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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시, 인명피해 줄이는 요령 젖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 막는 것이 급선무

화재시, 인명피해 줄이는 요령 젖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 막는 것이 급선무 2010년 11월 24일(수)

지난 22일 오후 4시53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5층 건물의 3층에서 방화로 인한 건물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에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차 38대가 출동, 진화 작업을 벌여 화재는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이 화재로 22일까지 총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번 화재는 시너로 인해 불이 아주 빠르게 번졌고, 건물에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화재사고가 빈번해지기 시작한다. 겨울철이 다가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 사용 부주의나 전기 사용량 급증에 의한 누전 및 과열에 의한 화재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재발생의 큰 유형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방화(Arson)’다. 방화는 고의적으로 불을 질러서 사람들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방화에 의해 발생한 불은 상황 대처가 어렵고, 그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는 데에 있다.

22일 발생한 삼성동 화재뿐 아니라 그 간에 발생한 화재 사고 중에 방화에 의한 화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심각함을 던져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화로 인한 화재 발생은 잦은 반면에 일반인들의 화재 대처 능력은 미약하다는 것이 각종 화재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 전문가들은 “화재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을 조금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너에 의한 방화는 확산 빨라

▲ 화재시 발생하는 연기엔 유독 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wikimedia
방화는 의도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이기 때문에 초기진압이 어려워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가져온다. 방화의 특징 중 하나가 시너와 같은 위험물질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삼성동 화재의 경우에도 시너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에 시너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휘발성이 매우 강해 쉽게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너는 페인트를 칠할 때, 도료의 점성을 낮추기 위해 혼합용제, 톨루엔, 아세트산에틸 등의 혼합물을 섞어 만든 것으로 휘발성이 크고 인화성이 강하다. 휘발성이 있는 액체는 그 표면에 기화된 액체가 분포하게 된다. 이 때 산소와 접촉하는데 시너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 액체 주위에 기화된 휘발성 기체들이 많이 분포하고 산소와의 접촉면이 커진다.

이 때 불을 붙이게 되면 나머지 액체가 기화되지 못하고 산화되면서 순식간에 불이 커진다. 시너는 일반적인 석유보다 휘발성이 높아 조그만 불꽃에도 화재의 확산이 빨라 큰 피해를 내기 때문에 방화범들이 주로 이용한다.

열려진 창문이 불길 재촉해

삼성동 화재의 경우, 방화범 김 씨가 몸에 불을 지른 후에 출입문 쪽으로 이동하자, 사무실내에 있던 여직원들이 놀라 그 반대쪽인 창가로 몰리면서 피해가 커진 것 같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일선 소방관들은 “고층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어 평소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여유 있게 대피할 시간은 화재 감지 후 3~5분밖에 없다. 특히 건물 구조 및 발화 장소, 발화 장소로부터 자기가 위치한 곳까지의 거리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대피방법이 달라진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불이 났을 경우,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창이나 출입문을 꼭 닫아야 한다. 창이나 출입문이 열려있으면 열려진 창이나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에 의해 산소 공급이 왕성해져 불길이 더욱 거세지고, 바람이 불게되면 연기 발생이 더욱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연기가 심하게 발생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피가 어려워진다. 연기에는 암모니아, 톨루엔, 벤젠 등 유독가스가 들어있어 직접 들이마시면 질식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출구를 향해 가다가 질식해 정신을 잃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코와 입부터 막아라

소방방재청은 “실제 화재 인명사고의 피해 가운데 60% 이상이 화염보다는 질식때문에 발생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재시 연기에 의한 급성 중독 현상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데 거의 2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재사고를 겪은 적이 있는 A씨(37·역삼동)는 “화재 현장에서 가장 선행돼야 할 일은 젖은 수건이나 헝겊으로 코와 입부터 막는 것”이라며 “불이 난 건물에서 문을 열자마자 연기가 코와 입으로 사정없이 들어왔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재에 의해 발생한 유독성 가스는 생각보다 매우 강해서 이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게 되는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호흡이 급격하게 가빠지게 된다. 결국 움직임이 둔화되기 때문에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유독가스 중 일산화탄소는 체내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중의 헤모글로빈(Hb)과 결합,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oHb)을 만들어 혈액의 산소운반능력을 저하시키므로 그 농도에 따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위해 방독마스크가 화재 대처의 필수 수단이 되지만 갑자기 발생한 화재에서 방독마스크를 미리 구비해놓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발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방독마스크가 현장에 구비돼 있어도 갑자기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생각이 안날 수도 있다.

이럴 때 빨리 방독 마스크를 대용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젖은 손수건 또는 헝겊이라고 일선 소방관들은 말한다.

젖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호흡을 했을 경우, 물 분자의 인력 때문에 중독을 일으키는 이물질이 걸러질 수 있다. 따라서 대피를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젖은 손수건 한 장이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곳이 바로 화재의 현장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11.2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