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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한스타일

"한국 문화유산, 내 손으로 빛 입히고 싶어"

"한국 문화유산, 내 손으로 빛 입히고 싶어"

세계적인 조명 연출가 佛 알랭 귈로
"빛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최적으로 끌어낼 수 있죠"
경원대 '비전타워'에 반해 "연출하고 싶다" 먼저 제의

"조만간 한국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이나 수원화성을 위한 조명 설계도 해보고 싶다.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빛을 창조해 보고 싶다."

세계적인 조명 예술 연출가인 프랑스알랭 귈로(65·Guilhot)가 지난 11일 내한했다. 15일 준공식을 가진 경원대학교 지하캠퍼스 '비전타워' 경관 조명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귈로가 빛으로 연출한 작품은 전 세계 43개국에 3000여점. 프랑스 파리 에펠탑, 중국 천안문, 상하이 동방명주 타워, 말레이시아 쌍둥이 빌딩 야경이 모두 귈로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경원대학교 '비전타워' 앞에서 자신이 연출할 건물 야경 경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세계적인 조명 예술 연출가 알랭 귈로. 그는 "비전타워를 시작으로 경원대 전체를 빛의 캠퍼스로 꾸며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알랭 귈로가 지휘한 경원대 비전타워 야경 경관.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경원대 제공
13일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귈로는 "조명 예술 연출이란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아름다운 옷을 입히는 것과도 같다"며 "건축물을 보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빛의 하모니 또는 빛의 서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귈로는 강렬한 효과를 내기 위해 무조건 센 빛만 고집하지 않는 조명 예술 연출가로 유명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빛의 화음'. 은은한 LED 조명과 강렬한 프로젝터 광원 등을 자연스럽게 조합해 건물의 형상을 보다 시적으로 표현해 내는 게 귈로의 장기다. 그는 "사람을 눈부시게 만드는 빛, 사람을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빛,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빛은 대개 나쁜 빛"이라고 했다. 귈로는 "연출을 할 때는 강한 빛과 부드러운 빛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며 "시를 쓸 때 딱딱한 문장과 말랑말랑한 문장을 함께 써야 제대로 된 운율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말했다.

경원대학교 '비전타워'는 귈로가 건물을 둘러보고 나서 학교 측에 "내가 조명으로 경관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직접 제안한 경우였다. 수직으로 뻗어 있는 건물 곡선, 지하철 역과 바로 연결되는 넓은 지하광장을 보고 그 독특함에 반해 직접 연출해 보고 싶은 욕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조명도 건물 형태를 선으로 표현하는 LED 조명과 동영상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네온 조명이다. 사람이 허공에 손을 벌리는 듯한 느낌의 오브제 조명도 설치해 약동(躍動)하는 희망을 그려냈다. 귈로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의욕을 느끼게 하는 장소, 시민들도 부담없이 찾아와 쉴 수 있는 장소를 빛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통로,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이번 조명에서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전타워는 그러나 그의 작업의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다. 귈로는 "건물 하나만 빛으로 연출하는 것을 넘어, 경원대 캠퍼스를 아예 빛의 전당처럼 꾸며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비전타워를 완성하면 곧 캠퍼스 경관 전체를 다시 조명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유네스코와 손잡고 전 세계 문화유산을 빛으로 물들이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귈로는 "인도 타지마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경관 연출도 곧 시작한다"며 "한국 전통 유산을 위한 작업도 기회가 닿는 대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