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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in China] '내수시장 소비 폭발' 중국을 잡아라

[BIZ in China] '내수시장 소비 폭발' 중국을 잡아라

기사 입력 : 2011.01.27 03:09

70만여개 글로벌기업 중국시장 각축, 현지화·내수시장 쟁탈전쟁 死活 한국 기업은… 삼성, 中 제2본사로… 현대차, 중국 4대 메이커 '우뚝'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부인 차오양(朝陽)구 중심상업지구(CBD). CBD 내 세계무역센터 주변에는 씨티은행·HSBC·JP모간·도이치뱅크·UBS·BNP파리바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 간판이 즐비하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영국 런던 뱅크스트리트를 방불케 한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자 글로벌 R&D(연구개발) 기지로 부상하는 중국을 잡기 위해 전 세계가 ‘차이나 러쉬(China Rush)’에 돌입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광활한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도 사활을 건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상하이(上海)의 마천루로 향하는 야간 고속도로가 자동차들의 불빛으로 물들어 있다. /블룸버그
이 일대에는 금융회사 외에 셸·도요타·GE·휴렛패커드 같은 세계 500대 기업 중 150여곳이 들어와 있다. 중국 기업을 포함해 2만여개 회사가 몰려 있는 CBD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 시장을 석권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 전장(戰場)'이다.

◆지난해 중국行 FDI만 1057억달러(약118조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올 들어 중국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달 19일 중국 최대 국영철도업체인 중국남차그룹(CSR)과 14억달러(약 1조5589억원)에 달하는 기관차 공급 계약을 맺었고, 21일에는 국영기업인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와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해 합작투자회사를 설립, 항공 전자(電子)기기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합작회사에 GE는 2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엔진과 통신, 항법장치 등 최첨단 항공 기술을 중국측에 이전할 계획이다. 이멜트 회장은 "앞으로 20년간 중국 여객기 산업이 4000억달러 이상 규모로 커지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절대 놓칠 수 없다"며 "에너지·수송·헬스케어·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중국에 내년까지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구미(歐美)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러쉬'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생활용품 업체인 P&G는 베이징에 8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구센터를 세우고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중국에 쏟아붓기로 확정했다. 독일의 제약·화학업체 바이엘은 중국 내 공장 신축과 기존 공장 확충 등에 10억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GM은 내륙 도시만을 겨냥한 저가(低價) 신차 모델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중원(中原) 공략도 불을 뿜고 있다. 7억달러를 들여 장쑤성 창수(常熟)시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확정한 도요타를 비롯, 후지쓰·쓰미토모전기 등은 일본에서 만들던 최첨단 기술을 중국으로 통째로 옮겨 현지 합자회사와 공동개발·진행키로 확정했다. 일본 최대 맥주·음료회사인 기린홀딩스는 중국 화룬그룹과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고, IT기업인 NEC는 중국 레노보와 컴퓨터 사업부문 합병을 추진 중이다.

작년 7월 충칭(重慶)에 1호점을 연데 이어 로손은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최대 1만개의 점포를 내 중국 편의점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파상적인 중국 진출로 지난해 중국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057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06년 1조달러 돌파 후 3년 만인 2009년 2조달러를 넘었고 3조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세계최대 '머니 허브(money hub)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중국 구매력 미국의 7%, '세계 최대 소비 시장 노려라'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글로벌 R&D 기지이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내 부유층은 2010년 100만가구에서 2020년에는 1200만가구로, 중간층은 4800만가구에서 1억3400만가구로 각각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의 막스 매그니 중국담당 수석 컨설턴트는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의 한 가구당 소비액은 미국의 7% 남짓하다"며 "이는 그만큼 중국 소비 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2015년까지 평균 임금을 현재의 두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근로자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촉진으로 내수시장 팽창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마케팅과 현지화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다. 예컨대 GE헬스케어는 2년간의 연구 끝에 X레이 장비 '브리보XR385'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공간이 좁고 전력이 부족한 중국 사정에 맞춰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3차원 촬영기능이나 전신 스캔 같은 고급 기능을 빼 가격을 절반으로 낮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4만여개 한국 기업들도 '차이나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화권에서 5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 삼성그룹은 중국삼성을 '제2의 본사'로 삼고 있다.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7년 만에 중국 4대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 섰다.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연구위원은 "가전(家電) 업종만 해도 중국은 170여개의 로컬과 글로벌 기업들이 격전을 벌이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기업 전쟁터"라며 "5~10년 앞을 내다보고 철저한 현지화와 전략적 접근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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