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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도서

메두사, 백설공주를 만나다…神話와 동화의 리믹스

[책마을]

신화,우리 시대의 거울 | 이경덕 지음 | 다른세상 | 216쪽 | 1만2000원

입력: 2010-11-18 18:08 / 수정: 2010-11-19 03:07

신화가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는 이유가 있다. 영화 · 드라마에 이어 애니메이션에도 스토리의 원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신화는 이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쿠키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신화의 매력은 뭘까. 책 제목 《신화,우리 시대의 거울》이 말해주듯 신화는 '우리의 삶을 비추고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다.

베스트셀러 《신화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저자는 애초에 이 책을 신화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방송과 오디오북용으로 썼다. 하지만 중량감은 상당하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등 신화 10편을 그에 걸맞은 동화와 함께 들려준다. 덕분에 개인과 사회,나이듦,소통,권력과 출세,여성,타자,자연,삶과 죽음,종말 등 10개의 키워드가 거침없이 술술 풀린다.

예컨대 권력과 출세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인드라와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을 자연스럽게 접목시킨다.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와 나르키소스를 백설공주의 거울과 대비시켜 자아를 찾는 방식을 풀어내는 과정은 소설처럼 생생하다. 저자는 또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의 서사시'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소통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이 책의 미덕은 '신화=그리스 · 로마 신화'라는 공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또 다른 감상포인트는 동화의 조연 역할인데,이로 인해 신화로 가는 통로가 더욱 명확해졌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프로듀싱 능력은 감탄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문화콘텐츠 생산의 선험적 방향성을 제시한 점은 순전히 기획자들의 공이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지닌 삶과 이야기,그리고 유전자가 바로 신화" 라고 저자가 밝혔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신화의 주체가 될 것이다. 신화라는 수레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이야기가 튼튼한 바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테니까.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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