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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이사람] “‘정신의 유골’ 자서전 통해 삶 성찰”

[이사람] “‘정신의 유골’ 자서전 통해 삶 성찰”

한겨레 | 입력 2011.10.04 20:11

[한겨레] '영혼도서관' 설립 추진하는 이기웅 열화당 대표


치열하게 산 이들 책 계속 펴내


"한줌 재 대신 고인 인생기 보관"


문화센터 기능포함…내년 개관

"제대로 된 자서전을 보기 힘들어요. 대부분이 자기과시, 자기합리화 투성이죠. 자서전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술서적을 주로 펴내는 출판사 열화당의 이기웅(72·사진) 대표는 최근 뜬금없이 옛 인물 자서전을 잇따라 펴냈다. < 민영완 회고록 > (2010)에 이어 세 권으로 낸 < 김익권 장군 자서전 > 이 그것이다. 앞책은 일본 간사이 성서신학교 재학 중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펼치다 옥고를 치르고, 해방 뒤 기독교인들의 일제협력을 회개하는 '고려파 진리운동'에 참여하였으며, 평생 개척교회를 전전하며 전도와 교인양육에 힘썼던 민영완 목사(1918~2009)의 치열한 삶을 기록한 것이다. 뒤책에는 일제학병,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의 전신)를 거쳐, 육사 생도대장·37사단장·5사단장·육군대학 총장 등을 거쳐 소장으로 예편한 김익권(1922~2006) 장군의 삶을 담았다.

두 책의 주인공들은 '신독'(愼獨)을 신조로 하여 남이 보지 않아도 옷깃을 여미는 심정으로 조상과 역사에 부끄럼없이 살고자 했던 이들이다. 이들의 자서전 역시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대어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김익권 장군은 이 대표가 학생군사교육단(ROTC) 2기로 전방부대 소대장으로 복무할 때 사단장이었던 인연이 있다.

"자서전 쓰기는 조금 긴 묘지명인 셈이지요. 자기 묘지명을 스스로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루하루 함부로 살 수 있겠어요?"

경기도 파주의 열화당 건물에는 자서전 전시장이 있다. 이 대표가 모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자서전·평전·회고록 등이 진열돼 있는 곳이다. 그는 제대로 쓴 자서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했다.

이 대표의 자서전 펴내기는 '영혼 도서관' 설립으로 확대됐다. 영혼도서관은 자서전을 고인의 정신적 '유골'처럼 보관·전시하는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곧 정신의 납골당인 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무기물 한줌을 보관하기보다는 텍스트로 기록된 완벽한 삶을 보관함으로써, 기일이면 유족들이 모여 고인의 자서전을 읽으며 고인을 기리고,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서관은 현재 민현식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최근 콘셉트를 만들었다. 자서전 쓰기 교육을 할 수 있는 문화센터 기능도 갖출 예정으로,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쯤 파주 출판단지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 본연의 진정성에 이르게 되지요. 그 방안으로 자서전 쓰기운동을 제안합니다."

이 대표는 "개개인이 늘 정리하는 삶을 살면 역사가 달라질 것"이라며 그 자신도 조금씩 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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