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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창의성의 기반은 동시적 사고 예술과 과학, 심리학, 건축이 만난 현장 방문기

창의성의 기반은 동시적 사고 예술과 과학, 심리학, 건축이 만난 현장 방문기 2011년 04월 21일(목)

창의력과 상상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창의적 지식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과학과 예술은 창조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에 ‘과학예술융합교육(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이 강화되는 등 과학과 예술의 융합 바람을 타고 탄생한 예술작품과 그 안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알아보는 ‘Science in Art’를 연속 게재한다. [편집자 註]

Science in Art 예술가들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들 사이의 숨은 관계

(Hidden relation)를 직관적으로 포착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창조적 상상력은 기존의 사고와 관행을 깨트리고 현실의 벽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질서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현시대의 키워드, ‘융합’이라는 코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전시가

사비나 미술관에서 진행됐다. 과학, 심리학, 건축이라는 현대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제로 예술가와 과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융합해 나갔는지, 또 그

속에서 어떤 창의적인 시너지 효과가 전시를 통해 나타났는지 그 현장을 찾아간다.

동시적 사고가 창의성의 기반

사비나 미술관의 우선미 큐레이터

와 MSC 브레인 컨설팅 안진훈 대표

는 “융합과 창의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창의성은 무의식적인 통찰

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주어진 조건

하에서 모자이크적인 병치를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오기도 한다”며 입을 모았다.

그들은 이러한 모자이크적인 병치를 통해 예술가적 상상력이 어떤 결과물로

도출되는지에 주목했다. 또한 정신분석학과 건축, 생활 과학 기술이 예술과 결합된

형태의 작품들로 도출돼 이를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형성된 창의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그들은 판단했다.

안 대표는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우뇌의 산물”이라며 “우뇌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을 만큼 큰 시각적 렌즈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이 두 대상 사이를 잘 연관시키는 연합적 사고(associative thinking)를

잘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뇌적 인지능력이 바로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것.

과거에는 서구의 좌뇌적 사고를 기반으로 진행된 근대화와 과학화가 주를 이뤄 지식

축적과 지식 팽창의 과정을 겪었지만 이제 지식 축적이 정점에 달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다시금 동양의 우뇌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욱 복잡·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재조직화

하거나 서로 융합해서 풀어야 할 현실적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안 대표는 “좌뇌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직선적이고 순차적인 사고(sequential thinking)

를 잘하는 반면, 우뇌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동시적이고, 고간적인 사고(spatial

thinking)사고를 잘한다”며 “여기서 동시적 사고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이 동시적 사고가 바로 융합적 사고의 플랫폼이요, 우뇌적 창의성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예술작품 속의 현대기술

▲ 채미현 작가의 ‘하루(One Day)’ 


채미현 작가는 레이저를 이용한 작품을 만든다. 그녀는 “레이저를 이용하긴 하지만

이는 생명성을 가진 추상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는 물질이 많이 뭉쳐져

있고 순도 100퍼센트에 가깝다고 작가는 말한다.

레이저는 의학에서 시술이나 수술로도 활용되고, 단단한 것을 자르는 절단기로도

활용된다. 이 뿐인가.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것을 조각하기도 한다.

먼지 같지만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비너스 조각도 만들 수 있다.

작가는 단파장을 가진 레이저 빛으로 하루 24시간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4개의 창문을 각각 밤, 새벽, 낮, 저녁으로 구분하여 가장 편안한 창밖 풍경을 보면서

 다양한 빛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자문을 맡은 과학문화진흥회 김제완 이사장은 “원자를 보면 원자 속에

전자가 있는데 이는 안정된 상태에서는 돌기만 한다”며 “이것에 자극을 줘서 나오는

것이 곧 빛”이라고 설명했다.

▲ 전지윤 작가의 ‘A couple men’ 


▲ 전지윤 작가는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했다. 


이번 전시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은 바로 앱 아트 작품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되는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전지윤 작가는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해 어플을 통해

전시된 사진을 스캔하면 또 다른 겹쳐지는 영상인 증강현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요즘 가장 각광받는 아이폰을 현대미술에 적용해 아이폰이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미술품과의 소통까지도 유도한다. 강재현 전시팀장은 “이는 IT과학이 발전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작품 속까지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아이폰을 통해 보여줘 의외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정승 작가는 멀티탭의 용도를 180도 바꿔 버렸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마치

자연사박물관의 거대한 공룡의 척추뼈처럼 보인다. 그리고 바닥에서 엎드려 바둥

거리는 아이 같이 느껴지는 작은 선풍기를 통해 작가의 위트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멀티 탭과 선풍기를 전혀 새로운 낯선 모양새와 쓰임새

로 변형시켜 관객의 역발상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 정승 작가의 ‘Multi Complex’ 


건축가가 만드는 예술작품

실제 건축가인 고기웅 작가는 “건축 작업을 하면서 도면에 무엇인가를 그리면,

그것은 실제로 구축이 안 된 상태이므로 그 자체는 비물질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작가는 도면 위의 정보들을 토대로 한 건축의 다차원적인 그리드 시스템으로

가상의 공간을 구획했다. 그리드 시스템은 격자와 삼각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즘은 동물 패턴까지도 그리드 시스템으로 쓴다.

▲ 고기웅 작가의 ‘도면으로 만들어진 Ⅱ설치 전경’ 


▲ 고기웅 작가의 ‘도면으로 만들어진 Ⅱ’ 


도면 위의 내용은 단지 약속된 기호들을 이용한 기호적 측면이므로 그는 도면을

비물질이라 칭하며 “오히려 공기와 빛 등이 원자를 가졌으므로 물질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그는 실제 건축물을 생성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시발점, 즉 아이디어의 스케치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려고 했다. 그런데 작품에서 단순한 네모박스 형태를 프로젝션

시키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란다. 때문에 처음 의도는 실제 설계한 건물의 도면을

단면으로 잘라서 해보려고 했지만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가상의 공간을

구상했다. 공간적으로 변화가 다양한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때문에 작품에서 ‘건축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보다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전해졌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만나면


사비나 미술관 측은 전시에 앞서 각 세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들을 모아 워크숍을

진행했다. 강재현 전시팀장은 “작품이 어떠한 방식으로 도출될 지 전문가들과 토론

함으로써 서로에게 발상의 전환을 가져다 줬다”며 “이를 엮어 전시로 풀어내면서

관람객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융합 전시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융합에 대한 개념을 좁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에 관객이 접근하기 용이한 소재로 섹션을 나누고 각 섹션에 맞는 작가를

 선별했다. 강 팀장은 “이번 전시에는 15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그 이전에 50~60

명의 작가를 찾아 일일이 주제에 부합되는지 체크하면서 작가를 추려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출품작을 결정하게 되는데 주제에 잘 부합되는 기존의

작품을 출품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주제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강 팀장은 “비록 시간상의 제한으로 작가 이면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는데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렵게만 생각하는 과학 분야를 예술적인 요소를 접목해 관람객에게 재미

와 흥미를 준 것 같다”며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지나칠 수

있는 과학을 볼 수 있어 보람차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전시를 소개하면서 전시장에 QR코드를 섹션마다 설치해 관객이 코드를

스캔하면 전시에 대한 설명과 참여 작가들의 각자 작품 소개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로서 관람객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 관객의 호응도가 높았던 QR 코드 

이지연 기자 | ljypop@kofac.or.kr

저작권자 2011.04.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