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컬 /중국

중국경제 콘서트(35) “그들을 춤추게 하라 !” [중앙일보]

중국경제 콘서트(35) “그들을 춤추게 하라 !”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12-09 오후 1:20:15

성황이었습니다. 저희 중앙일보와 지식경제부가 공동 제정한 '제1회 한-중 기업경영 대상'시상식 말입니다. 300여 명의 관객들이 참가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메가드랜드 차이나'의 저자였던 존 나이스비트 초청 강연이 있었고, 이어 수상 업체들이 말하는 중국 비즈니스 성공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사례발표 때에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도 했지요.

이 상을 제정한 목적은 '바람직한 중국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중국 투자기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또 그들의 성공 사례를 널리 알리자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이번 대상 시상식에서는 어떤 성공 사례가 나왔을까요.
오늘 부터 몇 회에 걸쳐 그 성공 코드를 살펴봅니다.

**********

요즘 중국 진출기업에게 가장 큰 골치꺼리는 '노무관리'입니다. 급여는 한 해 20%안팎 씩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도 경영에 부담입니다.

그러나 8개 시상업체 모두 대부분은 노사관계가 매끄러웠지요. 관리 차원을 벗어납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패션의류 업체인 베이직하우스가 상하이 중심가 난징루(南京路)의 한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은 2004년 12월 24일이었습니다. 그 후 6년여 만에 이 회사 영업매장은 전국에 600개로 늘었습니다. 매년 100개 씩 늘어난 셈입니다. 이같은 급속한 성장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박기성 총경리(아래 사진)는 "사람을 잘 키웠기 때문이지요"라고 답합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6년 동안 한 일은 하나, 중국 직원을 내 회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거대한 장치산업이던,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유통업체던 사람에게서 부가치를 뽑아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직원의 능력을 얼마나 잘 뽑아내고, 그들을 회사의 비전에 동참시키느냐가 사업 성공의 가장 요소입니다. 베이직하우스는 바로 그런 점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속을 들여다볼까요.

이 회사의 조직은 철저히 '경리(팀장)중심 체제'입니다. 팀장에게는 인사권도 주어질 만큼 막강한 힘이 주어집니다. 팀장 250여명 중 자금 및 핵심 관리 요원을 45명을 제외한 205명이 현지인입니다. 박 총경리는 "그들의 애사심과 충성심은 한국 직원 못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믿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지요.

그들 팀장 대부분은 매장 현장에서 판매경력을 쌓고 승진했습니다. 매장 판매요원에서 해당 점장으로 승진하고,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구역장(50~60명 구성)으로, 또 다시 본부(지역 본부)팀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일 잘하면 승진하고, 급여도 올라가는 시스템이 형성된 겁니다.

"매장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매장 직원들의 승진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3~4년 열심히 일해 팀장이 되면 한국의 어진간한 샐러리맨 수준의 봉급을 받을 수 있다. 직원들이 흥이나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지요. '나도 잘 하면 팀장이 될 수 있다'라는 비전을 제공해주고 있는 겁니다.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옌타이(延台)공장은 부장급 자리를 현지인으로 채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날 총경리와 자금 기획 등의 일부 부서장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인이 공장을 운영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정해익 총경리(아래 사진)는 "돈을 얼마나 줄 것이냐보다는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따라 올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야 인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산의 유통은 대리상(전문 유통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리상 사장을 대상으로 CEO과정을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제1기 과정이 지난 10월 끝냈습니다. 졸업식은 3박4일 간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뒤, 한국에서 수료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CEO과정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업의 파트너인 대리상 사장들을 '장돌배기 장사꾼'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들이 어엿한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해야 두산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이징한미약품 역시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106명에 달하는 연구개발(R&D)인력을 정기적으로 한국에 순환 배치하고 있습니다. R&D분야 핵심 간부 50명을 양성하겠다는 게 이 회사 목표입니다. 그들은 중국 시장연구나 하는 로컬 R&D요원이 아닌 전사적 범위의 개발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고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고유의 문화에 따리 현지인 관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관통하는 분명한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지인을 춤추게 하라"는 것입니다.

한우덕 기자
Woody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