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라이쉬 우송대 교수 "연암 작품엔 한국인 해학·풍자 담겼죠"
박지원 소설 10편 첫 영문 번역
입력: 2011-02-21 17:17 / 수정: 2011-02-2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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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학생들이 읽을 만한 한국 고전소설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연암은 18세기 조선 사회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풍자해 아주 재미있습니다. '양반전''허생전''호질'을 읽고 나서 한국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 10편을 영어로 번역한 《The Novels of Park Jiwon》(서울대출판문화원)을 펴낸 엠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우송대 교수(46 · 사진).일본어 · 중국어에 비해 서툴다면서도 인터뷰 내내 유창한 한국말 솜씨를 뽐냈다.
예일대에서 중문학,도쿄대와 하버드대에서 동양비교문학을 공부한 그의 주 전공은 한문학.이번 소설집도 연암의 중국 기행문집인 《열하일기》 등에 실린 소설을 한문에서 영어로 옮겼다. 한글본은 참고용에 그쳤다. 그는 원문을 충실히 풀어내면서도 각주나 주석을 통해 조선의 사회상과 제도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양반전'과 '허생전'등은 1980년대 후반 한국인이 번역한 적이 있지만 연암의 단편소설 12편 중 망실된 2편을 제외한 전부를 완역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단히 쉬운 영어만 쓴 건 아니고 문학성과 학술적 완성도를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영어로 옮겼어도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이야기의 질감은 그대로 살아있다. '양반전'에서 평민 출신의 부자가 가난한 양반의 신분을 사기로 하고 고을 원님으로부터 양반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과 권리에 대해 들은 후 내뱉는 말."What are you trying to do to me here? Make me into some sort of a bandit?(원님은 지금 나한테 무얼 하라는 게요. 도적이 되라는 겁니까. )"
미국인인 그가 중국 일본 한국의 고전 문학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글자마다 담긴 의미를 찾아내고 과거 여러 시대의 모습을 되살려 놓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 초 아시아계 학생들이 전교생의 80%를 차지했어요. 그때부터 막연하게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가졌죠.대학에서 중국 문학을 전공하고 대만과 일본 한국 등지에서 유학하면서 더 좋아졌고요. 박지원은 당대 학자들과 달리 과학이나 기술,중국과 서양의 신문물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한국 근대 학문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어요. 소설에 거지와 미망인 등을 등장시키고 잘못된 사회제도는 신랄하게 비판했죠.하지만 절대적으로 누가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한 점이 돋보입니다. "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두 남매를 뒀다. 한국 이름은 '이만열'.14년 전 장인이 지어주었다. 2007년부터 우송대에서 일본학과 다문화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하버드대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을 때였어요. 재미교포를 제외한 미국인 수강생이 학기 초에는 다섯 명이더니 한 학기가 지나니까 저 하나만 남더라고요.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20년 후 '한국 전문가'가 나올 수 있어요.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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