장도 위협받고 있다. 긴축 재정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총수요를 억제할 것이다. 자본 부족에 빠진 은행들은 대출을 축소할 것이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2012년 GDP 성장률 전망을 0.5%로 하향 조정했다. 유럽 경제가 불황으로 접어드는 문턱에 서 있다는 뜻이다. 이 전망이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이미 높다.

이렇게 힘겨운 국제경제 상황 속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도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도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린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픽=오어진 polpm@chosun.com
아시아 경제는 미국·유럽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욱 힘들어지는 구조가 심화됐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4% 수준이었다. 위기 이후 10년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외환을 쌓기 위해 노력을 집중했다. 경상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수출 주도 경제를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2008~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직전 아시아 국가들의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까지 치솟았다. 10년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만큼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과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화됐다.

이렇게 거시경제 구조가 수출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탓에 2008~2009년 경제 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급격한 경기 둔화를 겪거나 즉각적인 불황에 빠지는 곤란을 겪었다. 앞으로 수개월 뒤에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2008~2009년 위기 당시 크게 줄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최근 GDP 대비 44%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3년 전과 같이 외부 수요가 축소될 경우 다시 경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태다.

국가별로 살펴보자. 중국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아시아 국가의 경제 구조를 대표하는 사례다. 작년 중국은 수출 총액의 38%를 미국·유럽에서 이뤄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유럽이 어려움에 빠지자 중국의 수출도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31%였다. 올해 10월 이 수치는 거의 절반 수준인 16%로 떨어졌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수출이 3% 감소를 보였다. 최근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출 감소가 발생한 것이다.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는 한국대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도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8월 44%나 되던 수출 증가율이 2개월 만에 11%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시아 경제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다. 선진국 경제가 부진해도 아시아 경제는 번영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아시아 국가들의 GDP 성장이 전반적으로 무뎌진 상태에서 디커플링을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강력한 국내 투자로 수출 감소를 상쇄하며 소프트 랜딩(soft landing)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유로존이 붕괴하고 유럽 경제가 대폭발을 겪을 경우 이런 기대도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아시아 국가들은 3년 만에 두 번째 경종을 들었다. 이번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경제 회복을 위해 먼 길을 가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의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더 이상 선진국에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 인구를 기반으로 거시경제 구조를 적극적으로 변환해야 한다. 내수(內需)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低)성장, 고용 부진, 사회적 불안을 껴안고 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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