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콘텐츠 /드라마

하지원 단독 인터뷰…“액션·카푸치노·서툰 사랑, 길라임은 실제 나와 비슷”

하지원 단독 인터뷰…“액션·카푸치노·서툰 사랑, 길라임은 실제 나와 비슷”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서 스턴트우먼 연기 ‘감성 라임’ 하지원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 촬영장인 경기 여주의 마임비전빌리지. 지난 7일 혹한의 추위 속에서 수많은 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복을 입은 하지원이 현빈과 눈길을 걷는 신을 찍고 있었다. 브라운관에서는 1분이 채 안 되게 나올 장면이지만 감독의 사인에 따라 이들은 같은 장면을 수십번씩 반복 촬영했다.

영혼이 뒤바뀐 재벌2세 김주원(현빈)과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9일 방송된 18회가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할 만큼 수많은 ‘시크릿 가든 폐인’을 낳았다. 지금은 마지막 2회분 방영만 남겨둔 상태. 7일 저녁 여주 촬영지에서 만난 하지원은 “길라임은 나와 비슷한 면이 많은 캐릭터”라며 “드라마 엔딩이 어떻게 될지 저도 몹시 궁금하지만 해피엔딩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이면 드라마가 종영됩니다. 작년 9월 촬영을 시작해 4개월여를 길라임으로 살아왔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길라임은 실제 제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영화 촬영장 배경도 나오는 데다, 저도 라임처럼 액션과 카푸치노를 좋아하거든요. 또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지만 사랑에는 서툰 것도 비슷하죠. 예쁘게 보이기보다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것도 똑같아요. 열심히 연기한 만큼 꽤 보람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영혼이 바뀌면서 길라임 몸에 김주원의 영혼이 들어온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첫 촬영 전에는 오디오 감독께 현빈씨의 목소리녹음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만의 억양이나 말투를 습득하기 위해서였죠. 함께 연기하고부터는 그가 나온 녹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표정이나 제스처, 걸음걸이를 연구했어요. 눈빛까지 흉내내려 노력했죠. 스스로 ‘내가 김주원이다’라며 최면을 걸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입꼬리 올라가는 썩소(썩은미소의 준말)가 현빈씨와 가장 많이 닮았대요(웃음).”

-상당수의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직접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휴, 아니에요. 정말 위험한 액션은 대역 배우가 해주셨어요. 하지만 와이어 연기는 제가 100% 다 했죠. 제가 액션 연기에 욕심이 커 좀 더 많이 하려고 고집 좀 부렸어요.”

그러고보면 하지원은 액션이 요구되는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MBC 드라마 <다모>, 여성복서로 출연한 영화 <1번가의 기적>이 그랬고, <시크릿 가든> 직전 촬영을 마친 영화 <7광구>(7월 개봉 예정)에서도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여전사를 연기했다. 일반적으로 액션 연기를 기피하는 여배우들과 대조적이다.

-액션을 특별히 좋아해요?

“네. 액션영화가 개봉하면 가능한 한 다 보러다닐 정도예요.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액션이 나올까 궁금하거든요. 어려서부터 전 남자애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지금도 누구에게 의지하는 삶 같은 건 생각지 않아요.”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아는데요.

“쉬는 동안에는 근력운동, 골프, 테니스, 필라테스 등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해요. 작품을 할 때는 지속적일 순 없지만 잠 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운동으로 몸을 풀어줘야 전 덜 피곤하죠. 사실 오늘도 촬영 마치고 아침 7시30분에 집에 들어갔다가 아침 9시에 다시 나와야 했는데 30분만 자고 30분은 뛰다 나왔어요. 운동을 해야 제 몸의 세포들이 살아나 에너지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나 작품을 하다보면 진짜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요. 현빈씨에게도 애정을 느꼈나요?

“하하하. 김주원을 사랑한 것이지, 배우 현빈씨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음… 현빈씨는 되게 매력적인 사람 같아요. 상대방을 되게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고요. 몰랐는데 재미 있어요. 되게 웃겨요.”

하지원은 야무지고 겸손하다. 잘 웃는 것도 특징이다. 드라마 촬영 막간에도 그의 웃음소리가 자주 물결친다. 그런가하면 눈빛 하나만으로도 깊은 슬픔을 제대로 전달하는 촉촉한 눈도 가지고 있다. 그는 “평소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 연기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뭐고, 연기를 하는 진짜 이유는 뭔가요.

“작품은 극본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재미있고 제가 이해할 수 있으며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선택하죠. 되도록 많은 연출가들과 작업하면서 다양한 인물이 돼보고 싶어요. 전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심장이 콩쾅거려요. 신나고 설레죠. 설령 몸이 고되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일이 연기예요. 하지만 출연작이 늘고, 사람들이 제 연기를 좋아하실수록 배우로서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나날이 좀 더 깊이감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하지원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꿈이 있어요?

“(비밀이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단편영화 연출을 하고, 극본도 직접 써보고 싶어요. 물론 배우 일은 평생 할 거고요.”

그는 “촬영기간 추위에 너무 떨어서 <시크릿 가든>이 끝나는 대로 부모님과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 짧게나마 휴식을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 맑고 밝고 성실한 배우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