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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

세기의 맞짱토론 `크루그먼 vs 퍼거슨`

세기의 맞짱토론 `크루그먼 vs 퍼거슨`
美경제는 지금…90년대 일본위기와 비슷 vs 무슨 소리… 원기 회복중
高실업 처방은…고용위해 재정 더 풀어야 vs 위험한 발상… 공부 더하라
블레어 前 영국총리 "아시아 급부상은유럽변화 기폭제"
하토야마 前일본총리 "어렵더라도 아시아단일통화 도입해야"
기사입력 2010.10.13 17:58:29 | 최종수정 2010.10.13 20:46:4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제11회 세계지식포럼◆

세계지식포럼 이틀째인 1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비스타홀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왼쪽)와 니얼 퍼거슨 교수가 맞짱토론을 벌였다. 두 석학은 토론 내내 한 치 양보도 없는 설전을 펼쳐 1300여 청중을 열광시켰다. <사진 = 김성중 기자>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재정 확대로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 충분하지 않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경기부양책을 부르짖는`케인스학파`는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 만약 이 자리에 케인스가 있다면 부양책에 내재된 위험부터 말할 것이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제11회 세계지식포럼 둘째 날인 13일 글로벌 경제위기 처방에 대한 `세기의 맞짱토론`에서 두 석학은 이렇게 맞붙었다. 21세기판 케인스학파와 고전학파 논쟁으로 불리며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폴 크루그먼 교수와 니얼 퍼거슨 교수의 대결은 이날 포럼의 하이라이트였다.

하토야마 前 일본총리

가장 큰 쟁점은 미국 경제 전망과 이에 대한 처방. `미국 경제가 전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온 크루그먼 교수는 "현 상황이 1930년대 미국, 1990년대 일본의 위기와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가 원기 회복 중`이라는 주장을 펴온 퍼거슨 교수는 "잘못된 비유가 잘못된 정책을 양산한다"며 "1930년대는 미국 실업률이 25%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고작 2%밖에 안 떨어졌다"고 맞섰다.

뚜렷한 시각차를 토대로 경제위기 처방책을 놓고 펼친 양보 없는 설전에 1300여 명의 청중은 숨죽이며 이들의 불꽃 튀는 논쟁을 지켜봤다.

블레어 前 영국총리

지난해 4월 이후 세계적인 미디어들이 앞다퉈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돼온 두 교수의 맞짱 토론이 이번 세계지식포럼에서 성사되자 전 세계 네티즌은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진 두 스타 학자의 토론에 뜨거운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세기의 맞짱토론`에 앞서 진행된 공식 개막 행사에서는 `원아시아(One Asia)`를 구체화하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미국과 유럽의 계속된 경기침체 속에서 `원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모멘텀으로 자리 잡았다는 판단에서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그의 지론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아시아 단일통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ㆍ일 관계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중요한 요소이고 올해는 한ㆍ일 간 우애와 협력을 도모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아시아의 부상이 세계 정치ㆍ경제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면서 유럽에 강력한 변화를 촉구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위성영상으로 서울 세계지식포럼 현장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최근 유럽에는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아시아가)빠른 변화를 주도하며 힘이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대환 세계지식포럼 집행위원장(매일경제신문ㆍMBN 회장)은 원아시아와 관련해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데 원아시아는 이러한 변화의 동인이자 세계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며 "아시아 경제가 유럽ㆍ미국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원아시아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한ㆍ중ㆍ일 간 협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G20 상설운영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김병호 기자 / 장용승 기자 / 임성현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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