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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Weekly BIZ] [Art&BIZ] 正祖·스티브 잡스를 보라… 21세기의 경쟁력은 미적 감각

[Weekly BIZ] [Art&BIZ] 正祖·스티브 잡스를 보라… 21세기의 경쟁력은 미적 감각

  • 김순응·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입력 : 2011.12.03 03:12 / 수정 : 2011.12.03 03:31

김순응·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
산업사회에서의 성공조건이 금욕주의를 바탕으로 한 근면과 검약이라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였다면 정보·지식·문화사회에서의 성공은 새로움과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21세기의 경쟁력이 예술에 있음은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위대한 미국'은 예술에서 나온다고 믿은 케네디는 예술의 성취가 기업이나 정치의 성취만큼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윈스턴 처칠은 '굿 디자인 운동'을 펼쳤으며 마거릿 대처는 각료들에게 "디자인을 모르면 물러나라(Design or resign)"면서 디자인 산업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1월 23일 브뤼셀에서 사상 최대의 '예술기금조성계획(Arts Funding Program)'을 발표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창조 유럽(Creative Europe)'이다.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조달해 예술 산업 부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 위기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쇠 유럽을 회생시킬 방책을 예술에서 찾자는 것이다.

조선 정조시대에 건축된 수원 화성의 모습. / 조선일보D

일찍이 정조는 수원 화성을 건설하면서 디자인에 노심초사했다. 이를 못마땅해 하는 신하들이 "적과 싸워야 하는 성을 왜 이리 아름답게 지어야 합니까?"라고 볼멘소리를 하자 정조는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에서의 성공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얼마나 아름답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사회에서 이는 아티스트의 몫이었다. 여기에 가장 성공한 천재가 바로 피카소다. 금세기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사람인 스티브 잡스는 산업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예술가다.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는 자신을 예술가로 여기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시대의 전형적인 사업가였다. 피카소가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사업가가 되었을 것이다.

대학을 자퇴한 잡스는 평소 배우고 싶었던 캘리그래피(Calligraphy·서체학) 강의를 들으면서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 잡스는 "그것은 아름답고 역사적이며 예술적으로 오묘한 것이어서 과학은 포착할 수 없는 것으로, 나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잡스의 일탈이 그와 인류 역사에 이처럼 큰 축복으로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잡스는 최고의 디자이너였다. 그는 디자인을 물건의 외양(外樣)으로 드러나는 핵심적인 영혼(fundamental soul)이라고 했다. 로댕이 브론즈를 주물러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었듯 잡스는 기계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예술가들이 애플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창조력에 열광하는 것은 거기에 잡스의 영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제품은 마치 미술품처럼 가진 사람의 신분 상징이 되어버렸다.

잡스는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 그는 늘 "사람들은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면서 "내 제품을 원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고 외쳤다. 피카소는 말했다. "성공이란 항상 대중에게 아첨하는 자만이 누리는 것이라고 어디에 쓰여 있는가? 나는 타협하지 않고 어떤 난관에 처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잡스는 여느 천재 예술가들처럼 신처럼 창조하고 신처럼 지배하고 노예처럼 일했다.

21세기의 경쟁력은 생산성이 아닌 감수성에서, 합리성이 아닌 창조성에서,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아닌 예술적 가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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