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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TV 싸움, 2라운드 돌입…국제인증·콘텐츠로 승부 판가름

3D TV 싸움, 2라운드 돌입…국제인증·콘텐츠로 승부 판가름
기사입력 2011.04.16 16:54:14 | 최종수정 2011.04.16 19:15:0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셔터글라스방식으로 3D 화질을 구현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 필름패턴편광방식을 도입한 LG전자의 시네마 3D TV.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 기술방식을 둘러싸고 벌인 치열한 논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지만 결과적으로 톡톡한 홍보효과를 거둬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D TV의 기술방식을 두고 전례 없이 거친 말로 상대방에 대한 기술 우위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심지어 삼성전자 임원의 ‘욕설’ 논란으로 법적인 문제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논란으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3D TV의 판매량은 전체 TV 판매량 대비 25%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통계는 다나와 사이트를 통해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오픈마켓에 접속해서 구매한 양으로 산출됐다. 이에 따르면 3D TV는 지난해 12월까지 전체 TV 판매량의 1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3D TV 논쟁이 본격화된 3월에 14%까지 증가했고 4월엔 20%대로 올라섰다. 이런 현상은 전자제품 판매점인 하이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마트에서는 116.8㎝(46인치) 이상의 LED TV 중에서 3D TV 판매의 비중이 지난해 4분기 31%에서 올해 1분기 45%로 증가했다. 하이마트 측은 “기술 논쟁 이후 판매대에 와서 직접 차이를 묻는 등 3D TV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물론 하이마트와 다나와의 통계는 일부 판매점의 현황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서치 등 국제적인 시장조사기관의 1분기 판매량은 4월 말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당초 올해의 3D TV 시장규모를 1800만대로 예상했지만, 최근 이 수치를 2160만대로 늘렸다. 디스플레이서치 측은 “세계 1, 2위 TV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한 경쟁과 신경전으로 3D TV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당초 예상보다 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3D TV 판매가 늘어난 데에는 양사의 기술경쟁뿐 아니라, 보급형 모델을 내는 등 가격 인하 영향도 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D TV는 300만원 넘는 고가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LG전자의 시네마 3D TV는 119.4㎝(47인치)가 20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출시됐다. TV 구입 시 3D 안경을 6개 제공하고, 안경의 추가구입 비용도 개당 1만원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3D TV인 D6500, D6400 등도 200만원대의 보급형 모델이다.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분기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다나와를 통해 판매된 규모만으로 산출하면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방식(잠깐용어 참조)의 3D TV는 지난해 12월까지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올 3월 LG전자의 시네마 3D TV에 밀려 30%대까지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LG전자는 3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셔터글라스방식 3D TV가 올해 3월 12.12%까지 하락했다가 2월에 출시한 필름패턴편광방식(잠깐용어 참조)의 시네마 3D TV의 점유율이 급증해 57.58%로 올라섰다. 결국 LG전자는 3D TV의 점유율 68.7%를 기록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삼성과 LG, 어떤 차이가 있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대적인 기술시연회를 열고 양사 임원들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소비자들은 양사의 제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양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3D 기술을 TV 화면에서 구현할 것이냐 혹은 안경에서 구현할 것이냐다. 아직 기술적으로 TV 화면으로만 3D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쪽에 집중하느냐에는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TV 화면에서 3D 기술 구현에 집중했고,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안경에 집중했다. 따라서 LG전자는 안경에 박막이 씌워져 있을 뿐이고 따로 배터리가 필요 없다. 무게도 삼성의 3D 안경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10g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3D 안경을 통해 적극적으로 3D 화면을 구현한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은 “필름패턴편광방식은 셔터글라스에 이은 3D TV의 2세대 기술”이라고 밝혔다. LG전자 방식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의미다. 이런 LG의 방향성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직접 정했다. 지난해 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트윈타워 31층에 위치한 소강당에서 그룹 최고 경영진들과 함께 3D TV 시연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셔터글라스방식, 필름패턴편광방식, 3D 프로젝터 등 3D TV 신기술이 총망라됐고 구 회장 및 경영진들은 각각의 기기들을 직접 체험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TV 개발을 서두르자”는 목표를 정했다. 이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의 개발자들은 셔터글라스가 아닌 필름패턴편광방식의 3D TV 개발에 매진해 지난 1월 CES에서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측은 패널에 필름을 부착하면 필연적으로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필름패턴편광방식으로는 풀HD 영상(잠깐용어 참조)을 구현할 수 없다. 필름패턴편광방식은 시야각이 좁고, 제대로 입체감을 구성할 수 없다”고 전면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안경이 적극적으로 3D 화면을 구성하는 셔터글라스방식만이 현재로선 최고의 3D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안경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어지럼증은 콘텐츠의 문제”라고 밝혔다.

두 업체 간 공방이 치열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TV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양사의 3D TV에 대해 전문가들 평가를 종합하면 LG전자는 안경이 가볍고 값싸며 화면 깜빡거림이 없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입사각과 입체감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필름패턴편광방식과 셔터글라스방식 모두 일반인이 3D 화면을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LG 측, FPR 가격에선 우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 전쟁은 국제인증 문제로 번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4일 미국의 영상화질 전문가 조 케인이 운영하는 조케인프로덕션(JKP)에 의뢰한 결과 “LG전자 방식으로 풀HD급 화질을 구현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즉각 반박했다. LG 측은 “필름패턴편광방식 3D TV는 이미 세계적인 품질평가기관인 인터텍과 중국 제3연구소로부터 풀HD 영상을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현재 중국전자상회가 발행하는 ‘풀HD 3D’ 마크를 사용 중이다.

3D TV 전쟁 2라운드는 콘텐츠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민천홍 연구위원은 “이미 삼성과 LG는 세계 최고 수준의 TV업체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경쟁은 의미가 없다. 3D TV가 성공하려면 결국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KT스카이라이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가 보유한 3D 콘텐츠를 LG전자의 3D TV에 적용한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가 보유한 100여개의 3D 콘텐츠를 LG전자의 3D TV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3D 주문형 VOD 서비스를 시작하며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이 서비스에는 드림웍스의 영화 예고편과 국내 유명가수의 3D 콘서트, 국내 아동용 3D 콘텐츠 등 20여편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50여편, 내년까지 100여편으로 3D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잠깐용어 셔터글라스(SG)와 필름패턴편광(FPR) 방식
우리 눈에서 입체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다른 각도에서 시야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 각도의 차이로 입체감과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한쪽 눈이 실명하면 입체감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셔터글라스방식과 필름패턴편광방식 모두 TV 화면을 양쪽 눈에 다른 영상을 받아들이게 하면서 입체영상을 구현한다. 셔터글라스방식은 TV와 안경이 전자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왼쪽과 오른쪽 영상을 따로 받아들인다. 왼쪽 영상이 TV에서 나오면 오른쪽 안경을 순간적으로 차단하는 식으로 입체영상을 만들어낸다.

필름패턴편광방식은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이 TV 패널에 부착된 편광판을 통과하면서 분리된다. 상하로 움직이는 파장에 실리면 왼쪽 눈에만 보이고, 좌우로 움직이는 파장은 오른쪽 눈에만 보이는 식으로 입체영상이 만들어진다.

잠깐용어 풀HD(High Definition)
화소 수가 1920×1080 이상인 화질로 1초 동안 60프레임을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SD(일반화질) TV에 비해서는 4배, HD(고화질) TV에 비해서는 2배의 화질을 구현한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2호(11.04.20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