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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우리말 가르치는 한국어강사 이하늘씨

외국인에게 우리말 가르치는 한국어강사 이하늘씨

 
이태원에는 모스크가 있다. 홍대클럽에서 흑인과 한국인 ‘클러버’가 서로 어울린다. 안산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는 국산 제품을 생산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은 더 이상 ‘코쟁이’도 ‘깜둥이’도 아니다. 그만큼 낯설지 않은 모습이건만 우리의 의식에서까지 그들이 낯설지 않을까. 각국의 외국인이 그만큼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찾는 오늘, 그들이 우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첨병', 가나다 어학원 이하늘 한국어 선생님을 만났다.

한국어 강사 이하늘씨

 
“안녕하세요.” 그는 해맑으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었다. 과연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가르칠 법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차고 넘치는 게 학원이다. 그는 왜 굳이 한국어학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받았어요. 그 때 어학원을 다녔는데 선생님이 단지 영어만을 가르쳐준 게 아니거든요.” 어학원의 선생님은 문화전도사이자 친구라는 설명. 국어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어학원 교사를 염두에 두게 되었단다. 모든 직업스펙으로 좌우되는 현실에서 한국어 교사의 서류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 걸까. “서류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자세예요. 어학연수를 다녀온 분들이 선생님들 중에 많은 걸 보면 그런 이유 같고요.” 어학연수 경험과 그에 따른 유창한 영어 실력이 요구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다년간 외국인을 접해 온 사람이 외국인을 어색해 하진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생은 토익학원을 다닌다. 한국어 수업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읽기와 쓰기, 말하기와 듣기를 모두 병행하는데 그 중에서도 중점을 두는 것은 말하기란다. “저희 학원은 6단계의 등급이 있는데 한 단계를 올리는 데 두 달이 걸리죠. 교사도 마찬가지로 등급이 있어요.1급에서 6급까지 난이도가 다양하거든요. 1급 세미나를 들어야 1급 수준의 강의를 할 자격이 부여되고 6급까지의 과정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교사 개인도 더 쉽게 이해시키고자 다양한 교수방법과 예문을 준비해요.” 한국인이 한국말을 가르친다고 해서 주먹구구로 돌아가진 않는다. 학원의 대부분이 그렇듯,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교사 개인도 철저히 노력해야 한다.

출강을 해야 하는 대사나 영사 같은 고위급 관료에서 학생에까지 수강생은 각양각색이다.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도 다양하다. 수강생의 대부분은 업무를 위해 배운다지만 특히 한류 열풍은 이곳에서도 나타난다. ‘욘사마’가 좋아서, 한국 드라마를 원어로 이해하고자 한국어를 배운다는 사람도 꽤 있다는 것. 토익 학원과 수강생의 구성도 다르지만 우리의 드라마를 이해하고자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닌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더불어 드라마를 제외하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같은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취약한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본 게임과 만화를 즐기고자 일본어를 익혔던가.

외국인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문화의 차이를 꼽았다. “그냥 나가더라고요.” 교사는 수강생 한 명씩에게 그 날의 진도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다. 그 중에 미국인 수강생 한 명을 실수로 건너뛰었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것. 또 반에서 특히 부족한 수강생은 더 도와주고 챙겨주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한 수강생이 그게 자존심이 상했던지 정중히 거절했단다. 여기에 수강생이 각자 다른 나라 출신으로 이뤄지다 보니 다 맞춰서 수업을 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 문화 차이는 교사와 수강생 사이에서도 나타나지만 어학원의 풍토도 다르다고 한다.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어학원의 분위기는 자유롭다. 비속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여담을 들려주기도 하는데 반해 한국어 학원은 깍듯하고 예의를 중시한다고 한다. “가장 기초반에서는 해요체도 아닌 격식체로 수업한답니다.”

선생님도 공부해야 가르칠 수 있다.



한국어 교사로서 느끼는 보람을 물었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 혼자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왔을 때요. 특별히 말이 많았던 학생은 아닌데 실력이 늘더니 공연에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볼 만한 연극을 추천해 달라기에 <보잉보잉>을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정말 혼자 보고 왔다고 자랑하면서 내용을 쭉 말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자식을 대견해 한다는 말, 그런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봤어요.” 연극만이 아니라 영화와 콘서트까지 욕심을 부렸는데, 선생님과 함께 본 적도 많다고 한다. “그 학생은 잊지 못 할 거예요. 제가 꿈꾸었던 어학원 교사의 모습을 이루게 해줬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 정말 친구같이 편하면서 우리의 문화까지도 가르쳐주는 선생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교안을 작성하는 꼼꼼한 선생님.



한국어 교사가 갖춰야 할 덕목과 이 직업을 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단지 아는 것과 그걸 남에게 가르치는 건 엄연히 달라요. 더구나 가르칠 대상이 외국인이라는 거죠.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모국어이지만 그들에겐 익숙지 않은 외국어에요. 우리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를 기억해야 해요. 선생님이 지적하고 말해보라 시키셨을 때, ‘틀리면 어쩌나’ 하고 우물쭈물 할 때가 있었을 거예요. 그만큼 외국어는 두려우니까 그걸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하죠. 농담으로, 웃다가 죽는 직업이 승무원과 한국어 선생님이란 말을 해요. 웃는 얼굴로 끊임없이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그들 입장에서 자주 접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잘해야 한국인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사고도 필요한 것 같아요. 단지 돈을 벌고자 이 일을 택하시진 않겠죠. 진심으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시면 금상첨화랍니다.”

김태원/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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