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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전남 콘텐츠 뱅크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

전남 콘텐츠 뱅크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 김기훈


디지털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각종 정보 자료를 온라인으로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최근 국내외 도서관은 대부분 디지털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사용자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추세는 자료를 축적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축적된 자료에 대한 활용도를 범국가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세계디지털도서관(World Digital Library)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유럽지역의 도서관을 디지털로 연계한 유로피아나(Europiana)가 구축되었다. 국내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아, 한중일 3국의 지식정보를 통합하여 아시아권 지식정보와 문화유산 공유를 확대하는 ‘한중일 디지털도서관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방대한 디지털정보를 아우르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데이터베이스, 즉 자료를 잘 축적하고 정리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보관 능력일 것이다.

자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프랑스에서는 수십년전부터 구축했던 데이터베이스가 디지털시대를 통해 더욱 크게 빛을 발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어 언어사전 편찬을 위한 보조작업으로 시작된 FRANTEXT는 프랑스 문학 데이터베이스로 정부 주도하에 20여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1960년대 시작된 이 작업은 1980년대 이후 컴퓨터를 이용해 획기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프랑스 중요 학문분야를 총괄하는 자료창고가 되었다. 이제는 초기의 용도를 벗어나 문학, 역사, 사회학 등 다양한 연구분야의 내용이 교육현장, 국가 주요 업무에 활용되며 그 가치를 더욱 크게 높이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이미 익숙한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이처럼 설명을 펼치는 것은 문화산업의 후발주자로 나선 전남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자원 콘텐츠, 관광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등 전남 특화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전남의 경우, 이제는 콘텐츠의 데이터베이스화에 대해 논의해야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그동안 날것의 문화원형을 콘텐츠화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잘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콘텐츠를 관리하고 보급하는데 신경써야한다.

중앙정부차원에서 추진해왔던 문화원형 발굴사업 또한 올해부터는 방향이 전면적으로 변화되었다. 그동안 창작소재 발굴 및 디지털콘텐츠화가 사업의 주요사항이였다면 이제는 사업화와 보급을 논하는 단계이다. 올해 문화부가 추진하는 문화원형사업은 개발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문제 해소, 사용자 환경 개선, 디지털화 사업홍보가 주요 내용이다.

아직 문화산업의 초기단계인 전남에서 콘텐츠 보급과 사업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잘 만드는 것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양질의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여 가칭 ‘전남 콘텐츠 뱅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모국어를 지키고 아끼고자 하는 프랑스인의 문화적 자존과 국가주도의 체계화에 의해 시작된 FRANTEXT는 디지털시대 도래에 따라 빛을 발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와 질서에 부합하는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 즉 문화콘텐츠를 더욱 가치있게 하는 방법은 그것을 잘 관리하고 정리하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전남의 우수한 자원을 토대로 개발된 콘텐츠가 잘 정돈되고 관리되어 2차, 3차 활용되면 그 값어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광남일보 11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