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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정,인터넷 없이 살수 있을까

한국 가정,인터넷 없이 살수 있을까 [연합]

 

영국 BBC 방송이 세계에서 인터넷이 제일 발달한 한국의 가정을 대상으로 인터넷 없는 생활을 실험해봤다.

BBC는 13일 한국 주재 특파원을 통해 서울의 극동 강변아파트 단지에서 인터넷 없이 일주일을 보낼 가정을 수소문했다.

아파트 집집마다 방문하며 취지를 설명하고 안내문을 붙이고 부녀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지원자를 찾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자녀들은 온라인을 통해 학교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어른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상당수 주민들은 뉴스 읽기나 소셜네트워킹, 인터넷 주식거래 등이 습관화 돼 있는데다 텔레비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인터넷 없는 세상을 겪어보려 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간신히 2가정의 승낙을 받아 KT 직원을 동원해 일주일간 모뎀을 없애고 생활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체크했다.

평소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해온 주부 염정아씨는 직접 슈퍼마켓을 찾아가야 했고, 학부모들을 위한 블로그를 운영해온 조혜숙씨는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

그녀는 "평소 같으면 인터넷에 일주일간 글을 못쓴다고 공지하면 간단한데 이번에는 일일이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그나마 예상 가능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무엇보다 뉴스를 접하지 못하니까 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고 참가자들은 털어놓았다.

반면 컴퓨터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가족들끼리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자녀들은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읽고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평소 같으면 자녀들이 밤늦게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만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기회도 생겼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모뎀을 설치한 날.

두 가정은 그동안 얼마나 인터넷에 의존한 생활을 해왔는지를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조혜숙씨는 그러나 "일주일로 충분하다"면서 "또 다시 인터넷 없는 일주일은 절대 사양"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