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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표현 강한 ‘게임 세대’의 명암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 속에서 영웅 부상

자기표현 강한 ‘게임 세대’의 명암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 속에서 영웅 부상 2010년 10월 26일(화)

상상 속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라고 한다면, 게임은 그 상상 속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해 준다. 탁구와 벽돌깨기 게임을 처음 개발한 놀란 부쉬넬(Nolan Bushnell)은 “게임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게임이 최근 들어 더욱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게임은 참여형 게임이다. 인터넷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 여럿이 함께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WOW, 리니지 같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Game)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S3, Xbox360 같은 비디오 게임의 경우는 네트워크로 직접 연결해 친구들과 같이 게임하거나, 자신의 게임 기록을 가지고 온라인상에서 순위를 매길 수도 있다. 특히 닌텐도 Wii의 경우 모션 컨트롤러를 통해 가족 구성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도록 해 큰 성공을 거뒀다. 

게임 화면 속에서 현실과 구분 어려워

게임 화면도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게임의 오프닝 및 엔딩 동영상은 영화의 한 장면과 비교될 정도이다. 게임 속 구조도 점점 더 현실에 근접하고 있다. 피파나 위닝 같은 축구 게임의 경우 각 선수들의 얼굴, 신체 특징, 버릇까지 세세하게 표현돼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축구 선수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 툼 레이더(Tomb Raider) 게임 신 시리즈의 한 장면. 
게임 속 캐릭터의 움직임도 현실감 있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상하좌우의 2차원 움직임에서 벗어나, 원근감 및 고저를 표현하는 3차원 움직임을 상세히 재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게임의 경우 실제 비행기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해 항공학교 등에서 교육 시뮬레이터로 활용될 정도다.

이처럼 게임이 급속히 진화하면서 게임 인구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평균 약 12년 동안 주당 13시간씩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신세대들은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1세까지 평균 1만 시간을 투자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이다. 아웃라이어(OUTLIERS)의 저자 말콤 글레드웰(Malcolm Gladwell)에 따르면 신세대에게 있어 게임은 단순히 여가 수단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다.

게임 세계는 분명히 현실 세계와는 다르지만, 신세대들은 게임 세계를 현실 세계의 연장선 상의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다마고치 게임을 통해 애써 키운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슬퍼서 우는 아이들을 보면 이러한 현상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성낙환 선임연구원은 “특히 물리적 한계로 현실에서는 못하던 일을 게임 세계에 표출하면서, 자기표현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 속 가상의 주인공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배우며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탄생한 ‘Y세대’가 곧 ‘게임 세대’   

신세대에게 있어 게임은 세상과 연결하는 사회적 소통 채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요즘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 보단 온라인 게임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더 익숙하다. 마치 TV 인기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친구들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듯이, 게임을 모르고서는 또래들과 친해지기 어렵다.

▲ 문명(civilization) 게임의 한 장면 
게다가 온라인 게임의 경우 게임 속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이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신세대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게임을 통해 터득하기도 한다. 게임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으며, 또한 지금도 게임과 밀접한 삶을 살고 있다.

성 연구원은 “지금의 신세대들은 19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Y세대’이면서, 또 ‘게임 세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게임을 하는 게임 인구의 평균 나이는 34세로 조사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 PC와 비디오 게임기의 확산이 비약적으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쉽게 게임을 접하며 자란 게임 세대들의 사회 진출이 조만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성 연구원은 이들 게임세대가 “유독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편이고 아이템, 레벨업과 같은 게임 내의 즉각적 보상시스템에 익숙한 경향이 있으며, 또한 게임을 통해 시각지각 능력과 손놀림이 향상되면서 멀티태스킹 능력도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지는 것은 게임 속 환경과 관련이 있다. 게임 속 세상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비행기를 조종해 적군을 무찌를 수 있고, 마법사로 변신해 괴물을 처치할 수도 있다. 한 국가의 왕이 돼 세계를 정복할 수도 있다. 게임 속 자기 캐릭터를 통해 못하는 일이 없다.

현실에서는 키가 작아서 또는 힘이 없어서 하기 불가능한 일을,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게임 컨트롤러 조작만으로 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속 자기 캐릭터는 말을 아주 잘 듣는다. 걸으라면 걷고 뛰라면 뛴다. 조작 실수가 아니고서는 게이머의 말을 100% 수행한다. 게임 속 세상에서 게이머는 전지전능한 신이요, 영웅이다.  

즉각적 보상시스템에 익숙한 것 역시 게임 속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게임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그때마다 즉각적 보상이 따른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다. 예를 들어 RPG에서 수없이 많은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성과에 따라 고급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능력치 향상 같은 보상이 즉각 뒤따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게이머가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가 제시되고, 목표 달성과 함께 즉각적으로 보상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무리 보상이 크다 하더라도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임무가 주어지거나 한참 뒤에 보상이 이뤄진다면, 게임 하는 사람의 의욕은 금방 없어질 것이다.

게임의 부정적 측면 무시할 수 없어

그러나 게임 속에서는 게이머들의 상황을 고려, 난이도가 적절히 지정돼 있고, 목표 완료와 동시에 보상이 주어진다. 게이머들은 보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이번만 이기면’, ‘여기만 지나가면’이란 말을 되 뇌이면서 게임에 빠진다.

▲ 스마트폰에 내장된 심시티 소사이어티(Simcity Societies) 게임 
한편 게임 세대들은 눈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선택한 다음, 미세한 손동작으로 게임기를 조종하는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에 익숙하다. 즉 TV를 보고 휴대폰으로 친구와 통화하면서, 동시에 컴퓨터를 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이러한 게임 속에서의 습관은, 매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필요한 생활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숙련된 작업은 공간 지각력 및 정교한 손기술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의사들이 일반 의사보다 약 30% 정도 더 빠르게 복강경 수술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실수 건수도 약 4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게임의 부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게임 중독은 반드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달리 게임 중독은 약물이 아닌 사람이 처한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다.

시력 저하, 체력 감소, 정서적 장애 같은 게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부정적 요소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성 연구원은 “게임과 게임 세대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게임 세대의 잠재된 장점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개성이 강하면서도 협력을 중시하는 자세, 수 없는 시행착오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집념, 비게임 세대가 보기에는 경이로운 멀티태스킹 능력과 순발력 등을 게임의 영역으로부터 현실세계로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게임 세대 특유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0.2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