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관광, 레저, 컨벤션, 이벤트

[더 나은 미래] "역사적 사실에 초점 맞춘 여행 청년들 인생의 전환점 되길 기대해"

[더 나은 미래] "역사적 사실에 초점 맞춘 여행 청년들 인생의 전환점 되길 기대해"

  • 입력 : 2011.01.24 15:47

그랜드투어 저자 송동훈
각 도시 이야기 담은 '그랜드투어' 여행의 화려함보다 역사에 주목, 선진국의 역사적 사실 알면 現대한민국 방향도 알 수 있어…

1937년 여름, 부모님의 강권에 못 이겨 유럽 여행길에 오른 존F 케네디는 책으로는 알 수 없었던 유럽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행보는 심상치 않았고,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변화에 침묵했다. 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유럽을 주제로 하버드대학교 학사 졸업논문을 썼고 이 논문을 보완한 책 '영국은 왜 잠자고 있었는가'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항상 잘난 형 때문에 기죽어 있던 존F 케네디가 역사의 중심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그랜드투어 저자 송동훈씨는 궦역사적 사실에 대한 풍부한 이해는 미래를 살아갈 황금나침반 역할을 한다궧라고 강조했다.
케네디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여행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청소년과 젊은이가 많다. 18세기 유럽 귀족의 자녀들은 대학교육까지 포기하고 가정교사를 대동해 6~7년씩 여행하기도 했다. 일명 '그랜드투어'다.

우리나라에도 '그랜드투어'라는 이름으로 나온 여행서가 있다. 이탈리아·프랑스·영국 이야기를 담은 〈그랜드투어 서유럽 편〉과 독일·러시아·오스트리아를 담은 〈그랜드투어 동유럽 편〉이다. 하지만 저자 송동훈(41)씨는 과거 유럽 귀족이 했던 '그랜드투어'의 화려함이 아닌 그들이 여행을 통해 배우고자 했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했다.

송씨는 그 이유를 "지난 200~300년간 세상을 이끌었던 나라의 역사를 알면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에는 여행한 도시의 풍경묘사나 감상보다는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로마의 대귀족이면서도 '귀족 중심의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앞장서서 외쳤던 그라쿠스 형제 이야기를 꺼내며 "현재 한국 사회의 지도층에게는 그라쿠스 형제가 실천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회개혁을 주창했던 그라쿠스 형제 외에도 로마의 귀족들이 사재를 털어 도로나 학교 등 공공인프라를 만드는 것을 명예로 생각했듯이 한국 사회의 나눔 역시 지도층이 먼저 나서서 실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한국 다문화 가정 문제에 대한 답으로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있는 '프란최지셔 돔(Franzoesischer Dom, 프랑스 교회)'을 들기도 했다. 1643년 루이 14세가 프랑스의 황제로 즉위하고, 신교도에게 개종을 강요하자 당시 베를린 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제후는 그들에게 베를린 한복판에 '프랑스 교회를 지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농지와 집, 일자리와 정착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송씨는 "우수한 인재를 외부에서 끌어들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빌헬름 제후의 전략이었다"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다르다'고 배척하는 비관용의 자세를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풍부한 이해는 미래를 살아갈 황금나침반 역할을 한다"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여행 자체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여행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적응력과 통찰력, 실용화 능력을 배운다는 것이다. 송씨는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한국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을 예로 들며, 과거를 제대로 알고 기회가 될 때 여행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와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고 했다.

'여행은 돈이 많이 들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책 안에는 세상의 이야기가 전부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사회나 가진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인생의 목표가 바뀌는 기적의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쓴 책의 서문대로 그 역시 여행을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13년 기자생활을 접고 현재 송씨는 문화 콘텐츠 회사인 '풍월당'에서 역사와 여행을 접목한 콘텐츠 생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랜드투어〉의 다음 시리즈로 지중해 편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제휴안내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