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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조연 아닌 주연’ 박지성 시대는 계속된다

[한준의 축구환상곡] ‘조연 아닌 주연’ 박지성 시대는 계속된다

스포탈코리아 | 한준 | 입력 2010.11.07 02:00 | 수정 2010.11.07 02:16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니, 박지성이 있었다.'

창조적인 공격수 웨인 루니와 루이스 나니가 없었다. 베테랑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도 없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오언 하그리브스도 경기 시작 5분 만에 떠나고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는 그 모든 이들의 공백을 홀로 메운 '만능열쇠' 박지성(29)이 있었다.

↑ ⓒ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6일(현지시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맨유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박지성의 존재 덕분이었다. 시즌 초반 어김없이 찾아온 입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칼링컵에서 한 경기 최다 공격 포인트(1골 2도움)을 달성한 이후 매주 경기력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박지성은 스캔들과 퇴단 논란으로 심리적인 문제를 겪은 뒤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에이스' 루니와 호날두의 공백을 잊게 한 나니의 결정력과 창조성,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준 긱스의 리더십, 하그리브스의 다재다능함과 견고함을 모두 구현해냈다.

맨유는 안방에서 울버햄프턴에 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을 상당 부분 잃은 상황에서 맞은 이번 경기에서 울버햄프턴의 도전은 매우 거셌다. 2년 만에 부상 복귀전을 치른 오언 하그리브스가 5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맨유 선수단의 사기는 떨어졌다. 자르비스, 헌트, 도일 등을 앞세운 울버햄프턴의 저돌적인 공격은 맨유 수비를 흔들었다.

베베와 오베르탕에 전방에서 헤매고, 오셰이가 중원에서 표류하면서 맨유 공격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변화를 줘야할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은 전반 중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박지성을 오베르탕이 뛰던 2선 중앙으로 배치했다. 맨유의 공격은 즉시 활기를 되찾았다.

전반 33분 활력있는 움직임으로 문전으로 파고들며 맨유의 첫 번째 유효 공격 장면을 만든 박지성은 전반 45분에 대런 플레쳐스루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그전까지 분명 공격 흐름을 주도하던 것은 울버햄프턴이었다.

박지성은 탁월한 위치선정과 안정적인 볼 컨트롤, 간결한 마무리 슈팅의 삼박자를 완벽히 이루며 승부의 균형추를 맨유쪽으로 기울게 한 '결정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골이 터진 시점이 전반전 종료 직전이었다는 점도 울버햄프턴의 사기를 꺾는데 더 큰 효과를 냈다. 침이 마르고 혀가 닳도록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후반 21분 울버햄프턴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박지성의 골은 빛이 바래는 듯 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직접 결승골을 뽑아내며 이날 승리를 오직 자신의 공으로 만들었다. 어느 덧 맨유 입단 6년 차인 박지성은 역사에 남을 많은 활약상을 남겼지만 이날 경기는 단연코 역대 최고 순위에 들 수 있는 경기였다.

박지성은 폴 스콜스페데리코 마케다의 교체 투입 이후에도 가장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마케다, 오베르탕, 스콜스의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했다.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2명의 수비수를 여유있게 제친 드리블 돌파와 수 많은 선수들이 밀집한 문전의 틈바구니로 찔러 넣은 송곳 같은 마무리 슈팅을 성공시켜 이날을 박지성에 의한, 박지성을 위한, 박지성의 날로 만들었다.

그동안 측면에서 전방의 수비수, 공수의 연결 고리, 헌신적인 움직임을 통한 공간 창출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동료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 소리 없는 영웅 역할을 했던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당당히 맨유의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맨유 공격진에서 정신적인 구심점이었다. 직접 골을 만들어내고 결정하며 경기에 차이를 만들어 낸 창조자이며 해결사였다. 박지성은 이날 자리에 없었던 맨유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잊게 했다. 박지성은 2선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맨유 공격의 중심으로 기능했다.

여전히 박지성의 맨유 내 입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맨유 내의 입지뿐 아니라 최근 이청용과 손흥민, 박주영 등의 맹활약에 한국인 해외파의 무게중심도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에이스'는 박지성의 몫이다.

박지성 시대는 아직 내리막길에 있지 않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창조적인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박지성은 무궁무진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과시하며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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