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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올 3월 페이스북이 문 닫는다?” 황당한 소문놓고 세계 기업들 전전긍긍

“올 3월 페이스북이 문 닫는다?” 황당한 소문놓고 세계 기업들 전전긍긍 2011년 01월 28일(금)

올 초 미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에 “올해 3월이면 페이스북이 문을 닫는다”는

황당한 글이 실렸다. 페이스 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가 회사 운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페이스북 사이트를 곧 폐쇄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페이스북 운영자에게 사용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구글에서는 ‘페이스 북이 진짜

폐쇄되는지’, 아니면 ‘없어지는지’,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한 글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측은 서둘러 이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미국의 네티즌들은 새해 벽두부터 황당한 소문의 희생자가 돼야 했다.

LG경제연구원 성낙환 선임연구원은 ‘인터넷 루머와 신뢰의 위기’란 보고서에서

이 소동에 대해 “조그만 생각해보면 이 해프닝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사실임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을 설득하면서 악성 루머 해결

잠재적 시장 가치가 500억 달러에 달하고 방문자 수에서 이미 구글을 넘어서

버린 페이스북을 사장이 단지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없애 버린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소문을

믿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에 바빴다.   

▲ 인터넷을 통해 악성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사진은 페이스북 폐쇄 소식을 실은 기사. 


네티즌들이 인터넷 루머에 휘둘린 사례는 이번뿐이 아니다. 인터넷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말도 안 되는 악의적인 루머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허황된 정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기업 주가가 요동치고, 기업 브랜드에 커다란

흠집이 나거나 신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최근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화되면서 그 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사람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소문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소문을 듣는 사람들의 수도 늘고 있기 때문.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부류는 기업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게 기업의 부실채권

또는 구제금융 지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루머는

기업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대응책으로 GE는 ‘블로그인 GE리포트’를 개설하고 경영진과의 인터뷰,

경영실적 등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악성 루머를 미리 차단하려 했다. GM도 기업

파산, 정부의 구제금융 및 지원, M&A 등과 관련된 루머들을 차단하기 위해

‘GM Facts and Fiction’ 사이트를 개설해 네티즌들을 설득했다.

애플, ‘안테나 게이트’ 논란 고자세로 해결

이런 일도 있었다. 2010년 초 유명 크루즈 선을 운영하는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Royal Caribbean International)사는 아이티의 라바디(Labadee)

휴양지에 대형 크루즈 선을 정박시켰는데,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이

잇따랐다. 아이티 지진피해지역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호화판 크루즈

선을 운영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것.

▲ 인터넷 상의 많은 정보에 대한 진위확인은

쉽지 않다. 

네티즌들의 비난은 갈수록 거세졌다.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측은 대책을 강구했다. 그리고 크루즈선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구조 물품 조달에 도움이 된다는 아이티 현지 공무원 및 구호 단체의 의견을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회사 측에 불리한 비난을 잠재웠다. 

소문을 잠재우지 못한 사례들도 있다. 2010년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낸 BP(British Petroleum)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고 조사과정에서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부각되면서 각종 소문들이 BP의

주가를 폭락케 했고, 대외 이미지 역시 최악의 상황이었다.

BP는 특히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기름유출 처리비용 및 피해비용

등으로 인한 파산설, 타 기업으로부터의 인수설, 외부자금 조달설 등에 시달려야만

 했다. BP 대변인은 말을 아끼면서 소문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근거 없는

소문들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반면 지난해 ‘안테나 게이트’ 사건에 접한 애플은 매우 독특한 대응방식을 취했다.

아이폰 4의 특정 부위를 손으로 잡았을 때 안테나 수신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쓰 그립(death grip)’ 문제가 인터넷에 불거졌을 때 애플은 “기기 문제가

아니다”, “휴대폰을 그런 식으로 잡지 않으면 된다” 등의 고자세로 소문을 아예

무시했다.

이후 각종 IT 전문지와 컨슈머리포트 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야 뒤늦게

수신율 문제를 인정하고 ‘무료 범퍼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 문제를 무마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애플 마니아들은 “다른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수신률 문제가 있다”는 애플의 발표를 믿었고, 애플이 잘못을 인정한

후에는 “애플은 용감하다”고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애플은 ‘안테나

게이트’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브스가 선정한 2010년 브랜드 가치 574억 달러의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업들 악성루머에 인터넷 카페 등으로 대응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 퍼져나가는 루머와 관련, 사람들이

루머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항상 이성적이지 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대중들의 말을 비이성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너무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

오히려 남들이 다들 인정하는 사실에 반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를 자기화하여 스스로 정리하기보다는 그대로 다른 곳에 전달하는 ‘펌’,

‘리트윗(Retweet)’ 같은 행동은 이러한 대중들의 일면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예이다.

게다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SNS와 스마트폰은 지인들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더욱 간편하게 만들어 루머의 생산 및 확대를 가속화시키는 첨병이 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는 소문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많은 온라인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대다수의 온라인 전문가들은 현실 전문가 못지않는 해박한 지식을 통해 정확한

정보만을 다루고 있지만, 정보 짜집기와 교묘한 사실 왜곡 등을 통해 대중들을

호도하는 사이비 전문가들도 인터넷에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부나 기업, 유명 브랜드나 인물 등이 나쁜 루머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기업이다. 기업이 아직

 모르고 있는 분야에서 엉뚱한 사실이 밝혀져 기업 이미지나 제품 마케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

특히 인터넷 구전 마케팅의 위력을 체험한 기업들은 인터넷 루머를 예의 주시하면서

인터넷 카페, 소비자 게시판, SNS 등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고객 채널을

동원, 악의적 루머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인터넷의 여러 문서 및 소문(buzz)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관리자에게 알리는

 ‘버즈 솔루션’를 도입하는 등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넷 루머와 기업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1.01.28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