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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경험’ 소니, 콘텐츠 강화 ‘재도약 날갯짓’

‘몰락 경험’ 소니, 콘텐츠 강화 ‘재도약 날갯짓’



[한겨레] 유명 레코드·영화사 등 인수

하드+소프트웨어 회사 변신

“3DTV 기술차이 중요치않아”

소니 3D 기술센터 가보니

“쥐가 볼 때와 코끼리가 볼 때의 입체감은 서로 다르다.”

두 눈 사이 간격이 좁은 쥐에게 사물의 입체감은 크고, 코끼리에게는 같은 거리의 물체도 평면에 가깝게 느껴지는 원리 때문이다.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영화사 소니픽처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3차원(3D) 기술센터’의 버즈 헤이스 수석부사장은 3차원 기술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초 설립된 소니의 3디 기술센터는 3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영화·방송·스포츠 등 3디 콘텐츠 제작자들을 상대로 무료 교육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헤이스 부사장은 “3디 영상을 만들기는 쉽지만 좋은 3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두 눈간 거리가 6.3㎝인 사람의 신체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만든 영상은 두통과 긴장감을 일으킬 따름이다. 이곳에선 3디 제작 기술도 가르치지만, 정작 무게를 두는 건 기술의 장단점을 고려한 종합적 관점에서 기술 확산을 위한 선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한 예로 3디 티브이를 대하는 소니의 접근법은 사뭇 다르다. 소니는 셔터안경(액티브) 방식의 3디 티브이(TV)를 내놓으면서도 제작현장에선 편광(패시브) 방식의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센터 내 실습장인 제7스튜디오에서 촬영기술을 강의하는 매튜 블루트는 패시브 방식의 입체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서 작업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는 동시에 5개의 모니터를 보며 작업하고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촬영장면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편광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헤이스 부사장도 액티브 방식과 패시브 방식의 기술적 우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두 기술은 각각 장단점을 지닌 주관적 차원의 문제이며 3디 티브이는 2년 전 비로소 선보인 기술로 계속 개선돼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등 국내 업체가 두 기술방식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소니의 이런 행보는 소니가 기술 방식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각각의 기술이 지닌 긍정·부정적 측면을 뛰어넘어 콘텐츠를 더욱 중요시하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를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궤도수정의 배경엔 소니의 아픈 경험이 숨어있다. 지난 1980~90년대 소니가 선보인 베타방식의 비디오와 고유의 디지털음원 형식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외부개발자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이런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소니가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함께 추구하는 회사로 탈바꿈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소니는 시비에스(CBS)레코드와 컬럼비아영화사, 비엠지(BMG)뮤직 등 세계적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고, 전자제품과 음악·영화를 함께 만드는 기업으로 재빨리 변신했다. 물론 자체 보유 콘텐츠 때문에 애플의 아이튠스처럼 적극적인 외부 네트워킹에 나설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콘텐츠와 하드웨어 기술을 함께 선보이는 소니의 ‘종합전략’은 3디 환경에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소니는 지난 1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송장비전시회(NAB)에 가장 넓은 전시장을 꾸미고 전세계 방송사 등 영상제작자를 겨냥한 3디 전용 방송카메라 등 다양한 3디 장비를 선보였다. 소니코리아 양우진 부장은 “전문가용 제품은 많이 팔리지 않지만, 고난도의 기술 개발과정에서 고급기술을 축적하게 되고 이를 소비자용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블루레이 기술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적 제품에도 불구하고 잇단 실패로 삼성과 애플에 추월당한 소니가 콘텐츠를 앞세운 3디 전략으로 새 도약을 일굴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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