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콘텐츠/광고

[블로터포럼] ‘스마트’로 진화하는 전자책, 어디까지 왔나

[블로터포럼] ‘스마트’로 진화하는 전자책, 어디까지 왔나
by 이희욱 | 2011. 03. 07

전자책 시장은 다시금 꽃피울 수 있을까. 열 살이 훌쩍 넘도록 발육부진으로 속앓이를 하던

전자책 시장에도 자양분이 제대로 공급되려는 모양새다. 아마존 ‘킨들’을 시작으로 아이리버

 ‘스토리’, 인터파크 ‘비스킷’에 ‘북큐브’까지 다양한 단말기들이 서재를 통째로 들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으라고 손짓을 하는 시대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모토로라 줌 같은

 ‘스마트패드’류도 이동식 도서관 환경을 갖추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글과 그림이 적절히

배열된 책만 있는 게 아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실시간 반응하는 다양한 첨단

기법을 빼곡히 쌓은 ‘멀티미디어 잡지’도 여럿 등장했다. 이쯤되면 전자책 시장에도 볕이

드려나보다.

헌데 정말 이번에는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몸집을 불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술이, 기기가 전통 책 시장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핵심 요소는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이 ‘시장’을 만드나. 어떤 웅덩이가 길을 가로막을까. 디지털 변신을 모색하는

 전자책 시장을 들여다보았다.

  • 일시 : 2011년 3월4일(목) 오후 4시~6시
  • 장소 :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아카데미
  • 참석자 : 김병희 예스24 디지털상품팀 선임팀장, 이원규 인큐브테크 상무,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장,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 정석원 아이리버 전략기획팀 부장, 블로터닷넷 이희욱/정보라/오원석 기자

이희욱 | 요즘 전자책과 전자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보급된 것도 이런 관심을 부채질하지 않나. 출판사부터 유통업체, 솔루션 공급사와 단말기

제작사 등 관련된 분야도 여럿이다. 궁금하다. 요즘 분위기들이 어떤가?

이중호 | 요즘 전자책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다. 헌데 주변 관심만큼 사업이 활성화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우선 출판업체들 움직임을 말씀드리자면,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

회의가 한국출판콘텐츠(KPC)란 단체를 만들었다. 단행본 중심의 메이저 출판사가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김병희 | 단체에는 함께 참여하지만, 콘텐츠 문제는 각 출판사마다 따로 서점쪽과 얘기하는

 분위기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

이희욱 | 국내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인가?

김병희 | 기존 시장이 워낙 작은 편이었다. 그러니 지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는 곳은 적은 편이다. 교보문고 정도가 그나마 매출이 괜찮은 편이다.

이희욱 |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부터 킨들이나 아이리버 같은 e잉크 기반 전자책 단말기도

여럿 나왔다. 시장 견인 효과가 있지 않나?

김병희 | 그렇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스크린이 늘고 있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가 보급

되면서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다.

이희욱 | 태블릿 종류가 다양하다. 솔루션 업체 입장에선 일일이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중호 | 태블릿은 사실상 iOS와 안드로이드 OS 둘 뿐이다. 표준 포맷인 EPUB만 놓고 보면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디지털 저작물 관리(DRM) 관련 이슈가 좀 있다. 아마존은

 EPUB가 아니라 자체 포맷으로 전자책을 유통한다. EPUB는 어도비 DRM을 대부분 채택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는 인터넷서점에서 산 책을 킨들이든, 누크든, 코보든 어떤 단말기를 쓰더라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각 전자책마다 DRM을 따로 적용한다. 그건 문제다.

이희욱 | DRM은 각자 따로 적용하는건가? 표준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나?

김병희 | 기술적 문제는 거의 없지만,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다. 어느 쪽이든 자기 DRM이나 자기 정책을 가지고 판매하고 시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원규 | 쉽게 말하자면, 우리 가게에서 내 물건을 팔기 위해 내 물건을 보호하는 장치를 쓰는 게 DRM이다. 단순히 보면 DRM은 복제 방지 기술을 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예스24에서 책을 사면 여기서 제공하는 뷰어에서만 책을 볼 수 있고, 다른 단말기에서는 볼 수 없다. 암호를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서 책을 사고 싶지만, DRM을 일일이 깔아야 한다. 불편하다. 업체 이해관계만 맞으면 DRM이 소통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DRM 본연의 문제만 해치지 않는다면 판매량도 상호 교류할 수 있다.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이중호 | 유통업체가 각자 DRM을 거는 건 문제다. 디지털 권리를 복사, 인쇄, 대여할 지를 정하는 건 저작권자와 출판사가 결정할 일이다. 출판사가 처음부터 전자책을 제작해서 DRM을 걸고, 유통회사가 판매만 하는 구조였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사가 아니라 유통업체가 제작한다. 그러니 각자 DRM을

 적용해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다르다. 구매 개념이 아니라, 접속할

수 있는 권리인 라이선스를 사는 것 뿐이다. 지금은 소비자도, 유통회사도 전자책을 ‘구매’란

개념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DRM 문제도 정리돼 가는 상황이다. DRM을 호환 가능하도록 하자고 말하면, 그건

더 이상 DRM이 아니다. 하지만 협력할 수 있는 방향은 나올 거다. 최근 해외에는 DRM을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DRM 말고 HTML5를 이용해 브라우저 자체에서 해결하는 방식도

 있다. 마치 전자책을 내려받아 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희욱 |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인가?

이중호 | 근본 문제는 출판사가 직접 전자책을 제작하지 않은 데 있다. 시장이 아직 크지

않으니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기 힘든 면도 있다. 유통업체는 입장이 다르다. 시장을 빨리

키워야 할 형편이니 직접 제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석원 | 음원 시장과 전자책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음악은 디지털 변환 비용이 거의 안 든다.

 CD에 있는 음원을 MP3로 바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면 책은 디지털 변환 비용이 많이

 든다.

이중호 | 처음 기획 단계부터 전자출판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수 있다.

 국내는 제작 단계부터 종이 인쇄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이 진행된다. 배경이나 이미지,

텍스트와 페이지 번호, 머리글 같은 각 요소들을 쉽게 분리해 추출하지 못한다.

그렇게 작업한 파일을 EPUB으로 추출하려 하면 일일이 사람 손이 들어가야 한다.

이원규 | 인큐브테크는 ‘쿽’이란 디자인 편집 도구를 유통하는 국내 총판이다. 쿽으로 만든

디자인 작업물을 곧바로 전자책으로 변환할 수 있는 솔루션 비즈니스를 해왔다. 지금까지는

 회사 내부 작업에만 써왔는데, 3월20일께 일반인을 위한 제품이 나온다. 쿽으로 작업한 걸

출판사가 직접 EPUB으로 변환해 전자책을 만드는 도구다. 지금은 유통사가 전자책을 직접

제작한다. 출판사가 원본 파일을 서점에 주면 그들이 전자책 파일을 만든다. 종이책은

출판사가 찍어내면 어디서 팔든 다 똑같은 책이 나간다. 그런데 전자책은 유통사마다 조금씩

 다른 책이 판매된다. 전자책 과정에서 배경이니 이미지 등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가 계속 발전하는 만큼, 좀 더 쉬운 방법이 나올 걸로 예상한다.

김병희 | 옳은 말씀이다. 지금은 유통사가 전자책을 만들다보니, 전자책 품질 관리를

출판사가 아닌 유통사가 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전자책 관련 고객 문의를 출판사가

아닌, 우리가 받고 있다.

이중호 | 쿽이나 어도비 인디자인에도 작업물을 EPUB 형식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이 적용

되고 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원본 디자인이 EPUB 변환에 친화적으로 디자인되지 않는

데 있다. 종이인쇄 프로세스에 맞춰 작업이 되기 때문이다. 공동 제작을 하거나 출판사를

지원해서 쿽이든 어도비든 손쉽게 EPUB 형태로 변환할 수 있도록 공동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 공용 DRM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로드맵을 짜서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장기영 | 종이책 기반 출판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종이책 매출은

줄어들고, 현재로선 전자책이 종이책을

상회하는 매출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저작권 문제도 원활하게 확보돼 있지

않다. 최근 부쩍 늘어난 게 1인 출판사다.

이들은 대개 종이책이 아니라 처음부터

전자책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이들은 똑같은 EPUB인데 유통사마다

서로 호환이 안 되는 문제를 호소한다.

유통사들이 전자책을 등록하고 올려

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답답해한다.

전통 출판사는 종이책과 전자책 사이에서 갈등하고, 1인 출판사는 유통이 매끄럽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하고, 유통사는 매출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고민한다. 아직은 단합해 산업을

 키우자는 것보다 각자 이해 지점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문화관광부가 2월부터

유통사, 출판사, 협회, 관리기관이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전자책 관련 산업

 이슈 정리하고 조정할 부분을 해결하자고 만들었다. 이런 문제들이 어느정도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이희욱 | 출판사에서 문제를 먼저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김병희 | 지금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편집자에게 종이책은 거의 예술적으로 보일

만큼 편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편집은 편집자의 의도가 들어가는 과정이다. EPUB은

그에 비하면 보기에 밋밋하다. 출판사 편집자 입장에선 눈높이에 못 미친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이중호 | 종이책과 전자책은 다르다. PDF는 종이책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모바일 화면에서 PDF는 단점이 있다. EPUB은 EPUB대로, PDF는 PDF대로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편집자는 종이책을 만들듯 전자책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둘은 다른 상품이다.

장기영 | 콘텐츠 공급자가 전자책을 제작해 보급하는 게 정착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지금까지는 유통사가 제작 대행을 했다. 그러다보니 지금 제작 시스템에서는 유통사가 직접

 만드는 게 빠르다. 신생 출판사들은 EPUB 도구를 다루는 데 아직 서투르다. 시간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었으면 될 일이지만, 전자책 시장이 커지다 보니 매끄럽지 못하게 흘렀다.

기존 출판사의 보수성, 종이책과 전자책의 딜레마, 저작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병희 | 예컨대 주식관련 서적은 종이책처럼 그래프가 정확한 위치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전자책으로 제작하다보면 이런 배열이 어긋날 수도 있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이런

게 견디기 힘들다. 전자책 표지 구성과 페이지 편집 등에 대한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EPUB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하반기까지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영 | 국내 출판시장에 변화가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하는 시스템으로

발빠르게 나가는 출판사도 등장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앞으로는 많은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맞는 패러다임이나 자체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으로 판단한다. 하반기가 되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희욱 | 출판사가 내는 종이책을 모두 전자책으로 만들 필요가 있나?

김병희 | 그럴 이유는 없다. 예스24는 <반지의 제왕> 1권을 무료로 배포했다. 장편소설은

1권 정도는 맛뵈기로 제공해도 되지 않을까? 책 라이프사이클안에 전자책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중호 | 전문서적은 전자책으로 만들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소설류는 전자책으로 만들기에 좋다. 아무래도 전문서적은 계속 들여다보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편집 의도를 통해서 의미를 파악하는 성격이 짙다. 반면, 한 번만 읽고 손에서 떼놓는 소비성 콘텐츠도 있다. 소비와 소유의 분리 현상이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희욱 | 그런 면에서 만화가 태블릿에서 자주 소비되는 콘텐츠 아닐까.

이중호 | 만화 시장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국내에선 공식적으로 만화를 전자책으로 살 수 있는 곳도 찾기 어렵다.

이원규 | 우리나라 만화시장을 보자. 예전엔 동네마다 만화 대여점이 있었다. 만화책은 대여점에서 빌려 보는 대상이지, 돈을 내고 사서 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금은 전국 만화대여점이 많이 사라졌다. 600곳 정도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포털은 만화를 정액제로 판다. 그러다 보니 만화 작가들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게다가 불법 스캔한 만화책도 인터넷에 널렸다. 몇백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일일이 텍스트 파일로 쳐서

인터넷으로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영 | 북스캔 문제도 있다. 요즘은 저가 고속 스캐너도 많이 나왔다. 독자는 자기가

소유하는 종이책을 이미지 파일로 바꿔 가지고 다니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출판산업계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독자의 열망을 좋은 방향으로 모아서 보여줘야 한다.

김병희 |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기 전에, 제값을 내면 전자책을 쉽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고속스캐너가 있다고 하지만,  재단기에 넣어서 썰고 몇시간

걸리는 작업이다. 수평이나 보정 작업도 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방법 대신, 돈을 내고

기분좋게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MP3 음원 공유 문제처럼 흘러가선 안된다.

이중호 | 개인이 자기 책을 스캔해 혼자 보는 건 괜찮다. 문제는, 스캔한 파일을 판매하는 데

 있다. 이런 불법 공유가 두렵다면, 처음부터 전자책을 고려하는 게 낫다. 그런 점에서 대학

전문서적은 처음부터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좋은 대상이다. 대학가에서 이뤄지는 교재 불법

복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책의 특성에 따라서 전자책으로 나오는 게 있고 종이책으로

나오는 게 있을 거다.

이희욱 | 음악산업에선 DRM을 적용하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출판업계도 DRM을

푸는 대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식의 아이디어는 없을까.

이중호 | 출판사가 DRM을 포기하기엔 산업 기반이 아직은 약하다. 미국은 일부 출판사가

DRM 없이 유통하는 사례가 있다. 이들 출판사는 DRM은 없애는 대신, 워터마크를 단다.

소비자는 DRM이 없으면 다양한 플랫폼에서 읽을 수 있다. 출판사는 워터마크를 적용해

만일에 발생할 불법 공유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DRM을 푸는

건 해외에서도 아직 신중하게 접근하는 추세다.

요즘은 ‘소셜DRM’으로 가는 분위기다. 아마존과 누크가 이미 시작했고, 반즈앤노블도

합류했다. 종이책은 사서 다 읽은 다음에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전자책도 예컨대 산

다음 아는 사람에게 14일 동안 빌려주는 식이다. 처음 반즈앤노블이 이 모델을 시작했을 때

아마존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독자 호응이 좋자, 지난해 말부터 아마존도 이 모델을

도입했다. 회원끼리 전자책을 서로 빌려보는 웹사이트도 있다.

이원규 | 전자책을 서로 빌려보는 건 모든 출판사가 동의한 사례인가?

이중호 | 동의한 출판사만 한다. 메이저 출판사는 일부만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이희욱 |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전자책 단말기가 많이 나왔다. 인터파크가 선전을 많이 했다.

요즘 단말기 관련 현황은 어떤가?

정석원 | 전자책 단말기는 태블릿과

 e잉크, 두 종류로 나뉜다. 집중해서

읽기에는 e잉크가 좋다. 눈에 피로도도

덜하다. 그런데 e잉크 디스플레이

기술 자체를 소수의 회사만 갖고 있다.

PVI라는 대만 업체와 LG디스플레이

등 몇 곳이 있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가격이 높은데 공급자는 소수인 구조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기술은 발전한다. 그동안 전자책

단말기 기술은 10년동안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최근 4·5년 사이에 시장에 본격 출현했다. 현재 국내 전자책 단말기 가격은 20만원대다.

앞으로 2·3년 뒤면 비슷한 효과를 주는 유사 기술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가격대가 내려갈 것이다.

아이리버는 전자책 시장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LG와 디스플레이 관련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전자책 단말기 제품 2개를 출시했고, 올해 2분기에 3번째 제품을 내놓는다. 단말기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이중호 | 사실 아이리버나 인터파크, 북큐브 같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에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상당한 위험을 안고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으니까. 아마존 킨들처럼 오랜기간 준비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내놓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책 단말기 가격은 아직 비싼 편이다. 10만원대 밑으로 내려가면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킨들은 정독하기에 알맞은 모델이다. 일반 단행본을 읽을 때는 태블릿보다 e잉크로 읽는 게 가독성도 좋고 피로도도 덜하다.

정석원 | 여러 업체가 e잉크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2·3년 안에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희 | 국내는 인터넷 환경 자체가 전자책 시장에 친화적이지 않다. 킨들에서는 검색해서

책 구매까지 3단계면 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하다고 느낄 정도다. 한국은 여러 문제로 결제

과정이 복잡하다. 액티브X 인증 절차도 있고.

이희욱 | 정부가 전자책 관련 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 업계 반응은 어떤가?

장기영 | 과거에 비해 지원 정책이나 예산 규모가 늘었다.

이중호 | 정부 지원책 중 서점 활성화 같은 정책은 현실과 거리가 좀 있다고 본다. 미국 대형

서점 체인인 보더스도 얼마 전 경영난을 넘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취지는 좋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정석원 | 전자책과 전자출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예전보다는 많아지고 커졌다.

이희욱 | e잉크 방식 디바이스 말고도, 기존 콘텐츠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들도 자연스레

전자책 영역으로 진입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들 있다.

이중호 | 해외는 이미 움직임이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국제 정세를 심층 보도한 기사를

정리해 킨들에서 판다. TED도 벌써 4권 정도 전자책을 출시했다. 이제 출판사냐 아니냐 하는

식의 콘텐츠 경계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정석원 | 뉴스코프가 아이패드용 잡지로 내놓은 ‘더데일리’를 보라. 책인지 웹사이트인지

모를 정도다. 영상과 광고가 신문보다 잘 만들어졌다. 1주일 구독료도 0.99달러로 싸다.

이원규 | 우리나라도 ‘비슬‘이라는 웹사이트가 얼마 전 오픈했다. 북릿 형태로 제공되는

콘텐츠 오픈마켓이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자료를 발췌해 전자책 형태로 제공하고 가격도

대체로 싼 편이다.

이희욱 | 인큐브테크는 전자책 관련해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나?

이원규 |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읽을 수 있는 각종 뷰어를 만든다. 올레이북에

플랫폼에 우리 솔루션이 들어갔고, 예스24와 주요 도서관에도 전자책 뷰어와 DRM을 공급한다.

요즘은 EPUB을 손쉽고 빠르게 만들고픈 욕구가 강하다. 종이책 나온 뒤 이를 앱으로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 앱과 종이책을 동시에 제작하는 식으로 쉽고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나오게 되는 이유다.

이희욱 |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엔 화려하고 다양한 효과를 가미한 태블릿용 인터랙티브

잡지에 눈길이 더 끌린다.

이중호 | 보기는 좋은데, 돈이 되느냐가 문제다. 이런 앱을 제작하려면 보통 1~2천만원은 들게 마련이다. 앱스토어에 지불하는 수수료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유료 다운로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지 고민되는 게 당연하다. 국내 콘텐츠를 앱으로 만든다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게 맞다. 다국어를 지원하는 식으로. 앱 제작만 놓고 보면 디자인이나 인터랙티브 기술 면에서 우리나라가 더 뛰어나다. 앞으로는 전자책도 멀티미디어 요소를 가미할 수 있게 된다. EPUB 드래프트3이 이미 나왔다. PDF나 EPUB 파일에 오디오·동영상을 집어넣고 간략한 애니메이션도 가미해 종이책과 차별화할 수 있다.

이희욱 | 전자책 시장 규모나 기술·정책적 이슈를 떠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상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이중호 | 그런 면에서 킨들 싱글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킨들 싱글즈에서 제공되는 책들은 대개 60~100페이지 분량의 책들이다. 현실적으로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전자책으로 읽기는 쉽지 않다. 소설류는 스토리가 있어 모르겠지만,

일반 책은 쪼개고 나눠서 출판할 수 있다. 앞으로 챕터별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 전제는 제작 단계부터 전자책 변환을 고려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종이책 중심으로 편집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영 | 소설도 몇백 페이지를 전자책으로 읽는 건 호흡이 다르다. 전자책을 챕터별로

축소해서 나눠 파는 게 맞다. 톨스토이 부활을 전자책으로 읽어보라. 끝이 안 보인다. (웃음)

이원규 | 종이책은 소유, 전자책은 소비 형태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 싼 값을 치르고 빨리

읽고 소비하는 형태로 전자책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정석원 | 음악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유하려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앨범을

사고, 소비하려는 사람은 월정액을 내고 스트리밍해 음악을 듣는다.

이중호 | 지금같은 전자책 형태가 오래갈 것 같진 않다. 최근 해외에서 시도되는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예컨대 킨들은 노트를 공유한다. 자기가 읽은 책에 밑줄을 치고, 이를 다른

이용자와 공유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책 내용 수정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인터랙티브하게 교신하면서 콘텐츠도 조금씩 바뀐다. 지금의 전자책 형태도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다.

이원규 | 교육용 단말기 측면에선 듀얼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도 있다. 태블릿을 학교

수업에 활용하는 방안인데,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보니 학생들 통제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교육부도 그 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PC나 태블릿,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다. 스마트패드가 교육 시장에 도입되고 거기서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는 문화가 일반화되면, 자연스레 전자책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파이핑하기         싸이월드 공감 
, , , , , , , , , 
http://www.bloter.net/archives/52470/trackback
이희욱
블로터닷넷 소셜웹팀 팀장 asadal입니다. '우공이산'(http://asadal.bloter.net)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사회적 웹서비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오픈소스, CCL 등을 공유합니다. asadal@bloter.net, 트위터(@asad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