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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크리에이터

“소리는 오감 중 제일… 21세기형 문화콘텐츠로 뜰 것”

“소리는 오감 중 제일… 21세기형 문화콘텐츠로 뜰 것”

[2010.12.02 17:26]


‘폴리아티스트, 소리를 부탁해’ 펴낸 음향효과 장인 안익수 감독

안익수(46) 음향감독은 소리를 만들어온 ‘장인’이다. 어릴 때부터 소리가 좋아 기찻길이나 계단 난간에 귀를 대고 놀았다는 그는 다양한 도구와 몸을 이용해 우리 생활 속 숨어 있는 수많은 소리들을 진짜보다 더 생생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1992년 KBS에 음향효과맨으로 입사한 이후 18년간 TV와 라디오 제작현장을 누볐던 경험을 바탕으로 ‘폴리아티스트, 소리를 부탁해’(효형출판)를 펴낸 그를 1일 만났다. 폴리아티스트란 할리우드 음향효과의 선구자 잭 폴리(1891∼1967)의 이름에서 딴 용어다.

안 감독은 인터뷰 시작 전 자신의 장기부터 선보였다. 점퍼 주머니에서 조개껍질 2개를 꺼내더니 수십 마리 개구리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를 만들었고, 세상에서 딱 하나 뿐이라는 나무피리로 높고 독특한 톤을 지닌 종달새 울음을 표현했다. 그는 가죽 가방이 있으면 ‘갸갸갸갸’ 외치는 원숭이 소리를 만들 수 있고, 알약 캡슐로 음료수 병의 뚜껑 따는 소리를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안 감독은 소리가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리보다 그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잘 모르고 있어요. 공기가 소중한 줄 모르듯 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소리가 없다면 세상은 소금 치지 않은 음식 같을 겁니다.”

그는 우리가 방송에서 듣는 익숙한 56가지 소리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책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눈 밟는 소리를 내려고 고구마 전분을 주무르고, 얼음 깨지는 소리를 내기 위해 아크릴판 사이에 소금을 뿌리는 식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담는 과정과 좋은 효과음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 및 라디오 드라마 제작 과정 등도 담았다.

안 감독은 소리가 21세기형 문화콘텐츠로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트 수박판매대에 실개천 흐르는 소리를 틀면 매상이 오르고, 풀숲 소리로 불안증세를 치유할 수 있으며, 클래식으로 동식물 생장을 돕거나 방범장비에 귀를 찢는 굉음을 넣는 등 소리는 경제와 의학, 예술 등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음향 전문가들의 역할이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니 이제 소리를 제작하는 일보다는 소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50년 전에는 녹음기가 바위처럼 무거워서 자연의 소리를 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 녹음기술이나 마이크 성능이 좋아서 효과음향을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소리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무형의 자원이거든요.”

글·사진=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