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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퇴]한국축구, 3명의 박지성 잃었다

[박지성은퇴]한국축구, 3명의 박지성 잃었다

데일리안 | 입력 2011.02.01 10:19

[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





◇ 박지성을 잃은 조광래호가 받는 타격은 3명의 주축 선수가 빠진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데일리안 민은경

"수비와 허리, 공격에 총 3명의 박지성이 뛰고 있다."

박지성(30)이 PSV 에인트호번 소속이던 지난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올림피크 리옹전. 당시 프랑스 중계진은 '한국산 산소탱크'의 놀라운 활동량에 혀를 내둘렀다.

또 2005년 동료 얀 하셀링크(현 라피드 빈)는 박지성이 에인트호번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하자 "그의 이적은 한 선수가 떠난 게 아니라 1.5명의 선수가 떠난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박지성은 항상 팀에서 두 몫 이상을 해내는 선수였다. 희생적인 플레이로 동료를 돕고 상대팀의 허점이 보일 때는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다재다능한 움직임을 과시했다. 이타적이면서도 기회를 잡으면 과감한 플레이로 득점감각도 뽐냈다.

박지성의 이른 국가대표 은퇴선언이 뼈아픈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과 같은 움직임을 가진 현역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 '2011 아시안컵'에선 이용래가 박지성보다 많이 뛰며 비슷한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저하에 시달렸다. 이청용 또한 공수 양면에서 크게 기여했지만, 박지성과 같은 날카로운 맛은 떨어졌다.

그만큼 박지성을 잃은 조광래호가 받는 타격은 3명의 주축 선수가 빠진 것과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원 모두에게 존경받는 주장을 잃었고,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었던 선수를 잃었고, 수비가담 1인자까지 잃었다.

무엇보다 균형을 맞춰줄 선수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박지성 결장에 따른 대표팀의 치명적 약점은 이미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3·4위전에서 드러났다. 한국은 전반에 3골을 넣었지만, 후반 집중력 결여와 체력저하가 엄습하면서 역전 위기까지 내몰렸다.

박지성은 동료 모두가 체력저하로 힘들어할 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면서 팀의 정신력을 곧추세우는 유형의 선수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AC밀란)는 박지성과 맞붙었던 지난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직후 "그는 모기와 같다. 정말 미치게 할 정도로 집요하다"고 평가했다. 얼핏 보면 비난 같지만 "헌신이라는 용어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얼마 안 되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그의 말에선 존경심이 느낄 수 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전 AS로마 감독(현 제니트)도 2007-08 챔피언스리그 8강전 맨유와의 8강 1차전 직후 패배 원인으로 박지성을 지목했다.

당시 웨인 루니의 결승골을 도운 박지성에 대해 스팔레티 전 감독은 "불가능한 지점에서 헤딩 크로스를 올린 그의 정신력이 우리 팀에는 없었다"면서 "원정 2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박지성 같은 정신력을 갖지 않는다면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조광래호는 최근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스페인식 패스 축구를 구호로 기교파 선수들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기성용, 이청용, 남태희, 김보경 등 박지성보다 공을 예쁘게 다루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박지성처럼 전후반 90분 내내 근성 있는 움직임을 유지할 만큼, 강철체력을 지닌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조광래호가 메워야 할 박지성의 공백은 1명의 빈자리가 아닌 3명의 빈자리일지도 모른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