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학으로 주목받는 '상상공학'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매지니어
2011년 08월 31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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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IT산업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확보하도록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조만간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등에서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3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상상력, 창의력 같은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의 세계 IT시장을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비록 중퇴하기는 했지만 잡스는 애플의 제품을 설명할 때 가끔씩 자신이 철학을 전공했음을 상기시키며 "애플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IT 산업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만이 이런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 이유는 당장의 성과에만 매달리는 기업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라서 그런지 소프트웨어 작업을 비효율적인 업무로 치부하여 기능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해외의 선진업체들은 국내 기업들과는 달리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기반을 마련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기업 중의 하나로 디즈니를 꼽을 수 있다. 디즈니에는 '이매지니어(imagineer)'라고 불리는 직업이 있다.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를 디즈니에서는 이매지니어라 부른다.
이매지니어는 그야말로 디즈니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나타낸 셈이다. 디즈니는 단순히 기술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엉뚱한 상상력을 가진 이매지니어가 미래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이매지니어의 임무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술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작년에 개최된 서울디지털포럼 2010에 참석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해 디즈니가 기존에 갖고 있던 콘텐츠 스토리텔링 지식재산권을 바꾸는 사람들이 바로 엔지니어들인데 이런 엔지니어들이 모여 현재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에 어울리는 디즈니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이매지니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디즈니의 엔지니어들이 이매지니어(Imagineer), 즉 '상상공학자'가 된 셈이다. 꿈과 상상력, 기술의 3박자 '상상공학' 상상이란 말의 사전적인 뜻은 몰랐을지라도 어린 시절 누구나 본능적으로 터득했던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책을 읽고 만화를 보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 안의 상상적 존재가 그대로 또는 변형된 형태가 되어 내 옆에 나타나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상상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은 나이가 들면서,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면서 대부분 퇴색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꿈꾸던 상상들은 어른이 되면 추억으로 묻어야만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일찍 눈을 뜬 선진국과 선진기업들은 당장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도 당대의 첨단 엔지니어링 기술을 상상력에 접목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는데, 그러한 상상력과 엔지니어링의 결합을 최근에는 상상공학(imagine engineering)이라고 부르며 미래학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21세기는 상상력의 시대다.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직접적인 생산수단이 되는 것이다.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했을 때 앞서 말한 디즈니의 사례처럼 기술은 문화가 돼 더 큰 꿈과 상상을 불러오게 되고 엄청난 산업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꿈과 상상력, 그리고 기술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그 접점을 선과 면, 나아가 공간으로 확대해 나가는 그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저작권자 2011.08.31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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