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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창의적 뇌는 고속도로 아닌 오솔길” ‘다른 생각과 연결하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

“창의적 뇌는 고속도로 아닌 오솔길” ‘다른 생각과 연결하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 2011년 02월 07일(월)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하버드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에드워드 드 보노 박사는 ‘수평적

사고’란 저서를 통해 흥미 있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임의 단어법(random word)’이라는 것인데 참여하기 매우 쉬운 방식이다. 사람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전을 펼쳐놓고 단어들을 임의로 읽어나가면 되는데,

그렇게 했을 때 뇌가 자극을 받아 아이디어들 간에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드 보노 박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갑자기 일어난다는 생각은 잘못된 오해이며,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

간에 연결고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 보노 박사는 이 과정에서

애매한 부분에 대해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수면부족은 창의성 죽이고, 숙면은 창의성 살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뇌 과학 연구에서도 일부 증명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08년 말 영국 더 타임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 창의성과 관련된 뇌

활동을 조명하는 기사를 쓴 바 있다. 기사의 골자는 많은 사람들이 잠자는 사이

인생과 역사를 바꾸어놓을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내용이었다.

▲ 보다 많은 대화,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 그리고 충분한 정보 교환을 통해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으로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비틀즈의 멤버인 폴 맥카트니는 잠에서 깨어나니 ‘예스터데이’의 선율이 떠올랐다고

 했고,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꿈을 통해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고 설명했다.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뇌 안에서 ‘깊은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지만 잠을 잘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

편안함 속에서 뇌는 특별히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던 정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고방식이 떠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면 연구원인 매튜 워커는 “일반적으로 서로 들어맞지

 않는 아이디어와 사건과 기억들을 연결하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의 러셀 포스터 교수(신경과학)도 “수면 부족은 창의성을 죽이며 반대로

숙면은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대의 교육심리학과 교수이면서 보스턴 의과대의 신경학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 박사 또한 비슷한 견해를 펴고 있다. 천재성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작업’

이라는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만들어내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위대한 발명품들 중 상당수가 이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고독한 천재’라고

알려진 에디슨조차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뉴저지에 있는 그의 멘로파크(Menlo

Park) 연구소에는 항상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드나들었으며, 이들이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발명품들을 만들어나갔다.

직원들 간의 소통확대로 큰 성과 얻어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형제 역시 연구 초기에는 다른 지식인들과 발명에 토대가

되는 많은 아이디어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토마스 앨버 에디슨(Thomas Alva Edison). '고독한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지식인들과 대화를 가졌다.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톡톡히 재미를 본 사례도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 2월 미국 켄터키 주에 있는 존슨 콘트롤즈(Johnson Controls)사의 포아맥 공장에서는 바닥에 놓인 시끄러운 장비들로 인해 작업자들 간에 의사소통이 큰 장애를 받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계 부품이 망가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장비 담당 기사는 유지보수 담당자를 소리쳐 불러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 근처에 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 기계를 정지시키고 담당자를 찾으러 가야만 했다.

기계는 한번 정지되면 기사가 유지보수 담당자를 찾아내 고치기 전까지 다시 가동될 수 없었다. 때문에 매일 말다툼이 생기기도 했고 업무적으로 비효율도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직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기계의 작동 상태를 표시하는 전광판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광판을 높은 곳에 매달고 정상일 때는 초록, 유지보수 담당자가 필요한 경우는

빨강, 부서 책임자를 부를 때는 노랑, 부품담당자를 부를 때는 청색 등이 켜지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왔다. 전광판 덕분에 부서의 작업은 훨씬 쉬워졌고 부품담당자와 유지보수

담당자는 자신이 필요한 곳에 신속히 갈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예상 비용 절감액이

4만 8천달러로 추산되었고, 이들에게는 최고 상금액인 100달러가 지급되었다.

지식 정보망을 연결하려는 노력은 최근 기업들을 통해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16일 LA타임즈는 미국의 기업 내에서 직원 1인당 사무공간이

1970년대 46~65㎡에서 최근 18㎡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원 간의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것.

뇌의 창의성 어디서 나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조성 경영 원칙 6가지 중에는 ‘We와 They라는 사고방식을

심어주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직원들에게 그들의 경쟁 상대가 동료가 아닌 다른

회사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켜 각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창의성과 관련된 뇌 연구는 놀라울 정도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과 같은 첨단 기기 발전으로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바로 눈앞에서 영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창의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욕타임즈는 ‘창의성과

지도 그리기’란 제하의 흥미 있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뉴멕시코대 렉스 영 신경심리

학과 교수가 MRI 기술을 이용, 두뇌 활동사진을 찍어 창의성의 원리를 파헤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결과 지능을 사용할 때와 창의성을 발휘할 때 뇌의 기능과 동작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을 사용할 때는 뇌가 A지점과 B지점의

신경망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초고속 정보 고속도로’를 만든다. 덕분에

뉴런(neuron)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 좌뇌 전두엽의 백질과

축색돌기층이 얇아 정보의 소통 속도가 더 느려졌다. 렉스 영 교수는 “지능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라면, 창의성은 오솔길을 통해 느릿느릿 여행하는

자전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창의성의 수수께끼가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다. 보다 많은 대화,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 그리고 충분한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잠자는 것처럼 편안하게, 빠른 것보다는

 천천히 움직여나갈 때 창의성이란 선물이 전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2.0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