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책지원/입법

' 말 많은' 게임 사전심의제! 콘텐츠 생산도 문제

' 말 많은' 게임 사전심의제! 콘텐츠 생산도 문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서 한 목소리
입력 : 2011.02.15, 화 19:33                
                                                        
'사전심의제 이전에 어떤 제도가 완성도 높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김성식·강승규 의원이 주최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심의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15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약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됐다.

정부와 기업, 개발자, 게임 이용자까지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현행 사전심의제는 문제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특히 "게임법과 청소년보호법이라는 이중 규제가 해소되어야 자율심의제가 의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문화부 당국자는 "셧다운제를 모바일 플랫폼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는 견해를 밝히며 "예외 조항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중"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 '게임심의제도가 문제는 많지만 창의적 콘텐츠 생산이 먼저'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 김성식 의원,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방안 고민하자"

토론을 주최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지만 아마추어 게임제작자에 대한 벤처 지원제도 예산이 줄어드는 점을 고민하다가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대기업, 공기업 일자리는 5만개에 지나지 않지만 창의적인 콘텐츠가 좀 더 많은 일자리와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토론 자리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는 단순히 모바일 등 플랫폼 확대에 대한 법안 대처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날 질의응답을 통해 토론자들에게 "현행 사전심의제도가 게임 개발자에게 규격화된 자기 검열을 강요하면서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지, 게임제작자가 어떤 방법으로 게임의 유해적인 부분은 줄이고 완성도 높은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잡도록 보완할 수 있을지 사회적 시스템을 고민하자"고 주문하며 논의의 폭을 넓혔다.

그동안 국회 차원에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유통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오픈 마켓에 게임 카테고리를 열 수 있는 방안 등 기술 확대에 대한 대처법안을 고민하는 자리는 많았지만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 심의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정부·기업·개발자 "현행 사전심의제 문제 있다" 한 목소리

이 날 토론회에선 아마추어 게임제작동호회 운영자를 비롯 일명 '주차장 지붕' 사건으로 화제가 된 애플 앱스토어용 게임 제작사 대표, 문화체육관광부·게임물등급위원회·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 학부모 단체 대표 등이 참여해 산업·문화적인 맥락에서 게임의 역할을 모색하고 다각도로 제도적 개선방안을 고민했다.

발제를 맡은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을 생산·수출하는 국가는 대부분 자율심의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개방형 시장에서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게임물을 일일이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며 다양성을 훼손하고 문화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율심의제는 본격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사회적 책임성을 어떻게 나누고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것인가를 같이 논의하지 않고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자율심의제의 전제 조건으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현행 게임법은 비영리로서 교육·학습·종교·공익적인 홍보활동을 하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모든' 게임물에 대해 사전 심의제를 적용하고 있다.

김민규 교수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발달과 함께 소비가 생산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행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소규모 비즈니스에 대한 요구 또한 증가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 본연의 속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영리 게임물에도 사전심의제를 적용하는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해선 거의 모든 토론자가 한시 바삐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덕영 바르시아 스튜디오 대표는 오픈마켓에 등급분류 심의를 거친 게임을 등록하는 데 불편을 호소하고 "어제 마침내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했다"며 "사람들이 왜 게임을 하고 게임에 중독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대표는 "사회가 게임 말고 사람들에게 다른 성취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닐지 좀 더 넓은 차원에서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예외조항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셧다운제' 등의 규제법안을 만드는 대신 좀 더 사회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영진 게임개발커뮤니티 '니오팅' 운영자는 "국내에서 개발·유통되는 게임의 95%를 기업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게임 시장은 개인 개발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사전심의제 폐지로 개인제작자에게 게임을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심의기관에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사후신고제로 운영해도 규제기관에서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게임법·청보법 이중 규제 해소돼야 자율심의제 논의 의미있다"

물론 이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전창준 게임물등급위원회 정책지원팀 부장은 "오픈마켓 등에 올라가는 게임물 전체가 문화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사행성 게임, 청소년 게임이지만 상식선을 넘어가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 등이 현재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그러나 전창준 부장 역시 "실무자로서 (사전심의제) 대상에 일체의 예외가 없는 현행 게임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부장은 "사전 등급분류에 적절치 않은 게임물을 하위법령에 정한 바에 따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등급분류 예외를 좀 더 강하게 할 수 있는 독립법안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이런 법안이라도 신속히 처리가 되면 스마트폰용·플래시·개인용 비영리게임물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창준 부장은 "등급분류 제도를 자율화하려거나 수위를 낮추려면 필연적으로 셧다운제 논의가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하는 '등급분류'를 없앨 경우, 게임의 등급분류 업무가 청소년보호법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해매체물 제도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개정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사전심의제도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다.

패널로 참석한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 역시 "'규제가 강력해도 좋으니 규제를 한 곳에서 감독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다니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사무국장은 "모든 미디어에는 조금씩 문제가 있으며 게임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 역시 실업·핵가족화·교육의 문제 같은 사회 저변의 문제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현행 제도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든 법"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가장 쉽게 생각하는 규제가 가장 위험한 규제"라며 "게임은 하나의 문화고 어떻게 문화로 만들어갈지 각 주체가 역할부담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문화부 "'셧다운제' 모바일 플랫폼 예외조항 추가 고려중"

이기정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현재 양쪽 부처(문화부·여성가족부)가 다 불만스러운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중"이라며 "특히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모든 게임물에 대해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정병국 신임 문화부 장관도 굉장히 고민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기정 과장은 "(문화부 내부적으로) 지금 상정된 법안을 수정해서 오픈마켓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해선 예외 조항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관련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IP Add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