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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II] [위크엔드]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조선 여행'

[수도권II] [위크엔드]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조선 여행'

입력 : 2011.11.17 23:12

['역사와 자연의 보물섬' 강화도 나들이]
'145년만의 귀환' 특별전… '왕실 행차' 등 시대상 보여줘, 1866년 프랑스가 약탈해 가
고인돌·해안가 진지도 볼만, 발길 따라가면 역사와 만나… 약쑥·순무 등 특산물도 인기

가을이 깊어가는 강화도에서 '외규장각 의궤(儀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작한 이 전시회가 이번 주말(20일)이면 끝이 난다. 원래의 고향을 찾아온 의궤지만 전시회가 끝나면 서울 중앙박물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주말에는 강화도를 찾아 조선왕실 의궤를 보고, 강화 특산물인 속노랑고구마도 먹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즐겨보자. 강화도는 의궤전이 아니어도 언제 가든 좋은 곳이다. 인천관광공사도 11월의 관광지로 강화도를 추천했다.

세계기록유산인 외규장각 의궤

의궤 전시회는 강화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 임금이 왕실 관련 자료들을 보관하기 위해 강화도에 만든 시설이다. 궁궐에 있던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전란 등으로 나라에 큰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왕실의 중요한 자료를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의궤란 '의식(儀式)의 궤범(軌範)'이란 말로 '의식을 치르는 데 규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이다. 국가와 왕실의 여러 의식이나 행사에 대해 그 준비과정부터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의궤는 왕이 보도록 제작한 어람용(御覽用)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분된다. 외규장각에 있던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으로, 내용뿐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최고의 수준을 보여준다. 조선왕조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해 그 가치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20일까지 강화역사박물관에서‘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이 열린다. 학생들이 왕실의 의식을 보여주는 의궤를 보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그런데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침범한 프랑스군은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이곳에 있던 의궤 등 중요한 자료들을 약탈해갔다. 그 뒤 우리에게는 그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재불학자 박병선씨가 그곳에 의궤가 보관돼 있음을 알아냈다. 그때부터 우리 정부는 프랑스에 꾸준히 반환을 요구했고, 올해 초 반환 협정에 서명해 지난 5월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뒤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두 달 동안 전시회를 가졌으며, 그에 이어 고향인 강화도에서 첫 전시회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유다.

전시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한 곳에는 외규장각 의궤 21점이, 다른 곳에는 외규장각터에서 발굴된 유물 20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소가 좁아 강화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거나 희귀본 중심으로 전시물을 선정했다고 강화군은 밝혔다. 가장 오래된 의궤인 '풍정도감의궤'와 왕의 화려한 행차를 보여주는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오전 9시~오후 6시에 문을 연다.

강화에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 있다. 관광객들이 고인돌을 보고 있다. /김용국 기자

관람료는 어른 1500원, 학생 1000원. 단체(30인 이상)는 어른 1200원, 학생 800원.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와 강화읍내를 지나 15~20분 정도 직진하면 고인돌 공원 안으로 역사박물관이 나온다. 문의 (032) 934-7887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

강화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유적을 만난다. 단군왕검의 전설이 서려 있는 마니산부터 시작해 국내 지석묘의 대표격인 부근리 고인돌을 비롯한 150여점의 고인돌, 천년 고찰인 전등사,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불심(佛心)으로 물리치고자 했던 대장경의 제작지(선원사지), 조선시대 해안 경비를 책임졌던 12진·보(陣·堡)와 53개 돈대(墩臺)…. 유적뿐 아니라 바다와 산을 함께 할 수 있고, 약쑥·순무·속노랑고구마 같이 특이한 지역 특산물도 많아 강화도는 관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발길 닿는 데로 다녀도 좋지만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의미를 알아보며 다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강화군이 '강화도 시민연대'와 함께 개발해 만든 10개 코스의 강화나들길 중 하나를 택하면 어렵지 않게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 각 코스마다 다른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유적지 등을 묶어 돌아보며 걷기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짧게는 3시간 반, 길게는 8시간 정도 걸린다. 어느 길이든 다 특색과 의미가 있다. 길 중간중간에 나들길 표지판이나 리본·스티커가 붙어 있고,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있어 이를 따라 다니면 된다. 강화나들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강화군 관광개발사업소(032-930-4331)나 군청 홈페이지(tour.ganghwa.incheon.kr)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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