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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명사

곽승준 위원장 "미래 먹을거리 찾아 CES 종횡무진"

곽승준 위원장 "미래 먹을거리 찾아 CES 종횡무진"
"한국은 IT 껍데기에 매달려 있는 느낌"
기사입력 2011.01.10 17:16:41 | 최종수정 2011.01.10 17:37:5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재작년ㆍ작년 실적이 좋았다고 안주하면서 미래 준비에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모든 전자ㆍIT 산업에선 시스템반도체와 콘텐츠가 핵심이 될텐데 우리는 이들 분야에서 매우 취약합니다."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 2011) 현장에서 만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세계 최대 가전쇼로 주요 기업인이 총집결하는 행사여서 한국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개막 첫날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 가운데 한국의 미래비전을 설계하는 곽 위원장을 만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곽 위원장은 한국 전자ㆍIT 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담당 국장과 단 둘이 5박6일 일정으로 라스베이거스에 왔다고 했다. 미래 먹을거리 발굴은 요즘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고, 자신이 CES 2011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귀국하자마자 이 대통령께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는 대통령이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해 보낸 `특사`인 셈이었다.

2시간여에 걸쳐 삼성전자LG전자 등의 부스를 돌아보는 동안 그는 스마트TV, 태블릿PC, 첨단 가전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한국업체들이 CES에서 주인공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해 뿌듯해했다. 하지만 미래 준비는 아직 부족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곽 위원장은 "CES 2011을 둘러보니 전자ㆍIT의 트렌드는 컨버전스, 하이브리드, 퓨전 등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며 "가전쇼인 CES에 현대자동차 부스가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자동차마저도 기계산업이 아니라 전자산업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대기업이 뛰어난 디바이스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부품과 콘텐츠 등은 아직 한참 부족한 것 같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재작년과 작년 디바이스를 비롯한 전통적 제품의 수출이 잘되면서 우리가 안주한 것 같다"며 "하지만 미국이 일본에, 다시 일본이 한국에 디바이스 주도권을 넘겨줬듯이 중국이 언제 우리를 앞지를 지 모를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이미 디바이스는 한국에 넘겨줘야 하는 `껍데기`로 생각하고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부품이나 콘텐츠 등에 집중해왔다"며 "반면 한국은 아직도 껍데기에 매달려 다른 준비에 소홀하다"고 진단했다.

곽 위원장은 한국이 한시라도 서둘러야 할 분야로 시스템반도체와 콘텐츠를 꼽았다. 그는 "CES 2011에서 봤듯이 이제는 스마트 그리드, 네트워킹 등을 위해 냉장고와 세탁기에까지 시스템반도체가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모든 전자제품에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3%에도 못 미친다"고 걱정했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1위를 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는 미국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곽 위원장은 "TV와 인터넷을 연결한 스마트TV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는 전자제품에서도 콘텐츠와 플랫폼 등이 부가가치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을 간파하고 소니는 10여 년 전부터 콘텐츠 업체로 탈바꿈해왔다"며 "우리는 준비가 부족해 이러다간 디바이스를 팔아 애써 번 돈을 구글을 비롯한 플랫폼ㆍ콘텐츠 업체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 위원장은 시스템반도체와 콘텐츠를 키우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모두 할 일이 많다고 했다. 특히 정부는 이들 분야 육성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자들이 단기적 수익에 집착하다 보면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미래 먹을거리에 주의를 덜 기울일 수 있다"며 "시스템반도체는 5~10년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오너들이 직접 나서 길게 보는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곽 위원장은 특히 1970ㆍ1980년대를 예로 들며 요즘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며 우리 기업이 관료조직이 돼 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콘텐츠 산업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1인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들이 중요하다"며 "따라서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상생활동을 펼쳐야 콘텐츠 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요즘 이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미래 먹을거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자ㆍIT의 트렌드로 떠오른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직접 사용하면서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