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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CEO

"한국은 멋진 나라… 근데 서점은 어디있죠?"

"한국은 멋진 나라… 근데 서점은 어디있죠?"

도시평가하는 英잡지 '모노클' 발행인 브륄레 "한국, 문화 선진국 되려면…"

조선일보 | 김미리 기자 | 입력 2011.04.22 03:08 | 수정 2011.04.22 05:16

지난 1월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나의 멋진 한국의 비밀(The secrets of my brilliant Korea)'이라는 제목의 칼럼 하나가 실렸다. 승무원 유니폼·빈대떡·옥수수차·인디밴드 '윈터플레이'·잡지 등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은 한국만의 소프트파워(softpower) 10가지를 '주식회사 한국이 수출할 상품'으로 소개한 글이었다.

↑ [조선일보]타일러 브륄레

칼럼을 쓴 사람은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Monocle)'의 발행인 겸 편집장 타일러 브륄레(43). 영국 BBC와 가디언에서 기자로 일하다 1997년 디자인과 패션을 접목한 잡지 '월페이퍼'를 창간해 미디어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스위스 항공·노키아 같은 유명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도 맡았다. 모노클은 문화부터 정치·경제까지 아우르는 잡지로 매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랭킹을 발표해 영향력을 다졌다. 브륄레는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자주 왔고 "영화 '올드 보이'와 소녀시대를 사랑하는" 지한파(知韓派)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엔 '주식회사 한국'이 문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콕 집어냈다. 지난 12일 현대카드 가 주최한 트렌드 세미나 '슈퍼토크' 참석차 방한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브륄레가 꼽은 한국의 첫 번째 개선 사항은 '서점'이었다. "김포공항의 세븐일레븐에서 잡지를 사곤 했는데 그마저도 다 치웠더라. 인천공항 GS25에선 조그만 진열대에 한국신문 5개와 영자지 2개만 있었다. 홍콩 이나 싱가포르 · 일본 공항에 가면 스무 걸음마다 서점이나 커다란 가판대가 나온다. 공항뿐만 아니라 도심도 마찬가지다. 서점은 그 나라 문화를 보여주는 척도다." 그는 " 대만 에선 24시간 문을 여는 예쁜 디자인의 서점도 있다. 서점을 보기 위해 일부러 대만을 찾는 이도 있다"며 "소소하지만 그게 문화"라고 했다.

둘째는 문화적 '친밀감(intimacy)'. 그는 "오세훈 시장 주도로 서울이 바뀌는 건 긍정적이지만 그저 나무 심고 자전거 도로 늘린다고 해서 디자인 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조그만 레스토랑과 가게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이태원 골목처럼 포근하고 인간적인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브륄레의 또 다른 주문은 '한국성(Koreaness)'이었다. "한국은 남(다른 나라)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자신을 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보단 한국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문화를 대해야 한다. 특히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 한국성이 요구된다."

그는 "문화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유유자적한 삶(easy life)을 즐기며 돈을 버는 신세대 기업가도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에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1위 은행에 입사하는 것보다 스테이크를 가장 잘 굽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삶을 즐기겠다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홍대 앞에서 카페를 하며 일을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 한국도 그런 문화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미주의 CNN, 중동 의 알 자지라, 영국 BBC 등 각 지역을 대변하는 미디어가 있는데 아시아만 없다"며 "한국이 아시아를 대변하는 미디어를 만들 타이밍"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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