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켓 생태계/도서

온·오프라인이 함께 움직이는 페이스북

온·오프라인이 함께 움직이는 페이스북

  • 입력 : 2010.12.04 03:04

페이스북 이펙트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지음|임정민·임정진 옮김|에이콘|522쪽|1만7900원

하버드대생 '얼짱' 투표 등 처음엔 '장난'에서 시작… 기술 또한 이미 있었던 것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던 건 實名에 입각한 즐거움 때문

미국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26세에 전 세계 부자 순위 35위에 오른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날 때부터 인터넷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의 영웅이다. 그를 모르면 지금 젊은이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으며, 그를 알면 젊은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

장난기로 가득 찬 천재 주커버그가 '열린 세상'을 위해 창업한 페이스북은 불과 6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5억5000만명이 가입했고 현재 230억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이은 세 번째 '인구대국'을 사이버 세계에 건설한 셈이다. 5년 후면 페이스북이 구글을 뛰어넘는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4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미 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술개발자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주커버그는 이날 다른 웹사이트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AFP연합뉴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 설명을 '포천'지 기술 전문기자 출신의 커크패트릭이 맡았다. 커크패트릭은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초기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적임자다.

어려서부터 컴퓨터광(狂)이었던 주커버그가 하버드대에 입학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프트웨어 만들기'였다. 대학 2학년생이던 2003년 그가 일주일 만에 뚝딱 만든 웹사이트 '코스 매치(Course Match)'는 다른 학생들이 신청한 수업시간표를 토대로 자신이 들을 수업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과목명을 클릭하면 누가 그 수업을 수강하는지 볼 수 있고, 특정 학생을 클릭하면 그 사람이 무슨 수업을 듣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수백명의 하버드 학생들이 이용자로 가입했다. 이미 페이스북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코스 매치'에 페이스북의 원형이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코스 매치'의 성공에 고무된 주커버그는 곧바로 '페이스매시(Facemash)'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두 명의 여학생 혹은 두 명의 남학생을 나란히 올려 누가 '얼짱'인지를 투표하는 프로그램으로 8시간 만에 완성했다. 여기에 올린 사진들은 '페이스북'이라 불리던 하버드대 학부 기숙사의 학생 인명록에서 가져왔다. 불법까지는 아니어도 규정위반이었다. 이후 주커버그가 기존의 기술과 아이디어들을 통합해가면서 수없이 부딪히게 되는 불법(不法) 논란도 이미 대학생 시절에 시작되고 있었다.

저자는 주커버그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좀 고집스러운 데다 뭔가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했다. 추진하기 전에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 규정을 어기려고 했다기보다는 그저 규정이나 허락 따위에 무관심했다." 페이스북에 대학생 특유의 반항 정신이 녹아들어 있는 것도 창업자의 성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페이스북에 이르는 기술 자체를 주커버그가 만든 것은 아니다. 그가 아이디어를 실행하려 할 때 마침 그가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완비돼 있었다. 저자는 "그에게는 천재성과 열정 이 외에 운도 따랐다"고 말한다. 그가 대학에서 이런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이미 미국에는 데이트 상대나 옛 친구를 찾아주는 사이트가 유행하고 있었다. 초보적인 '소셜네트워크'의 탄생이었다. 책에 언급된 한국의 '싸이월드'처럼 블로그도 폭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제압하고 페이스북 세상이 열린 것일까? 그 이유는 실명(實名)과 즐거움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페이스북은 철저하게 실명에 입각해 있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었다. 그런 범위 안에서 페이스북은 묘한 즐거움을 준다. "페이스북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원초적 본능을 토대로 한다. 누구나 소속 본능, 약간의 허영심, 어느 정도의 관음증(觀淫症)을 갖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이메일·문자메시지·UCC·블로그 등 개인들이 활용하던 거의 모든 것을 한곳에 모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련도 컸다. "주커버그는 아이디어를 도용한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됐다. 사실 페이스북은 지난 40여년간 다양한 아이디어가 진화해 온 유산이다." 이후 주커버크가 회사를 설립해 CEO로 성장해가는 모습보다는 그것이 바꿔놓은 세상의 모습이 저자의 주된 관심이다.

페이스북은 온·오프라인의 간격을 좁혀놓았다. "페이스북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불평분자나 행동주의자들이 모이고 시위모임이 처음 싹트는 장소가 됐다." 디지털 민주주의와 시민운동의 새로운 근거지로 폭넓게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가진 공감(共感) 창출력이 이런 흐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저자는 페이스북의 보다 중요한 영향을 세계화와 결부짓는다. "세계화는 반드시 전 세계 모두와 친구가 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보다 훨씬 넓은 의미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자유의 매체이면서 동시에 미국적인 서비스임을 지적한다. 나라마다 자유를 누리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감옥에 있는 마피아 두목을 지지하는 페이스북 그룹이 생겨나자 한 국회의원은 웹사이트 서비스가 범죄행위를 '선동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을 삭제토록 강제하는 법안을 올렸다.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실은 페이스북 정책에 증오나 폭력을 선동하거나 불법인 내용은 금지하도록 돼 있다.

모바일 통신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것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를 점쳐보기 위해서라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